네가 느낀 우연은 나의 노력이었음을 글에서 다시 만나자는 소설 같은 마무리를 끝으로 너는 생각을 비우기 위해 여수로 갔고, 나는 다시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왔다. 사실 나는 말이다.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은 가져 본 적이 없다. 우리는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될 것이고, 나는 언젠가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다시금 네게 감탄을 선사할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네가 우연을 만들었다. 처지가 뒤바뀌었다는 말이다. 그건 우연이 아니었다. 너의 노력으로 만든 필연이었던 것이지. 여수에 간다던 너는 다음 날 점심때쯤 내게 연락했다. 나 지금 버스 타러 왔는데 서울로 갈까 집으로 갈까 고민이야 만날래?
만나 줘 어느 소설 속 마무리와도 같았던 인사를 나눈 이후 24시간이 조금 넘어서 우리는 다시 만났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사랑 소설이 깨진다는 생각은 해 본 적 없다. 오히려 극적이면 극적인 거지.
나 지금 버스 타러 왔는데 서울로 갈까 집으로 갈까 고민이야 만날래?
만나 줘 몇 시쯤 도착해?
7시 세 시간 걸리는구나 데리러 갈게 고터로
네가 느낀 우연은 나의 노력이었음을 나는 유은의 행동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어떤 생각으로 그 문자를 보냈던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우리는 너무나도 닮았으니까. 우리는 끝을 봐야 했다. 나도 알고 있었다. 우리는 애매한 것을 싫어하니까. 사소한 사건 하나가 나비 효과를 불러일으켜 일상에 지장을 주는 것을 싫어하니까. 우리는 '우리'보다 '본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아니, 적어도 8년 전의 너는 그랬으니까. 나는 유은이 '마음의 짐'을 덜기 위해 서울에 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붕 뜬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 꿈 같던 나와의 지난 2주를 청산하려고 서울에 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너는 '우리'보다 '스스로'가 더 중요할 것 같았다. 내 기억 속 유은은 아직 8년 전에 머물러 있었으니까.
네가 느낀 우연은 나의 노력이었음을 사실 나는 그날 약속이 있었다. 너 또한 약속이 있었다. 너와 나는 서로를 목 빠지도록 기다리는 친구들을 제쳐두고 서로를 찾았다. 너는 이 핑계를 대고 나는 저 핑계를 대면서 말이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비단 이번 만남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나는 너의 연락이나 부탁을 받을 때면 마치 원래 그 일을 하려고 했던 것처럼, 우연히 타이밍이 겹친 것처럼 행동하곤 했지만, 그건 전부 나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필연이었다. 만나면 우리는 언제나 우리였다. 너를 만나러 가는 동안 나는 혼자서 몇 번이고 '어떻게 인사를 건넬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냥 만나면 안아버릴까. 이렇게 빨리 다시 볼 줄은 몰랐다고 할까. 어려웠다. 사랑이 원래 이렇게 어려운 것이었나.
왜 유은 앞에만 서면 나는 다시 그때의 나로 돌아가는 거지. 뭐가 옳은지 알 수없었다.
네가 느낀 우연은 나의 노력이었음을 유은을 만나니 다시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만나면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말과 하고 싶었던 말은 유은의 얼굴을 보자마자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못했고, 내가 그러한 생각을 했다는 사실조차 사라지고 말았다. 유은은 목적지도 알려 주지 않은 채 나를 데리고 걸어갔지만, 너와 나는 늘 같은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이니까.
어디로 가는지 말하지 않아도, 내가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곳일지라도 나는 목적지를 알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어?
한강 가는 거지?
잠원 한강인가?
여긴 처음인데.
그냥 그럴 것 같았어.
네가 느낀 우연은 나의 노력이었음을 사람이 많았다.
그럼에도 해야 할 이야기는 해야 했으니까. 사람 없는 곳을 찾아 우리는 낚시꾼들이 모여 낚시를 하는 어느 뭍으로 내려갔다. 길이 꽤나 험해서 몇 번이고 넘어질 뻔했지만, 갑작스러운 한강행에 돗자리를 챙겨오지도 못해 모랫바닥에 그대로 앉아야 했지만, 초여름이라 벌레도 꽤나 있었지만, 네게 있어서 그건 별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나 보다. 앞을 가리키며 저기 앉을 만한 곳이 있다며 앞장섰다. 사람들은 한강에서 저마다의 사랑을 피우고, 속삭이고, 꿈을 낚고, 누군가는 저기 한강 위에서 펼쳐지는 퍼포먼스를 위해 몇 주를 연습했을 것이고, 반포대교 위를 지나는 차 안의 사람들도 저마다 고민이나 어려움이 있을 테고, 나는 결국 다시 내가 되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
네가 보고 싶어서 서울에 왔어. 후회는 없어.
우리는 어떻게 흘러갈까?
오늘 서울은 너를 위해 올라온 거니?
우리를 위해 올라온 거니?
많이 바뀌었네.
네가 느낀 우연은 나의 노력이었음을 인생은 타이밍의 문제라던 너는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입을 닫고 있는 나에게 '지금보다 더 간절한 다음은 없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감추지 말고 드러내자고, 시간이 지나면 드러내고 싶어도 드러내지 못한다고 했다. 타이밍. 그래, 우리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우연 같은 필연, 타이밍. 그것과 일탈의 경계는?
나는 또 이전과 같은 바닥이라든가 어린 모습을 네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내가 너와 다시 연애한다면, 나는 다시 8년 전의 나로 돌아갈 것만 같았다. 싫었다.
네 기억 속 나는 지금의 나로 남아 있었으면 해서, 나는 너와 함께하지 못한다. 나는 성북구글싸개라는 필명으로 글을 써대는 성북구글싸개이기 이전에 내 이름 세 글자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니까. 성북구글싸개로 살 수만은 없다. 소설적인 삶이나 극적인 무언가만을 추구하다가는 너와 나의 삶이 무너질 테니까. 기회가 되면 또 만날 수 있을 거야. 잘 가렴.
아쉽다 많이.
네가 느낀 우연은 나의 노력이었음을 이제 보고 싶어도 너를 보지 못한다. 내가 선택한 것이고 그것에 따른 결과다. 이전에 했던 우리의 연애에서도 그렇고, 꿈처럼 흘러갔던 지난 2주 동안의 우리 만남에서도 그렇고 유은을 놔버린 쪽은 늘 나였다. 이렇게나 유은을 갈망해 왔지만 정작 유은이 내미는 손을 결국 잡지 못해 떠나보내는 나의 모습에서 모순이 너무나도 잘 드러나서, 이제는 나를 탓할 일이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이 순간이 오니 나는 또 나를 탓하게 되고.
무슨 생각이 그렇게나 많냐는 유은의 물음에 나는 한숨만 내쉬었다. 하고 싶은 말은 정말 많은데, 또 삼킬 수밖에 없었다. 네 앞에서 솔직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네가 다시 내 애인이 될 것이라는 경우를 상상해 보지 않아서일까. 유은은 나를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래, 고민하는 나를 보고 너는 평소처럼 살라고 했다. 머리 아프게 자꾸만 생각하려 하지 말고 그냥 잘 살다가 훗날 자연스럽게 내가 너를 찾을 때, 그때 다시 만나자고 했다. 나는 정리할 것이 많다.
무엇 하나 확실하게 정리된 것이 없다. 나는 다시 네게 연락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다시 만나는 그날, 너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웃으며 나를 대해 주면 좋겠다. 나는 지난 8년 동안 그랬듯, 다시 너와의 추억을 아껴먹으며 살아야 한다. 연애하지 않았는데 이별한 기분이다. 너무 아프다.
이제 그만 쓰련다.
내가 해결해줄게 그만 고민해에서 말했듯 내가 선택한 거잖아 마음 아파 네가 힘들어하니까!!!!!!!!!!!!!! 난 네가 마음 아플까 봐 마음이 아파 잘 살고 있는 너 내가 헤집은 것 같아 그냥 평소처럼 살아라 그냥 잘 살다가 나중에 자연스레 네가 나를 찾을때 즈음 그럴 때 다시 만나자 뭔갈 하려고 하지 않아도 돼네가 뭘 하려고 하니까 힘들지?!?! 하지 마 그냥 살아 네가 하길 바랐던 건 맞아! 근데 이렇게까지 힘들어할 거라면 안 하는 게 낫다고 봐 난 네가 웃음짓길 바랐어!!! 이건 내가 바란 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