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사랑인데 우리가 다시 마주한 작년 10월, 한여름의 말랑한 복숭아 같던 당신은 어느새 가을의 색을 입은 단단한 감이 되어 있었습니다. 청춘은 오래도록 푸른 줄로만 알았는데 느슨히 익어가나 봅니다. 밥이라도 한 끼 하자는 당신의 말에 기차로 다섯 시간을 달려 만난 그날 밤, 내게 자꾸만 입맞춤하는 당신이 싫지 않아서 걱정이었습니다. 더듬대는 손이 어딘가 외로워 보여 슬프기도 했습니다. 함께 마신 술은 과하게 달았고, 나는 어쩐지 조금 역했습니다. 담배는 여전히 텁텁했고 당신의 입에서는 썩은 사랑이 피어났습니다. 안주로 나온 감자튀김에서는 고구마 맛이 나고, 낯선 도시는 어쩐지 익숙했습니다.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그때 당신과 내 모습처럼 말이죠. 그래도 다행입니다. 우리의 이야기를 활자로 남기면 팔만대장경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시답잖은 농담을 뱉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술에 취해 당신을 삼키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당신을 품에 안고 잠들지 않아서 정말로 다행입니다. 다만 내가 아직 고통 속에 사는 것은, 당신이 내뱉은 문장이 당신을 대신하여 내 품에 있기 때문입니다.
목련은 꽃이 필 때 아름답지만, 이내 떨어져 금세 허름해지는 꼴이 우스워서, 만일 우리에게 이별이 찾아온다면 흩날릴 때조차 아름다운 벚꽃 같았으면 좋겠다고 당신은 봄을 보내며 말했습니다. 땀에 젖어 축축한 손을 맞잡고 있으면 더위도 무섭지 않다고 그 어느 여름에 당신은 말했습니다. 다색으로 물든 낙엽이 꼭 햇살에 비친 내 동공과 닮았다고 가을을 건너며 당신은 말했습니다. 입김이 시리는 추운 날에 나와 나누는 입맞춤이 길거리의 군고구마보다 더 달다고 겨울을 데우며 당신은 말했습니다. 사계절이 온통 당신의 문장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가는 탓에 당신의 부재 이후 어느 계절에서도 마음 편히 웃을 수 없었습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게 되는 순간이 온다면, 이 모든 문장을 한 아름 안고 가 돌려줄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고 자꾸만 재회를 꿈꾸게 되는 것이, 영원은 없다지만 나는 숨이 붙어있는 순간만큼은 영원히 당신을 내쉴 것을 확인받는 듯했습니다.
우리의 호흡이 결코 같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내가 먼저 말했습니다. 아픈 말을 내뱉었습니다. "이제 우리 이러면 안 되잖아요." 맹세코 진심이었습니다. 당신은 함부로 과거의 사랑을 모방하고 있었고, 나는 마치 신입 재연배우의 어색한 연기를 마주한 기분이었습니다. "당신, 그러면 안 되잖아요, 나는 아직 사랑인데" 내가 전하고 싶었던 말은, 아마도 이것이었을 겁니다. 벌써 이게 반년도 더 된 일이라니 나는 참 놀랐습니다. 나는 당신과의 첫 만남과 첫 데이트, 그 모든 첫 순간을 더불어 마지막까지 전부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시절 당신의 취향과 취미도 이제는 내 것이 되어 함께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나는 당신밖에 품을 줄 모르는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많이. 우리가 만났던 6월이 오기 전에 다시 처음처럼 내게 와 주세요. 연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