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나 혼전순결이야 (3) 그녀의 순결을 지켜 주리라 자신만만하게 큰소리치고 시작한 연애였지만, 별거 아닌 것 같았던 '잠자리 없는 사랑'은 연애에 큰 걸림돌이 되었다. 그것 좀 안 하면 어떻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사실 섹스라는 것을 한번도 안 해 본 사람이라면 경험하지 못한 일에서부터 오는 공포감 때문에, 뭐, 육체적 관계 없이 연애를 지속할 수도 있겠다 싶겠지만, 이미 성 경험이 있고, 연애하며 잠자리를 빼놓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이전까지 당연히 이루어졌던 행위가 제약됨에 따라 생기는 빈틈이 크게 느껴질 것이다.


오빠, 나 혼전순결이야 (3) 순결이나 너무 빠른 진도를 내세우며 나를 밀어내던 전애인들과도 때가 되면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잠자리를 가지고, 서로의 가장 날것 자체의 모습에 빠져들곤 했다. 하지만 말이다. 그녀와의 관계에 있어서 '섹스'에 대한 기류는 그 어느 때와 아예 다른 느낌이었다. 그래도 일전에 만나던 애인들의 경우, 평소에는 스킨십을 싫어한다느니, 혼전순결이라느니, 그러한 것들을 주장하며 육체적인 거리를 두지만, 막상 키스가 길어지거나 서로의 숨소리가 거칠어지면 그 다음 단계로 쉽게 넘어갔다.

대부분의 전애인들이 그랬다. 물론 하기 싫다는 의사를 내비치는 사람에게 강제로 스킨십을 하는 것은 범죄일뿐더러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스킨십을 하고 싶을 정도로 성에 굶주린 사람은 아니었지만, 반 년을 만나면서도 기껏 나간 진도가 손등에 입 맞추기일 뿐만 아니라, 그마저도 기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그녀와는 늘 손만 잡게 되었고, 집까지 가끔 바래다 줄 때에도 실제 입맞춤 한번 해 보고 포옹하는 것이 전부였으니, 처음이야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그녀가 스킨십을 하지 않는 이유가 개인적인 가치관 때문이 아니라, '나' 스스로의 매력 부족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레 자존감이 낮아지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오빠, 나 혼전순결이야 (3) 그러는 와중에도 그녀를 포기할 수 없었다. 만일 내가 그녀와 이별하고, 그녀가 다른 남자를 만나 연애한다면, 만약 그 남자가 그녀의 처음을 가져간다면, 나는 그 사실을 알 방법이 없지만, 언젠가 얼굴 모를 누군가가 다정하게 그녀의 허리에 손을 올리고 길을 걸어가는 꼴을 본다면, 나는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 그런 상황이 내 눈앞에 펼쳐진다면 나는 가상의 '그놈'에게 화를 낼 수도 없는 법이었다. 내가 뭐가 문제인 것이지, 몸이 좀 말랐나, 머리 스타일이 별로인가, 남성으로서의 매력이 부족한가, 만약 그녀가 나보다 더 나은 남자를 만나게 된다면, 그때도 나에게 주장했던 것처럼 '혼전순결'이나 '정조'를 내세울까,내 생각은 늘 이런 류의 것이었고, 그 결론은 언제나 나를 탓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래, 내가 못나서 그래.


오빠, 나 혼전순결이야 (3) 그녀와는 그렇게 두 달을 더 만났다. 우리의 이별 사유는 그녀의 이사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때까지 내가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도시, 미국, 그곳에서도 뉴욕으로 이사를 간다고 했으며, 친척 집에 머무르며 전공 공부에 전념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 뭐, 그쯤 되니 나 또한 그녀 육체에 대한 호기심이 좀 사그라들었고, 그녀에 대한 강렬한 욕구에서 좀 벗어났던 터라 이별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 아, 그런가 보다 싶었다.


오빠, 나 혼전순결이야 (3) 하지만, 그녀는 한국을 뜨기 전 나와 여행이나 며칠 다녀오고 싶다고, 국내 여행을 제안했고, 서울에서 외박도 한번 같이 해 본 적이 없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고민도 않고 수락하고 말았다. 그녀가 예약한 부산의 어느 고급 호텔은, 모텔만 몇 번 가 본 나에게 궁전과도 같았고, 아, 이곳에서 드디어 그녀의 처음을 가져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나는 그 입구에서부터 손발이 떨렸다. 그녀가 로비에서 체크인을 하고 객실 카드를 받아오는데, "우리 몇 호실이야?" "307호랑 308호야. 다행히 붙여 주셨네." 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구나. 나는 혼전순결을 주장하는 사람과 연애가 안 되더라. 그녀는 아직도 혼전순결을 지키고 있을지, 결혼은 했을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그녀의 처음을 가져간 놈은 얼마나 잘난 놈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