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뇌는 도파민에 절여져 있다. 자극적인 것들로 범벅되어 있다는 말이다. 섹스를 다루는 매거진을 운영하는 내가 이런 말을 하고 있으니 웃기긴 하지만, 글과 영상은 그 자극의 정도가 현저히 다르니 말이다. 이제 사람들은 재밌는 것만 보고 재밌는 것만 하려고 한다. 재미없는 영상은 스크롤해서 넘기면 그만이고, 재미없는 행위는 하지 않으면 그만이니까. 주제 추천을 받아 쓰고 있는 이 글조차 내가 업로드하던 글보다 덜 자극적이기에, 스크롤하여 넘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좋아요도 비교적 적게 달릴 것이고, 스크랩 수도 확실히 차이 날것이라고 생각한다.
2021년. 유튜브는 역사를 새로 쓴다. 숏 폼 콘텐츠의 도입. 이른바 '쇼츠(Shorts)'라고도 불리는 짧막한 동영상을 업로드할 수 있게 만들었다. 비슷한 시기, SNS의 대장 격으로 볼 수 있는 인스타그램에 서도 유행에 편승하여 '릴스(reels)'라는 숏 폼 콘텐츠를 도입했다. 이렇게 짧막한 영상을 편집하고, 업로드하고, 공유하는 정서는 중국 플랫폼 '틱톡(TikTok)'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개인정보 보호에 예민한 나는 틱톡 어플을 깔아 본 적도, 깔 생각도 없다. 하지만 굳이 틱톡을 하지 않아도, 요즘 SNS에 나오는 대부분의 밈이나 춤, 챌린지는 틱톡에서부터 시작되니까. 틱톡으로부터 파생된 자매품들을 직간접적으로 접할 수밖에 없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긴 하다. 우리의 부모님 세대까지만 해도 비키니 따위는 상상도 못 했을 텐데, 지금은 중요 부위만 간신히 가린 사진도 서슴없이 올리며 이런저런 챌린지에 참여하니까. 가끔 릴스나 쇼츠를 시청하다 보면, 아직 나이가 어린데 뭣도 모르고 영상을 찍어 업로드하는 학생이,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다 민망할 정도로 노출하는 그런 아이들이 있다. 갈수록 챌린지는 과감해진다. 처음에는 그저 엉덩이나 골반을 흔드는, 비교적 순한맛 챌린지인 '제로투'가 유행했지만, 이제는 본인의 비키니나 속옷 차림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빅 티셔츠 챌린지'가 유행이다. '이건 못 잡겠지~'와 '응 1트 성공이야' 사이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공방전. 점점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되는 사람들. 그 끝은 어디일까.
이게 과연 맞는 걸까?
나는 유튜브를 잘 보지 않는다. 따로 공부하고 있는 분야가 있어서 혼자 밥을 먹을 때 관련 영상을 보는 게 전부다. 스크린 타임을 보면 1주일 동안 유튜브에 소비한 시간이 3시간 남짓으로 나온다. 하지만 지하철을 타도, 길거리를 돌아다녀도, 식당에 가도 유튜브 안 보고 있는 사람 찾기가 힘들다. 열 중 일곱은 유튜브 아니면 릴스, 혹은 틱톡을 보고 있다. 이건 정말 큰 문제다. 우리는 숏 폼 콘텐츠나 기타 자극적인 것들을 멀리해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영상을 하나하나 넘기다 보면 우리 뇌는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하고, 웬만한 것들에는 자극받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내가 선민의식이나 우월감 따위에 심취하여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군대 다녀온 남자라면 공감할 것이다. 휴대폰 없이 살면 사소한 것에도 웃음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을. 물론 한 달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사회와 단절되어 있으면 도태되고 있다는 사실에 불안감도 엄습해 오지만, 도파민과 멀어지다 보면 건강해지는 기분이 든다. 별거 아닌 얘기에도 웃음꽃이 피고, 점호 끝나고 떠들다 보면 남자끼리 대화하는 게 이렇게 재밌었나 싶은 생각도 든다.
매체와 네트워크 서비스 발달의 폐단이다. 검색을 통해 원하는 정보나 원하는 것을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남자는 포르노를 통해 예쁜 여자의 몸을 너무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고, 여자는 인스타그램이나 Tinder 같은 어플을 통해 본인보다 높은 등급의 남성을 쉽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과거에 이성을 만나기 위해서는 집 밖으로 나와야 했지만, 이제 남성들은 그냥 포르노를 보며 자위한다.
정말이지 노력 상실의 시대다. 게임이나 자극적인 영상, 쾌락에서 벗어나자. 이런 시대일수록 조금만 더 노력하면 남들과 확연한 차이가 생기는데.. 노력 안 할 이유가 있을까?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등가교환 법칙의 양상을 띠고 있다. 간절히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포기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자극적인 것으로부터 멀어지자. 몸에 좋은 약은 쓰다는 옛말이 틀린 거 하나 없다는 말을 끝으로 글을 줄인다. 이 글을 끝까지 읽은 당신. 릴스 열 개 본 것보다 가치 있는 행위를 한 것이다. 이상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