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나는 꿈들이 고함을 지른다 언니는 시급이 3만 원짜리, 앉을 자리도 없는 '바 알바'에 합격했다며 기뻐했다. 나를 만날 때면 늘 츄리닝을 입던 언니가 일할 때에는 짙은 화장을 하고, 겨우 몸을 가릴만한 작은 옷을 입는다고 했다. 술도 사람도 좋으니 일해서 빨리 빚을 갚고 싶다고도 했다. 언니는 가끔 만나는 남자친구에게 용돈도 주고, 짝퉁 명품도 사 입었다. 몇 개월 후에 언니는 조금 더 돈을 많이 주는 가게로 옮겼다. 손님들과 좀 더 가까이에서 일하고, 팁을 더 많이 받는다고 했다. 가족이 없던 언니는 외로움이 많았다. 일이 끝나고 동이 트는 새벽에는 시답지 않은 일-짱이가 새로 사 준 사료를 먹지 않는 일, 짝퉁 구찌백을 새로 산소식, 게임에서 만난 남자와 관련된 이야기-로 전화를 걸었다. 종일 암막 커튼을 치고 음악을 듣던 나에게 나름의 즐거움이었다. 주로 나는 듣는 쪽이었고 언니는 사랑한다는, 얼굴 한번 보자는 말로 전화를 먼저 끊었다. 언니와 만나면 항상 술을 마셨다. 함께 술을 마시면 늘 술에 취해 모텔방에 누워 여고생처럼 재잘거렸다. 서로 너무 다른 삶이었지만 비슷한 점도 많았다. 서로가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했고, 글과 예술로 위로받았다. 언니는 스스로를 교양 있는 '아가씨'로 지칭하고는 깔깔 웃었다.


나는 입학과 동시에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져 대학에 다니며 알바를 두 개씩 하게 되었고, 언니는 가끔은 경찰서에서, 가끔은 모텔방에서 전화를 걸었다. 마담이 있는 더 큰 가게로 옮겼어, 올해만 지나면 다른 일을 할 거야. 2차는 나가지 않으니 걱정 말라며 최근에는 네일아트를 배우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오랜만에 들른 자취방에는 쓰지 않은 새 물건들이 발 디딜 틈 없이 잔뜩 쌓여있었다. 새로 생긴 취미라고 했다.

요즘은 일이 잘 안 풀려서 집에 있는 시간이 길다고 했다. 나이가 많아 지명이 줄었어. 내가 월급을 받는 날에 종종 돈을 빌려 갔고, 돈이 생기면 꼭 나에게 디올백을 사준다고 큰소리를 쳤다. 어느 날 언니는 월세를 못 내서 멀리 다른 지방으로 이사를 간다고 했다. 소문으로는 사기를 당해 빚이 늘었다고 했다. 아는 오빠는 언니가 사귀던 남자가 유부남이었다고 내게 전했다. 집주인이 자취방에 가보니 키우던 강아지가 죽어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가까웠던 언니의 소식을 남에게 전해 듣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마지막으로 연락이 되었던 내 생일에 언니는 디올 립스틱을 하나 보내 주며 미안하다고 했다. 일 때문에 자주 핸드폰 번호를 바꿔서 연락이 오겠거니 기다렸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났다. 혹여나 부고 문자라도 올까 싶어 늘 기다리는 마음으로 지냈다.


가끔 꿈속에서 언니는 여전히 웃음과 술을 팔고, 밀크씨슬을 챙겨 먹고 있으니 건강은 걱정 말라고 말한다.

어떤 때에는 언니가 좋아하던 동해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다.

어떤 때에는 정말로 네일아트 가게를 차려 어엿하게 일을 하고 있는 언니의 모습도 보인다. 언니 꿈을 꾸는 날에는 잠에서 자주 깨고, 나는 덜덜 떨리는 마음으로 리보트릴과 인데놀을 먹는다. 수면제와 술을 같이 먹지 말라고 잔소리하던 언니가 떠오른다. 여전히 잠은 오지 않는다. 두려워서 피해 왔던 바램을 오늘은 내뱉어본다. 그녀가 어떤 방식의 삶으로라도 살아있기를. 악몽처럼 숨길 수 없는 삶의 뒤편에서 살아가고 있기를.

깨어나는 꿈들이 고함을 지른다. 바리


나의 탈팡기 쿠팡이 월 이용료를 60% 가까이 올렸다. 최근 기사를 보니 덕분에 주가도 급등했다고 한다. 로켓배송에 길들여진 소비자를 볼모로 자기 뱃속을 챙기려는 속내가 훤히 보인다. 안 그래도 쿠팡플레이, 쿠팡이츠, 직구 등 안 쓰는 서비스가 더 많아 고민이었는데 오히려 돈을 절약하는 셈이라는 사측의 기적의 논리를 보면서 탈팡을 결심했다. 나는 5년 전 조리원에 들어가서 처음 쿠팡 앱을 깔았다. 애가 나오기 직전 까지도 뭘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던 나에게 로켓배송은 한 줄기의 빛이었다. 온갖 출산 리뷰를 찾아본다고 한들, 한 번도 닥쳐보지 않은 일상을 사전에 준비하기란 계획형 인간인 나에게도 쉽지 않았다. 기저귀부터 모빌, 젖병, 육아서적까지... 그동안 주문한 건수를 확인해 보니 1,400건이 넘는다. 올해 5살이 된 딸은 말 그대로 쿠팡 육아를 했다. 코로나 때문에 밖에 나가지 못한, 아이가 두 돌이 되던 21년에는 353건을 주문했다. 거의 매일 하루에 한 번꼴로 쿠팡에서 물건을 주문한 셈이다. 이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핸드폰만 보며 인쇼 삼매경에 빠져있었을지 새삼 며칠 전까지의 내 모습이 그려지며 또 후회가 밀려온다.


주말, 공휴일을 가리지 않고 눈뜨면 당일 새벽에 집 앞에 쌓이는 물건들. 게다가 무료 반품까지 모든 과정이 일사천리였다. 쿠팡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며 나도 모르게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까지 일단 주문해 놓고 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일 주문해 놓고 며칠이 지나서야 열어본 적도 종종 있었다. 돌이켜보면 1,400건의 물건 중에는 정말 꼭 필요했던 것도 있었지만 반 이상은 그렇지도 않았던 것 같다. 물론 수많은 대기업 장사꾼들이 이런 소비 습관을 유도했을 테지만 이번에는 뒤통수를 세게 한 대 맞은 느낌이다. 나는 아직 어린아이에게 티브이를 비롯한 미디어 노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인생은 슬로우 모션인데, 미디어 속 삶은 너무나 빠르게 지나가고 있기 때문에 속도를 맞추기 위함이다. 탈팡을 하고 나서야 나는 나의 소비 속도를 내 삶에 맞추기로 했다. 서두르지 말자. 잠깐 멈춰서 한 번 더 고민하고, 현명한 소비를 하기로. R


저는요 사람은 끼리끼리라고 생각해요 선생님 저는요 저 자신이 애틋하고 너무 좋다가도 죽여 버리고 싶을 만큼 싫을 때가 있어요. 그래서 저는 자기 파괴적으로 자신을 죽여요. 그래서 수면 장애와 중독 증상이 나타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자기 파괴적으로 계속 죽고 죽이다 보면 개운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며칠 전에 점을 봤는데 저보고 지금까지 살아왔던 대로 살아갈 거래요. 제가 힘든 모습이 보인대요. 씨발년이 내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상을 엎고 나왔어야 했는데 저는 항아리에 5만 원을 고이 놓아두고 나왔다고요. 저는 어떻게 해도 안 될 거라는 말을 듣고 나니까 정말이지 또 죽고 싶어요. 우연한 사고로 제가 죽었으면 좋겠어요. 어쩔 수 없는 사고로 죽을 수밖에 없었구나 납득이 가게요. 제 기분을 설명하기가 힘들어요. 앞으로도 이럴 거라고 생각하면 숨이 턱턱 막히고 사소한 것에 행복해하는 것도 지긋지긋해요. 정말이지 싫어요. 사는 게 지난해요. 사실 그렇게 싫지는 않은데 지금 당장에는 제 마음이 일그러져서 지금뿐이라도 싫다고 말하고 싶어요. 좋다느니 소중하다느니 다 거짓말이에요. 다정한 말을 들을 때마다 앨범에 끼우듯 마음에 담아놓긴 하지만 모두 거짓이라고 해야 제가 해방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긋지긋하고 싫어요. 좋아하지 않아요. 소중하지 않아요. 저한테 너 열심히 사는 것 같대요. 놓아버릴 수가 없어서 간신히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데 그렇게 간단히 말하니까 정말이지 목을 졸라버리고 싶었어요. 선생님 제 삶을 책임질 수 있게 해주세요. 저를 좀 도와주세요. 버거움을 나눠 가져 주세요. 저는 저의 우울을 혐오해요. 저의 감정을 드러내면 사람들은 저를 떠나갈 거예요. 사실 그래본 적도 없지만요 그래서 제가 먼저 떠났어요 늘. 선생님 저도 언젠가 괜찮아지는 날이 오겠죠?

고장 난 물건이 고쳐지는 것처럼요. 이 질척이고 어두운 감정들이 기름이 거둬지는 것처럼 가벼워지는 날이 오겠죠?

저는요 요즘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을 보면 이질감이 들어요. 나와 같은 곳에 있고 같은 곳에 존재하는 사람이 맞는 걸까, 하는 종류의 이질감이요. 사람은 끼리끼리라고 하잖아요 저는 그 말을 좋아해요. 하지만 그래서 저는 진심으로 온전히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사랑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Yuil


그럴 거면 대체 왜. 그럴 거면 학교를 관두라는 고등학교 담임의 말에 학교를 자퇴했다. 그럴 거면 집 나가 살라는 부모의 말에 집을 나왔다. 그럴 거면 우리가 왜 만나는 거냐고 묻는 애인의 말에 이별을 올렸다. 그럴 거면 글을 왜 쓰는 거냐고 묻는 지인의 물음에 삼 년 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그럴 거면 뒤에 나오는 말이 무엇인지 분명해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럴 거면 뒤에 나오는 말은 곧 나의 결정이던 때가 있었다. 삶과 죽음 사이를 고민하던 때, 그럴 거면 사는 것보다 죽는 편이 낫지 않겠냐는 말에 처음으로 왜냐하면을 입에 올렸다. 그래도 꼴에 죽기는 싫었나 보다. 그럴 거면 그때는 왜 그랬을까. 아직도 쌓여 있는 공책 더미에는 죽어 있는 글이 많다. 아직 나는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나는 목적 없는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다. 그럴 거면에 왜냐하면이라고 답하는 것은 아직 어렵다. 묻지 못한 것들이 많다. 그럴 거면 당신은 왜 나를 떠났나. 그럴 거면 왜 내게 모진 말을 했나. 그럴 거면 그때 우리는 왜.

무엇 때문에 그랬나. 성북구글싸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