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고 안기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내가 살아있음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네 심장 소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기 때문일까. 외설스러운 입맞춤이나 섹스와는 견줄 수 없는 포근함을 지녔기 때문일까. 그래서 나는 우연히 발견한 이 그림을 참 좋아한다.

(좌) Embrace - Peter Wever (우) She likes Spring, I prefer Winter - SIchld


마지막으로 한 번만 안아 주면 안 될까?

친구로서 말야. 우리는 다시금 부둥켜안고 그렇게 한참을 가만히 서 있었다. 내 눈가에는 여전히 눈물자국이 흥건했고, 네 눈은 벌겋게 부어 있었다. 불러놓은 택시가 최대한 늦게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쯤-.

더 이상 너랑 안을 수 없는 거야?

이게 정말로 마지막인 거야?

나는 네가 안아 주는 게 너무 좋은데. 우리 그냥 평생 안고만 살면 안 될까. 죽음이 간절할 적에 네 체취를 맡으면 살고 싶어졌다. 웃긴다. 이 정도로 내가 쉬운 사람이었던가. 떨리는 내 눈가에 입을 맞춰 주는 촉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따뜻해서, 사실 포옹을 그렇게 좋아함에도 포옹을 자주 해 보지는 못했다. 포옹보다 키스가 더 따뜻하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아, 자주 못 해봐서 더 좋은 건가. 아무래도 그런가 보다.


생이 흐리게 고여 내 숨을 옥죄여올 때면 당연하게도 너를 찾았다. 너는 네가 가진 불씨를 몽땅 털어 내게 줄 만큼 친절한 사람이니까. 그때부터 틈만 나면 너를 안았다. 틈만 나면 너에게 안아 달라고 졸랐다. 그래서 그 누구보다 너와 많이 포옹했다.

첫 만남, 첫 키스, 첫경험, 첫사랑.

왜들 그리 처음에 집착하나 싶었다. 처음이 뭐 대수라고. 너와의 이별은 내가 했던 수없이 많은 이별 중 하나였다. 익숙해질 만도 한데, 그럼에도 너와 이별할 때 내가 가슴을 움켜쥐고 눈물을 토해낸 이유는 너와의 '처음'이 너무 많았기 때문일까. 처음 본 순간 반했다. 안경을 얹은 그 부스스함, 선해 보이는 입매는 내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첫눈에 반하는 그런 건 로맨스 소설에서나 나오는 판타지인 줄 알았는데. 내가 말 같지도 않은 이유를 들어가며 네게 말을 걸었을 때 네 입에서 나온 '사투리 섞인 어설픈 서울말'은... 그때부터 너에 대한 나의 애정이 피어나기 시작했나 보다.


너는 내가 만든 기준을 자꾸만 무너뜨렸다. 내 세상이 무너져버리면, 네가 사라졌을 때 난 어떻게 해야 하나. 있지, 나는 네가 그렇게 바라보면 한없이 약해져서 모든 걸 주고 싶어져. 혼잣말하며 네 이름 뒷글자를 끊임없이 되뇌었다. 게슈탈트 붕괴인가. 수없이 반복하자 어느새 낯설어진 네 이름에 내 몸에는 소름이 쫙 돋았다가 사라졌다. 그렇게 너는 사라져 버렸다. 처음 해 보는 것도 아닌 그 작은 입맞춤이 내 안을 무참히 들쑤실 만큼 설레서, 끔찍한 죄책감 따위가 물씬 나를 덮쳤다.

아. 이게 사랑이구나. 사랑이란 걸 깨닫는 순간 구역질이 날 것만 같았다. 너와 다르게 난 사랑이 처음인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몰려오는 감정의 홍수 속에서 길 잃은 미아처럼 우두커니 서 있었다.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처절하게 붙잡고 싶었다. 그런데, 그렇게 힘들게 말을 꺼낸 네 앞에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어떤 말을 꺼내든 너는 내게 붙잡힐 것을 너무나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입안에 웅얼대던 말들은 네게로 닿지 못한 채 삼켜졌다.

다음날 마주한 너의 초췌한 낯빛에서, 나는 아무것도 읽을 수 없었다. 그래서 슬펐다. 도저히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너의 부재를 먹을 바에야 굶는 게 훨씬 나아서 말이지. 그다음 날도 먹지 못했다. 절친을 불러내어 꾸역꾸역 먹은 밥은 위에서 한없이 팽창하여 오장육부를 압박했다. 그 압박감을 못 이겨 기어이 네게 문자를 남겼나. 우리는 부둥켜안고 울었다. 사실 나는 여태껏 누군가와 부둥켜안고 운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을. 너는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