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친의 전남친을 만났다. 그래, 나도 전여친이 있었으니까. 한두 명만 있었더라면 연인의 전남친에 질투도 하고 그러겠지만, 한두 명만 있었던 것이 아니니까.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넘길 나이가 되었다. 그런데 대충 '얘한테 전남친이 있었겠거니' 하는 것과 '전남친 흔적'을 실제로 마주하는 것은 다르다. 아무리 쿨하고 자존감 높은 사람이더라도 애인의 전애인 흔적을 두 눈으로 본다는 것은 고통스럽기 마련이다. 연인들 간의 다툼은 그렇다. 늘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고, 뜬금없이 예상치도 못하던 부분이 트리거가 되어 심한 다툼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때로는 그것이 이별로 이어지기도 한다.


전여친의 전남친을 만났다. 그 당시 만나던 내 여자친구는 털털했다. 부끄러움이 많고 아기자기한 것들을 좋아하고, 무언가 예쁘게 꾸미는 것을 좋아하곤 하던 전애인들과는 달랐다. 그 매력에 빠져서 든 호기심이 사랑인 줄 알았다. 하긴, 당시에는 사랑이 맞았다.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아무튼 그 여자의 털털함과 적극적인 모습에 반해 연애를 했다.

기껏해야 두 달도 채 만나지 않았지만, 만나는 동안 다투거나 하는 일도 없었다. 그녀도 그녀의 일이 있었고, 나도 나의 일이 있었다. 우리는 이야기 코드도 잘 맞았고, 취향도 겹쳤다. 가끔 누워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얘를 동성으로 만났으면 평생 친구가 되었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전여친의 전남친을 만났다. 말했지만 연인들 간의 다툼은 늘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고,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뜬금없는 것 때문에 발생된다. 그날도 그랬다. 그녀 집 근처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어느 남자 하나가 그녀에게 아는 척을 했다.

거기까지는 크게 거슬리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녀의 반응이 문제였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함과 어색함. 갈 곳을 잃은 눈동자. 그 남자와 인사 후 자꾸만 피하는 시선.

무엇보다 그 남자의 의미심장한 미소가 거슬렸다. 본능적으로 알 수가 있었다. 아, 전남친이구나.


전여친의 전남친을 만났다.

"누구야?" "그냥 아는 사람..." "누구냐고" "그냥 아는 사람이라니까.." "그냥 아는 사람이랑 무슨 인사를 그렇게 어색하게 해?"

"자기 만나기 전에 잠깐 만났던 사람이야" "인사는 왜 하는 건데?" "......"


전여친의 전남친을 만났다. 그날 나는 헤어졌다. 그녀의 전남친보다 내가 못나서 그런 것도 아니고, 무언가 패배감을 느껴서도 아니다. 불쾌했다. 그냥 불쾌했다. 여자친구의 전애인을 실제로 마주한 것이 불쾌했다. 만남의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던 탓인지, 내가 너무 그녀를 편하게 생각했던 탓인지 이별이 아프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냥 그랬다. 그녀의 애인이 세 번쯤 바뀔 때까지 인스타 맞팔도 끊지 않았고, 아무렇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오늘, 참 재밌는 일이 있었다. 그때 만난 그녀의 전남친을 뜬금없는 공간에서 다시 마주했다. 잠깐 담배 좀 사러 편의점에 들어갔는데 "어서 오세요~ CU입니다. 어?" 너도 이 글을 보고 있으면 댓글이라도 하나 써 줘라. 일전에 마주했을 때는 너의 그 의미심장한 미소가 상당히 거슬렸는데, 이제는 그 미소의 의미를 알 것 같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