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할수록

제 모습이 더 초라하게 느껴졌어요”


최예린 / 여 / 23세


Q. 왜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가가지 못했는지


그 사람을 좋아할수록 이상하게 제가 작아졌어요. 평소에는 말도 잘하고 장난도 잘 치는데, 그 사람 앞에서는 제가 가진 단점만 보였어요. 옷은 이상하지 않은지, 말투는 가볍지 않은지, 괜히 부담스럽게 보이지는 않는지 계속 신경 썼어요. 좋아한다는 마음이 설렘보다 검열에 가까워졌던 것 같아요. 카톡 하나를 보내도 몇 번씩 지웠고, 만나자는 말을 하려다가 “너무 티 나나?” 싶어서 결국 안 보낸 적도 많아요. 상대가 저를 거절한 것도 아닌데, 저는 이미 머릿속에서 몇 번이나 거절당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혼자 불안해하다 보니 다가갈 기회가 와도 자연스럽게 웃지 못했고, 오히려 관심 없는 사람처럼 굴게 됐어요.


Q. 결국 마음은 전하셨나요?


전하지 못했어요. 나중에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제 마음이 생각보다 컸다는 걸 알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완벽해지고 나서 다가가려던 게 가장 큰 실수였어요. 좋아하는 마음은 자격이 생긴 뒤에 말하는 게 아니라, 부족한 모습 그대로도 조심스럽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하는 거였어요.


“관계를 망칠까 봐

계속 농담으로만 굴었어요”


박지훈 / 남 / 25세


Q. 왜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가가지 못했는지


저는 그 사람과 친한 사이였어요. 그래서 더 어려웠어요. 좋아한다고 말하면 지금처럼 편하게 웃고 떠드는 관계가 끝날까 봐 무서웠어요. 마음은 점점 커지는데 행동은 오히려 가벼워졌어요. 괜히 장난치고, 일부러 다른 사람 얘기를 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했어요. 사실은 진지하게 보이고 싶었는데, 거절당할 가능성이 무서워서 계속 웃음 뒤에 숨었던 거죠. 가끔 그 사람이 저를 진지하게 바라보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저는 먼저 분위기를 깨버렸어요. 그러면 안전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런 시간이 반복되니까 상대도 저를 진지하게 보지 않게 됐어요. 제가 만든 가벼운 이미지 안에 제 마음이 갇힌 셈이죠.


Q. 결국 마음을 전했는지


늦게 전했어요. 그런데 그때는 이미 상대가 저를 정말 친구로만 보고 있었어요. 고백은 했지만, 제 마음보다 우리의 오랜 장난들이 더 크게 남아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후회되는 건 좋아했다는 사실보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계속 아닌 척했던 시간이에요.


“상대가 저를 불편해할까 봐

친절도 조심스러워지더라구요”


윤소윤 / 여 / 26세


Q. 왜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가가지 못했는지


저는 누군가를 좋아하면 오히려 더 조심스러워져요. 연락을 한 번 보내는 것도 몇 번씩 다시 읽고, 밥 먹자고 말하는 것도 너무 티 나는 건 아닐까 생각해요. 상대가 저를 부담스러워하면 어쩌지, 괜히 친절을 착각한다고 느끼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 컸어요. 그래서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기보다 숨기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썼어요. 웃긴 건 저는 상대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거리를 둔 건데, 상대 입장에서는 제가 관심 없는 사람처럼 보였을 거라는 점이에요. 한 번은 그 사람이 먼저 “너는 나랑 둘이 있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는데, 그 말이 너무 오래 남았어요. 저는 좋아해서 피했는데, 그 사람은 싫어서 피한다고 느낀 거죠.


Q. 결국 마음을 전했는지


전하지 못했어요. 그냥… 감정 표현과 사랑이 너무 어려워요.


“예전의 거절이

계속 떠올랐어요”


김민석 / 남 / 28세


Q. 왜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가가지 못했는지


예전에 고백했다가 거절당한 적이 있어요. 그때 상대가 나쁘게 말한 건 아니었는데, 저는 그 기억이 오래 남았어요. 그 뒤로 누군가를 좋아하면 마음보다 거절당하던 순간이 먼저 떠올랐어요. 이번 사람은 다를 수도 있는데, 저는 자꾸 과거의 표정을 현재에 가져왔어요. 답장이 조금만 늦어도 “역시 부담스러웠나?” 싶었고, 약속을 한 번 거절당하면 “이제 끝났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상대는 그냥 바빴을 수도 있고, 별 의미 없는 말이었을 수도 있는데 저는 이미 상처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다가가는 모든 행동이 너무 큰 용기가 필요했어요. 좋아하는 마음이 생겼는데, 저는 그 마음을 키우는 대신 방어하는 데만 집중했던 것 같아요.


Q. 결국 마음을 전했는지


전하지 못했어요. 다만 이제는 그게 상대 때문이 아니라 제 과거 상처 때문이었다는 걸 알아요.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건 용기이기도 하지만, 과거의 상처를 씻어내는 일이기도 한 것 같아요. 


“너무 좋아해서

오히려 아무것도 못 했어요”


이다영 / 여 / 24세


Q. 왜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가가지 못했는지


마음이 적당하면 오히려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데, 너무 좋아지면 아무것도 못 하겠더라고요. 그 사람의 작은 말 한마디에 하루 기분이 바뀌고, 답장이 조금 늦으면 제가 뭘 잘못했나 생각했어요. 그런 제 모습이 싫어서 더 티 내지 않으려고 했어요. 좋아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즐거운 게 아니라 불안해졌어요. 사실 그 사람은 저에게 별다른 잘못을 한 적이 없어요. 그런데 제가 혼자 기대하고, 혼자 실망하고, 혼자 마음을 접었다 폈다 했어요. 그러다 보니 가까워지고 싶으면서도 거리를 뒀어요. 상처받기 전에 먼저 멀어지는 습관이 생긴 거죠.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저는 제일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 됐어요.


Q. 결국 마음을 전했는지


전했어요. 대신 사람과 멀어지고 나서야 제가 얼마나 겁이 많았는지 알게 됐어요. 좋아하는 마음은 숨긴다고 사라지는 아니라, 말하지 못한 기억으로 남더라고요. 이제는 너무 좋아서 아무것도 한다는 말이 낭만이 아니라,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는 방식일 있다는 알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