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이 매거진을 만들었을 때, 그러니까 팔로워가 100명도 채 안 되던 시절, 나의 지인이 내게 해 준 말이 있다.

"성공은 지수함수 그래프라고 하더라구요." 그때까지만 해도 만 명 앞에 선다는 것은 꿈도 못 꿀 정도였고, 3만 명이라는 숫자는 상상 속에도 존재하지 않는 거대한 수치였다. 그러니까 수만 명 앞에 선다는 것은 지금껏 살면서 가정해 보지도 않았던 장면이다. 나의 개인 블로그 이웃이 100명 조금 넘던 시절, 업로드한 글에 공감이 10개 이상 달리면 설레는 마음에 내가 쓴 글을 몇 번이나 다시 읽어 보기도 했다.

이제는 내가 쓴 글을 읽는 사람의 수는 3만 명을 넘겼고, 자고 일어날 때마다 백 명 이상의 팔로워가 추가되어 있고, 어떤 글을 올려도 공감(좋아요)이 100개 이상 달린다. 아, 참 하루하루가 새롭다.

3만 명 기념 자축은 여기까지만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


최근 몇 개월 사이 웹매거진이 정말 많아졌다. 내가 처음 이 시장에 들어올 때만 해도 이곳은 블루오션이었는데, 갑자기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느 매거진 계정에서 '인스타 매거진 시작하는 법'까지 소개할 정도이니 말 다했지 뭐.

요즘은 나의 인스타그램 본계정으로 스토리를 넘기다 보면, 스토리 사이에 등장하는 광고에도 웹매거진이 뜬다. 솔직히 뭐가 뭔지 모르겠다. 웹매거진계의 '붐'이 불면서 예전에 비해 신생 매거진이 몸집 불리기는 쉬워졌다. 하지만 '진짜 팬' 찾기는 그만큼 어려워졌다.


이제는 '서울 맛집 여기 다 있어요'라던가, '부산에서 뭐 하니' 등과 같은 양산형 지역 맛집•카페 추천 계정을 팔로잉하는 느낌으로 웹매거진을 팔로잉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말이다. 이 계정이 저 계정 같고, 저 계정이 이 계정 같다. 나의 친한 지인들부터 내가 블라블라를 운영한다는 것을 모르는 지인들도 내게 이런 식으로 이야기한다. 숏폼 콘텐츠에 질려서, 양산형 콘텐츠에 질려서, '나만의 웹매거진' 하나 가져 보고 싶어서, 뭐 저마다의 이유로 인스타 매거진을 찾고, 만들고, 그런 것이 겠지만, 결국 이곳도 이제는 가벼운 것들로 채워지고 있다는 말이다. 뒤넘스러운 조언처럼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신생 매거진 운영자분들께 조언 한 말씀 올리고 싶다. 지금 시기에는 광고 올려도 투자 대비 성과를 내기 어렵고, 잘 나가는 매거진 게시글에 댓글 단다고 해서 비약적인 성장을 하기는 어렵다는 말을. 너무 의도가 뻔한 행동이 많이 보여서 이 자리를 빌려 적어 본다.


노래 추천, 영화 추천, 책 추천, 옷 추천, 그래, 뭐 나도 이것저것 추천할 건 많다. 하지만 그것들은 곧 '내 콘텐츠'가 아니기에 언젠가는 소재가 고갈되는 날이 올 것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이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겠다고. 알고리즘 타는 법도 알고, 재밌는 글을 쓰는 법도 알고 있다면, 이제 조금 더 내가 하고 싶었던 예술을 이 판에서 표출해 보자고. 그런 생각이 들던 4월 끝자락에 나는 스토리를 하나 올린다. '하고 싶은 글을 하고 싶습니다. 보다 도전적인 작업물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다수가 좋아할 만한 글이 무엇인지 알고, 다수의 클릭을 얻어낼 수 있는 글이 무엇인지 잘 압니다.

그럼에도 저는 제가 하고픈 글을 하겠습니다. 좋아요 수에 신경 쓰기보다는 더 가치 높은 것들에 집중하겠습니다. 이제 좀 컸잖아요. 혼자 많이 왔습니다. 아직 엄청 몸집이 커진 건 아니지만, 2만 6천이라는 숫자, 이제 적은 숫자는 아니잖아요.

아직 다 보여드리지 못했지만, 이 정도면 입만 산 놈은 아니라는 거 콘텐츠로, 결과로, 수치로 보여드리고 있잖아요. 이제 앞으로는 하고 싶었던 것, 만들고 싶었던 콘텐츠, 보여 드리고 싶었던 것들, 구체화하기 어려워 뇌가 간지러웠던 상상들을 하나하나 보여드릴게요. 잠깐 반짝하고 사라지는 계정이 아닌 지속 가능한 매거진으로 대중들의 인식에 자리 잡아서 모두가 아는 블라블라가 되는 날까지.'


안녕하세요. 블라블라매거진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독자이자 현재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있는 프리랜서 그래픽 디자이너입니다. 보내 주신 메시지를 몇 번이고 읽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 제가 있다면 참 기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안드립니다. 저랑 함께 일해보실 생각 있으신가요?

염세적인 생각을 조금만 접어 두겠습니다. 우선은 이야기 좀 나누고 싶습니다. 이것이 기회인데 제가 놓치는 것만 같아서요.

나는 무신론자다. 하지만 신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을 좋아한다. 해당 스토리를 올린 날 새벽, 어느 디자이너분으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기는 어렵겠지만, 대충 오래전부터 나의 계정을 인상 깊게 보고 있었고, 함께 블라블라를 더 크게 키워 보고 싶다는 연락이었다. 나는 고민했다. 내가 만든 무언가가 크게 성장하여 대중성을 띠면 좋겠지만, 그건 정말 꿈에 불과했던 것이고, 현재 나는 본업이 있을뿐더러 언제까지고 내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분과 무보수로 작업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 하지만 살아가다 보면 준비된 자에게는 찾아오는 기회가 몇 번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것이 내게 온 기회 같았다. 그 기회를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혼자 계정을 운영하며 이까지 온 건 맞지만, 나는 나의 한계를 명확하게 안다.


내가 블라블라에 갈아 넣은 거의 모든 것과, 지향하는 방향, 내게 영감을 준것들, 내 가치관 등의 모든 것들을 담아서 보냈다. 가치관적으로, 심미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닮아 있다는 점이 그토록 반가울 수 없었다. 내가 고민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우려하는 부분이 무엇인지까지 겹칠 정도이니 말이다. 그런 나와 디자이너님이 현재 함께 진행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는 아직 비밀이다.

아직까지는 시작도 안 했다. 이제 많이 컸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어쩌면 블라블라 매거진을 3만 명 때에 팔로잉한 여러분들이 '초창기 멤버'가 될 수도 있다. 그만큼 나의 꿈은 커졌고, 내 상상은 현실이 되고 있다. 나의 젊음을 이곳에다 갈아 넣을 것이다. 나는 무언가에 미쳐야 살아 있음을 느낀다. 미칠 수 있는 무언가가 내 삶에 새롭게 생긴 것 같아서 좋다. 결과와 성과가 수치로 명확하게 나타나니 더욱 좋다. 올해 목표였던 5만. 생각보다 빠르게 달성할지도. 3만 명 자축과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한 스포일러를 담은 글, 여기서 줄인다. 길고 긴 여름의 초입에서 이상준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