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수능 중독자의 조언 얘들아 내가 진지하게 말할게. 너네 그렇게 재수해서 절대 대학 못 간다. 형이 해 봐서 안다. 수능에 중독되어 집안 박살 난 꼴 한두 번 본 거 아니다. 진짜 만만하게 보고 공부하다가 현역 때보다 낮은 성적표 받고 울고불고 난리 나는 거다. 재수나 N수를 성공할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너네가 현역보다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재수하는 애들 대부분은 '그냥' 한다. 그냥 성적 안 나왔으니까 다시 해 보려고. 이때까지 알고 있던 얄팍한 지식을 다 지우고 새로 개념부터 차근차근 채워 넣어야 하는데, N수생들은 거만해서 절대 그러려고 하지 않는다.
"어? 이건 배웠던 거니까 대충 훑고 가자", "어? 이건 지금 안 해도 돼~" 안 봐도 비디오다.
어떤 공부든 공부를 할 거면 제대로 해라. 나는 이걸 재수 때 깨달았다. 수능 중독 / 남 / 사수 끝에 원하는 대학 합격
02. 유일한 도피처라서 나이 스물다섯. 저는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어요. 잘하는 것도 없어요. 그렇다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에요. 매년 똑같은 패턴이죠. 6월까지 대충 공부하다가 6모를 보고 자극받아서 책 좀 보나 싶다가 다시 풀어져서 놀고, 수능 50일 앞두고 기출 문제집 좀 보다가 수능 망하는 패턴의 반복... 너무나 한심하고 답답한 인간이라는 것을 저도 잘 알아요.
언제까지고 수능 공부를 핑계로 인강이나 듣는 삶을 지속할 수는 없다는 것도 잘 알고요. 집이 잘사는 것도 아니고, 믿는 구석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고등학교 동창들 중 열심히 살았던 친구들은 벌써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고 하고, 누구는 이른 나이에 창업을 해서 사장님 소리를 듣는다는데 저는 아직도 고등학생들이 보는 시험을 붙잡고 있네요. 미치겠어요. 익명 / 남 / 응시 횟수로만 따졌을 때 6수
03. 나의 꿈에 닿기 위해 재수를 선택한 스무 살 여자예요. 고등학교 때, 나름 열심히 학교생활을 했지만, 교내 활동과 교우 관계에 더 신경을 기울였던 탓에 현역 때 입시 결과는 크게 만족하지 못했어요. 저는 중학교에 다닐 때부터 연세대라는 학교를 꼭 가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살았어요. 떠올릴 때면 가슴이 뛰는 그런 공간은 처음이거든요. 솔직히 남들은 재수 때문에 스물을 날리는 거라며 안타까워하지만, 저에게 재수는 제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는 아주 가치 있는 경험이자 시간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의 스물이 남들과는 다르게 더 가치 있게 느껴지고 두려우면서도 기대됩니다. 이제 7달 남았는데요, 솔직히 저도 많이 두려워요. 하루에도 수없이 두려움과 놀고 싶음의 욕망에 사로잡힙니다. 물론 그 욕망을 못 이길 때도 있고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다 보면 반드시... 닿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마음과 이유로 재수를 하고 있습니다! 엘리바덴 / 여 / 재수생
04. 재능이 없어요... 잘하는 것도 없고 이때까지 배운 거라고는 수능 공부밖에 없으니까 이걸 놓을 수도 없고 참 막막하네요. 수능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지금 수능을 포기해 버리면 이때까지 준비한 것들이 너무 아깝기도 하고요. 이번 수능을 잘 볼 자신이 있냐고 묻는다면 또 그건 아니에요. 그래서 정말 어려워요. 잘 모르겠어요. 현우진사생팬 / 여 / 삼수생
05.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하고 싶은 걸 해! 이 계정을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던 문구다. 그 문장에 홀려 팔로잉을 했고, 그 문장에 홀려 재수를 시작했다. 열네 살 때부터 간절히 바라던 학과에 예비가 돌지 않아서 합격하지 못했다. 정말 그 공부를 하고 싶어서, 내가 원하는 학교에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하기 위해서 1년을 투자하고 있다. 지나고 봤을 때 후회하지 않도록 정말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 나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으면 한다. 꼭이루자 / 여 / 재수생
06. 전남친 때문에 동경이자 그리움의 대상인 전애인이 명문대에 조기입학을 했었다. 헤어지고 나니 욕심이 났다. 나도 그 사람처럼 좋은 학교에 가고 싶어졌다. 어쩌다 보니 그것이 동기부여가 돼서 삼수를 하고 있다. 쿨쿨 / 여 / 삼수생
07. 정지 버튼을 누른 채 공부를 애매하게 잘했던 탓에 욕심이 생겨 수능을 세 번 보았어요. 잘할 거면 확실히 잘하든가, 정말 더 죽어라 공부를 했었어야 했는데 말이죠. 애매한 재능조차 최고의 재능이었던 집안에서 태어나서인지, 어릴 때 꿈이 뭐냐 물으면 항상 의사라고 답했던 탓인지 주변 가족들은 수능을 여러 번 보는 것에 일조했습니다. 밉기도 하고 부담이 돼 모든 것을 떨치고 숨어버리고 싶다가도, 어떻게든 지원을 해주는 것이 고마워 버텼습니다. 그렇게 수능을 세 번 보았네요. 20대가 되어 남들이 인생의 동영상 2년 동안 화려하게 재생하고 자신의 알고리즘으로 채워갈 때 저는 정지 버튼을 누르고 검은 화면 가득한 채로 살아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멀뚱히 있던 것은 아니고, 나름 펜과 공책을 앞에 두고 아등바등 살아온 것 같습니다.
지금은 대학에 적응하여 잘 지내고 있지만 그때의 시간들이 가끔 그립네요. 수능 공부가 그리운 것은 아닐 테고, 아마 확실한 목표 하나를 향해 달려야 할 길이 정해진 탓일 듯합니다. 과정에서의 길 헤매기 그리고 불확실성은 이제 막 즐기기 시작해서 아직 두려움이 공존합니다. 확실성에서 오는 무던함이 그리운 것 같아요 Chaos / 여 / 삼수 후 대학 진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