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해방촌' 녹사평역에 내려 쭉 직진하면 보이는 해방촌. 홍대의 범위가 연남동까지, 더 나아가 연희동 끝자락까지 늘어난 것처럼, 해방촌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해방촌 초입에 위치한 마을버스 정류장. 용산02를 타고 가파른 경사길을 올라가면 보이는 신흥시장. 녹사평역 횡단보도 하나 건너면 '-리단길'의 원조 격인 경리단길이 보이고, 조금 오버해서 산책 좀 하면 나오는 이태원.
어디서부터 해방촌이고 어디까지 해방촌으로 봐야 할까. '해방촌 맛집'을 검색하면 난감할 정도로 이태원에 위치한 가게들이 줄줄이 나온다. 가을은 해방촌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해방촌 뷰를 보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장소는 'S. cafe'. 커피 한잔 마시고 해방촌 입구까지 내려와 칵테일을 한잔해 보는건 어떨까. 근처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맥주를 산 뒤, 사람 구경하며 노상 까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장기하 노래 듣기 어쩌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노래. 무심하게 말하듯 툭툭 던지는 메시지. 쌀쌀한 가을 공기, 서울 향기, 저녁 풍경. 그때 듣는 장기하 노래. 모든 분위기가 절묘하게 맞아떨 어진다. 특히 장기하 노래는 해방촌에서 들을 때 가장 맛있다. 장기하 노래를 처음 듣는 이들에게 내가 추천하는 노래는 '그때 그 노래', '아무도 필요 없다', '별거 아니라고'.
빠질 수 없는 북촌 가을 하면 빠질 수 없는 북촌. 안국에서부터 시작해 북촌으로 가는 그 길은 사계절 내내 예쁘지만, 가을에 특히 더 예쁘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 국립 현대미술관, 등등 핫플레이스가 즐비한 장소지만, 사람 많은 곳에 가는 것은 피곤하다. 북촌 골목 곳곳에서 열리고 있는 작은 무료 전시회를 구경하고 경복궁까지 걸어가 보는 건 어떨까?
눈을 돌리면 보이는 단풍을 잔뜩 만끽해 보자.
쇼핑은 참기 가을은 충동적인 계절이랬나. 날이 쌀쌀해지고 겉옷을 꺼내 입을 때가 되면 옷장을 열어 본다. 입을 게 없다는 생각이 들고 뭐라도 사야겠다 싶을 것이다. 가을에 급히 장바구니에 담아 쇼핑한 것들은 대개 한 달을 채 못 갔다. 가을은 잠깐이고 겨울은 길다. 아직 지갑을 열 때가 아니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쇼핑하고 싶어서 미치겠다면...
좋은 책을 쇼핑해 보는 건 어떨까?
가을은 독서의 계절. 김언 시집 '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문학동네시인선 102), 허연 시집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문학과지성 시인선 542), 기형도 시집 '입 속의 검은 잎'(문학과지성 시인선 80).
술은 조금만 가을은 금방 왔다가 금방 지나간다. 숙취에 시달리며 며칠 지내다 보면 가을은 온데간데없다. 효과도 없는 숙취해소제 몇 병 마시다 보면 어느새 패딩을 꺼내 입어야 한다.
술은 겨울에 마셔도 늦지 않다. 그래도 술은 빠질 수 없다는 당신에게. 가을에는 도수 낮은 하이볼과 칵테일 한잔 정도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