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한 번쯤 갈 만할까?
01. 훈련소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한 이후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휴대폰을 하루 이상 사용하지 않을 일이 없다. 훈련소에 처음 가면 사회와 단절된 듯한 기분이 들며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어렵지만, 동기들과 말이 트고 나면 휴대폰 이상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요즘은 사라졌다고 하지만, 군대 다녀온 남자들이라면 '인터넷 편지'에 대한 기억도 어렴풋이 남아 있을 것이다. 매체와 단절된 공간에서 사회에 있는 친구들의 연락을 편지로 받아 보는 것은 나름대로 재미가 좋았다.
군대, 한 번쯤 갈 만할까?
02. 동기 선임들은 어차피 가고, 후임들은 시간 지나면 나를 잊는다.
가장 오랫동안 남을 사람이 바로 동기다. 동기들과 사이가 좋지 못하여 군생활 내내 트러블이 있는 사람도 있는 한편, 나는 동기들 덕에 군생활이 배로 빨리 갔던 것 같다. 마음 잘 맞는 동기들과 군생활을 함께한다는 것은 축복이다. 점호 끝나고 TV를 틀어 놓고 보지도 않은 채 동기들과 떠들던 기억은 지금보다 훨씬 시간이 지나고 회억해 보아도 그리울 것 같다. 실제로 전역을 앞두고 나는 동기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아쉬움을 많이 느꼈다.
군대, 한 번쯤 갈 만할까?
03. 생활 갇혀 있다는 생각에 빠져들면 스트레스받는 건 본인이다. 군대도 하나의 사회다.
나는 군대가 길고 긴 수련회라고 생각하곤 했다. 자유가 제한된 수학여행. 시간 지나면 별거 아니게 될 계급 부심에 취해 괜히 후임들을 괴롭히지 말고, 웃고 떠들다 보면 시간이 지난다. 지나고 보니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모두 추억이다. 추운 겨울 산더미같이 쌓인 눈을 제설한 것도,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날 근무를 서다 쫄딱 젖은 것도, 추운 겨울 후임과 저녁을 먹고 아이스크림 하나 먹으며 산책하던 것도, 이런저런 사건들도 모두 지나고 보니 추억이다.
군대, 한 번쯤 갈 만할까?
04. 외출과 휴가 근무를 서다 보면 한 걸음만 나가면 사회인데 나갈 수가 없었다. 군에 있을 적 우리는 외출이나 휴가만 바라보고 하루하루를 살았다. 나는 말이다. 휴가에 나올 때마다 '내가 당연히 있어야 하는 공간에 있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전역이 다가왔다. 애인 있는 사람들이라면 외출 때마다 애인을 보면 될 것이고, 부대와 집이 가까운 사람이라면 집에 다녀와도 된다마는 그렇지 못한 경우에도 외출은 그 자체로 즐겁다. 특히 짬 낮을 때는 바깥 공기 마시는 것만으로도 좋으니까.
군대, 한 번쯤 갈 만할까?
05. 가라 치기 하라는 것만 하고, 지켜야 할 거 다 지키고 살면 좋겠지만 그러면 재미가 없다. 큰 사고를 치면 군생활이 늘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큰 사고를 치는 건 안 되지만, 적당한 선에서 가라 칠 수 있는 건 치면서 군생활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그래야 시간도 잘 간다... 군생활하다 보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이다.
군대, 한 번쯤 갈 만할까?
06. 자기 계발은 필수 이 말을 하기 위해 이 글을 기획했다. 다들 군대는 '청춘을 버리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군대 때문에 이거를 못 하고, 군대 때문에 저거를 못 하고, 군대만 아니었으면 진작 무언가를 했을 것이라며 불평을 늘어놓는다.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그렇다면 사회에 있을 때는 그렇다 할 성과를 내었는지.
군대에서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이라면, 안타깝지만 사회에서도 똑같다. 군대에서 하는 일이 아무리 힘들다고 하지만, 특수부대에 가지 않는 이상 사회에서 겪게 될 웬만한 일보다 쉽고 수월하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다 보면 본인만 손해다. 다 피곤하고, 다 스트레스받는다.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말이다. 나는 훈련소 때부터 빠짐없이 운동을 했고, 상병이 꺾인 뒤로는 하루도 빠짐없이 독서실에 가서 책을 읽고 글을 썼다. 군대에서 뭐라도 하면 뭐라도 된다. 훨씬 더 나은 버전의 당신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어설픈 계급 놀이에 취해 영웅 놀이나 하지 말고 자기 계발을 해라. 전역하고 후회하지 말고 뭐라도 해라. 전역을 손꼽아 기다리지만, 막상 전역이 오면 막막해하는 이들이 참 많다. 안타깝다.
군대, 한 번쯤 갈 만할까?
맺으며… 건장한 대한민국 남자라면 반드시 한 번은 다녀와야 하는 군대. 군대에 있다 보면 편한 보직을 받아 남들보다 편안히 군생활하는 사람들도 저마다의 고충이 있고, 남들은 다 놀러 가는데 나만 '갇혀' 있다는 생각에 화가 나기도 한다.
막내일 적부터 전역을 앞둔 선임들과 근무를 탈 때면 꼭 물어봤던 질문이 있다.
"000 병장님, 살면서 한 번쯤은 군대에 올 만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내 질문에 '절대 아니다'라고 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다들 익숙해진 것인지, 아니면 군대가 생각한 것보다 나쁘지 않아서인지 모르겠다. 나 또한 입대 전까지 군대는 '청춘과 시간을 낭비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했지만, 지나고 나서 나의 군생활을 돌아보니 글쎄다. 좋지 못한 기억보다 좋은 기억이 더 많았다. 군대 때문에 '청춘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다. 그래, 전부 본인 하기 나름인 것 같다. 겨울에는 여름을, 여름에는 겨울을 그리워하는 간사한 인간의 기억 미화라고 하면 기억 미화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군생활, 몰입하지 않고 적당히 즐기면 꽤 재밌다. 스마트폰도 사용이 가능하고, 과거에 비하여 휴가나 외출도 자유로워졌기에 군대가 편해졌다고 하지만, 아무리 군대가 편해도 군대는 군대다.
그럼에도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군대가 과거보다 편해진 것은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군대에서 좋았던 기억을 몇 개 적어 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