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를 돌아다니다 보면 피로도 높은 콘텐츠를 접하기 십상인데, 우연한 기회에 레트로한 이미지를 물씬 풍기는 블라블라 매거진을 구독하게 되었다. 이곳에 올라오는 글을 읽다 보면 다들 인디영화에 나올 법한 주인공처럼 각자 했던 경험들을 이야기로 풀어내는데, 그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져서 1년 정도 지켜보게 된 것 같다. 저마다의 스토리를 가지고 사는 블라블라 팔로워들과 요즘 용어로 '커피챗'을 하고 싶어서, 이렇게 용기를 내어 투고하게 되었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경험과 주관에 의해 쓰여진 글이다. 살짝만 긁어도 상처를 많이 받는 편이라 이런 공개적인 계정에 투고하기까지 망설임이 많았지만, 그래. 그냥 써 봤다!
나는 30대 후반이다. 나는 마흔이 되기 이전에 꼭 이루고 싶은 2가지가 있었다. 'C 레벨'이 되거나 '연봉 1억'이 되는 것이 내 꿈이였는데, 정말 뒤도 보지 않은 채 앞만 보고 달렸던 탓에 마흔이 되기도 전인 서른여섯에 목표 중 한 가지를 달성하고야 말았다. 목표를 생각보다 빠르게 이루게 되었는데, 막상 이루고 나니 간절히 바라던 그것은 내 인생에 반전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본업을 하며 04년생부터 90년대생까지 많은 사람들의 요청을 받는데, 그들의 요청을 받으며 느낀 사실은 '혼자만이 그 길을 힘들게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생각보다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고', '그 길을 어떻게 가야 할지 잘모르는 친구들도 많다'는 것이었다.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 되고 싶은 것이 없어서. 진로상담, 신입사원의 회사 생활 고충 이야기, 여행을 좋아해서 여행을 자주 가는데 이게 잘못된 일은 아닌지, 이런 것까지 고민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대부분 '지금 이렇게 사는 게 맞는지'에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중 하나를 예로 들자면 '저는 자주 여행을 가서 돈이 없어요. 이렇게 여행만 가도 될까요?
저한테 남는 게 뭘까요?
저는 청춘을 잘못 보내고 있는 것일까요?'라는 고민 그럴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떠한가. 내게 여행은 '도피'였다. 20대 내내 죽을 만큼 힘들었던 나는 항상 사회로부터 열심히 도망갔다. 비행기 한 번 탈 때마다 월급이 바닥날 정도의 가난뱅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항상 LA로 도망갔는데, 그 도망의 경험들은 남들이 비난하는 'YOLO'로 비추어지기도 했지만, 그 당시 내게는 유일한 숨통 즉 살길이었다.
본인이 원하는 것이 여행이라면 마음껏 여행을 가라고 하고 싶다. 여행을 통해 견문을 넓히지 않아도 되고, 무언가 대단한 것을 얻지 않고 와도 된다. 그 나라의 음식이나 문화, 그런 뻔한 클리셰를 경험해 보지 않아도 괜찮다. 당신이 어떤 것을 결정하고 그것을 직접 행하고 그 광활하고 깊은 바다 위를 건너 타국에 갔다는 것 자체만으로 매우 의미 있다는 것이다. 한 번이라도 그곳에 발을 내딛었다는 것은, 지구상에서 당신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곳을 하나 더 만들었다는 뜻과도 같으니까. 엄청 멋진 경험과 용기라고, 당신이 너무 대단하다고, 나는 당신에게 호들갑을 떨면서 말해주고 싶다.
때로는 쓰린 가슴을 쥐고 음소거 버전으로 울부짖던 때, 소쩍새처럼 슬픔을 삼키며 울었던 때, 고라니처럼 꺽꺽대면서 울분을 토해 내면서 울었던 수많은 시간들. 어쩌면 나는 여러분들보다도 몇천 배는 울어도 울었을 것이다.
여러분들만이 그 힘든 길을 혼자 걸어가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 사랑 때문에 힘들었든, 친구, 주변인, 가족 때문에, 혹은 그 이외의 많은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일들 때문에 힘들었을지라도 우리 모두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이겨나가면서 살아가고 있으니, 힘들고 아플 때는 실컷 슬퍼하고, 이후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라'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블라블라 매거진에는 다양한 양상을 띠는 '사랑'의 모습들을 볼 수 있다. 나는 그 어떤 사랑의 경험도 틀리지 않았음을, 당신이 했던 그 모든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그 퐁실퐁실한 감정들이 좋았다면 경험이고, 힘들었다면 교훈이었다고 말해 주고 싶다. 결국 우리는 사랑을 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되는 것 같다. 사랑은 사랑으로 잊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랑으로 조금 달라진, 더 나은 버전의 당신이 새로운 누군가와 새로운 감정을 만들어 나가며 새로운 색깔을 만드는 것이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 그러니 사랑으로 인해 조금도 상처받지 않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어쩌면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당신에게 전한다. 나의 지난 15년을 회억해 보면 나도 참 아등바등 열심히도 살았는데, 살다 보니 '생각보다' 세상은 대충 흘러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토록 완벽을 토하며 열심히 해왔던 것들도 조금 더 힘을 빼도 됐을 텐데 싶고, 이게 된다고?
싶었던 순간들을 거쳐와도 결국 삶에서 그렇게 죽을 만큼 잘못될 일이 아니었다. 시그니엘 팔십몇 층의 내 집에서 삶은 이토록 힘든 것이였냐며 23번째 에르메스 백을 내동댕이치면서 울 만큼 잘 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오늘 하루와 주변인들 그리고 주변의 사물에 대하는 당신의 태도가 제일 중요하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것은 당신 자신이라는 사실도. 항상 주변인들로부터 이기적이라는 소리를 몇십 년간 들어왔지만 한 번도 아니라고 대꾸하지 않았다. 인정도 부정도 아니였다. 이기적임은 나만이 나를 지켜내는 데 필요한 내 귀의 근육, 내 마음의 근육을 기르기 위한 나만의 생존 방법이었다.
나는 오늘부터 당신의 하루가 무한한 안녕으로 찰 수 있기를 꼭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