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 흩뿌린 사랑 서울에서 연인들이 가장 많은 장소라고 하면 한강이 아닐까 싶다. 한강에 흩뿌리고 온 나의 사랑은 몇 개나 될까. 돗자리 깔고 한강을 바라보며 기대 앉아 기약한 영원이 몇 개인데, 남은 것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괜스레 씁쓸해지곤 한다. 비우거나 채우거나. 내가 한강을 찾는 목적은 그 둘 중 하나였던 것 같다. 무언가 비우고 싶은 것이 있을 때면 혼자 한강을 찾아 몇 시간 동안이나 멍을 때리다 돌아갔고, 채우고 싶은 것이 있을 때면 또 그렇게 누군가와 무언가를 채우고 돌아갔다. 기껏 채우고도 다시 비우러 가는 곳이 한강이지만, 결국 남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이 한강이라서. 그래, 내게 한강은 그런 공간이다. 나는 또 무엇을 비우러 한강에 가야 하는가. 성북구글싸개 / 계절마다 한 번씩 방문
한강과 청춘, 청춘과 한강 나는 왜 한강에 가기 시작했을까. 처음엔 바다에 대한 그리움을 잠재우려고 갔던 것 같다. 즉흥적으로 바다를 가기엔 시간도 없고, 어리고 돈도 없었던 나에게 한강은 유사 바다와도 같은 존재였다. 한강에 가면 바다와 비슷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한강에 방문하게 되었다. 바다에 가는 것이 버거웠던 당시에는 한강을 가는 것 또한 엄청난 시간과 체력이 들었기에 나는 함께 한강에 가는 사람들을 신중히 골랐고, 그것에는 나만의 기준이 있어서 기준에 꼭 맞는 사람들과만 한강을 가곤 했다. 함께 시간을 보낼 때 편안한 사람들 위주로 꼽았던 것 같다. 한강을 바라보며 그냥 가만히 앉아 있었던 것도, 잔디밭에서 뛰어놀던 것도, 사소했던 그 모든 순간들이 아직까지도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아직도 한강에 가면 순수했던 기억들과 추억들이 떠오르며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 시절 나와 내 친구들의 모습이 그려지며 감정이 살아난다.
한강에 담긴 좋은 추억들도 있지만 그곳에는 나의 아픔도 묻어 있다. 생각할 것이 많아질 때면 한강을 찾았다. 내 세상이 다 무너진 듯한 기분이 느껴질 때면 나는 한강에 가서 혼자 울었다. 모든 것이 다 무너진 것만 같았는데, 그 또한 시간이 지나고 나니 별거 아닌 일이었고, 결국 그 모든 시간을 견디고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것이란 생각에 한강을 바라볼 때면 내가 성장했다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바다에 가지 못한 내가 방문하던 한강이, 내게는 대체품과도 같았던 공간이 어느새 바다 그 이상의 의미를 주는 공간이 되었고, 바다보다 더 많은 추억이 담긴 공간이 되었다. 한강에 갈 때면 여러 감정이 든다. 그때 그것도 버텼는데 이거 하나 못 버틸까, 이런 생각이 들며 더욱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마침 한강에 갔다가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이 글을 써 본다. 채흔 / 달에 네 번 정도 방문
재수 기록 내게 스무 살의 여름을 각인시켜 준 너는 시간이 흐른 지금도 나에게 있어 가장 큰 존재다. 재수 생활 중 유일한 나의 숨통과도 같았던 너는 나와 성격도 취향도 정반대였지만, 나는 그런 너에게 더욱 끌릴 수밖에 없었다. 너는 늘 능글맞은 투로 언제 고백할 거냐며 내게 장난을 치곤 했고, 너는 그해 8월 뚝섬 한강공원에서 나에게 고백했다. 고백 당시 들리던 노래에서도 여름밤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한참 지난 지금 글을 쓰면서도 심장이 뛸 정도이니, 그 고백이 내게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겠지. 네가 사랑하는 여름을 시작으로 벌써 세 번의 계절을 함께 보냈다. 나에게 한강은 그런 낭만과 뜨거움을 안겨 준 존재다. 헤어지는 지하철역 안에서 한 입맞춤은 평생 잊을 수 없겠지. 아마도 그럴 거야. 린 / 한 달에 한 번 뚝섬 한강공원 방문
기억을 따라 흐르는 한강 도시는 참 빠르게 흘러간다. 사람들은 바쁘게 지나가고, 차들은 끊임없이 도로를 메운다. 계절은 어느새 바뀌고 그 안에서 우리의 기억도 흘러간다. 하지만 그 모든 흐름 속에서도 나에게는 멈추고 싶은 공간이 있다. 그곳은 망원과 여의도 한강이다. 이 두 곳은 내 기억이 머물러 있고, 내 마음을 위로해 주는 특별한 공간이다. 여의도 한강공원은 내게 첫사랑의 기억을 안겨준 곳이다. 어느 봄날 저녁, 선선한 바람이 부는 한강 둔치에서 나는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에게 고백을 받았다. 그녀의 떨리던 목소리와 나를 바라보던 그 눈빛이 아직도 선명하다. 강 건너편으로 빛나는 고층 빌딩들의 불빛 속에서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그 서툴렀던 사랑은 지나갔지만, 여의도 한강공원에 갈 때면 추워지긴 했지만 여전히 그날의 공기가 느껴진다. 잔잔한 물결, 강을 따라 불던 바람, 그리고 마음을 채우던 설렘까지. 그래서 가끔은 그 시절 감상에 젖어 혼자 차를 타고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는다. 밤이면 한강의 물소리가 더욱 잔잔하게 들려오고, 그곳에서 나는 그때의 나를 다시 만난다.
망원 한강공원은 또 다른 기억을 담고 있다. 그녀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망원에서 이촌까지 달렸던 날이 생각난다.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강 옆길을 따라 페달을 밟던 그 순간들. 단순히 자전거를 탄 게 아니었다.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꿈과 일상을 공유하며 함께 미래를 상상했다. 망원에서 시작된 그 여정은 자전거 바퀴의 회전처럼, 나의 기억 속에서도 계속 돌아간다. 망원 한강공원을 혼자 다시 찾은 날, 나는 양화대교에 올라갔다. 대교 위에 서서 강 건너 여의도의 불빛을 바라보면 참 묘한 감정이 든다. 화려한 빛이 강에 비치며 춤을 추고, 그 아래 한강은 조용히 흘러간다. 그곳에서 나는 생각을 정리한다. 낮에는 찬란한 윤슬이, 밤에는 고요한 물결이 내게 속삭인다. 나를 둘러싼 감정과 기억들이 그곳에서 정리되고, 마음의 여유를 되찾게 된다.
망원과 여의도 한강공원은 나에겐 단순한 공원이 아니다. 이곳은 내가 그토록 그리워하는 공간이고, 동시에 나를 위로해 주는 안식처다. 한강은 흐르고, 그 흐름 속에서 나도 흘러간다. 이 공원에 머무를 때만큼은 그 흐름 속에서 잠시 멈춰 서게 된다. 지나간 사랑, 남겨진 추억, 그리고 새롭게 찾아온 나 자신. 이 모든 것이 나를 만들어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한강은 그냥 서울 사이를 가로지르는 강일 뿐이지만, 공원마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다. 여의도와 망원 한강공원은 내게 추억과 위로를 안겨준 곳이다. 이곳에서 나는 나를 만나고, 잊고 있던 나를 발견한다. 앞으로도 나는 이 공원을 찾으며 내 안의 기억과 화해하고, 내 삶을 더 단단히 채워간다. J / 시간이 날 때마다 여의도 한강공원과 망원 한강공원에 차를 타고 방문
일렁이다 마음을 비워야 했다. 생각 또한 비워내야 했다. 그렇게 무작정 반포 한강공원을 찾았다. 아, 반포가 아니라 뚝섬이었나. 아무튼 너를 비워내기 위해 나는 한강을 찾아갔었다. 너와 나는 많은 곳을 가 보았지만, 한강만큼은 함께 가 보지 않았던 터라, 한강이라면 너를 비우기 수월할 것만 같아서. 그래서 나는 한강을 찾았던 것이었다. 자동차와 버스, 택시의 굉음을 뚫고 나는 한강을 찾아갔었다. 날은 추웠고 그 탓에 사람이 적었던 것 같다. 돌계단에 앉아 편의점에서 사 온 맥주를 뜯으며 한 모금 마셨다. 빌었다. 한 모금 마셔나갈 때마다 너를 비워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조금씩 마셔나갔다. 물결은 잔잔했고, 찬바람이 불어와 몸이 차가워져 갔다. 하지만 마음은 아직 너를 향해 있었기 때문일까 식을 줄 모르고 내 마음을 태워 갔다. 한강은 이런 내 속을 모르는 건지 그저 바람이 불듯 잔잔하게 물결을 일렁이었다. 그렇게 한강 물을 바라보며 맥주를 한 모금씩 마시고 캔을 비워나갔다. 하지만 끝내 나는 너를 비워낼 수 없을 것 같다.
마지막 한 모금 남은 맥주 캔을 그대로 버리며 그 자리를 떠나갔다. 한강이 계속해서 일렁이듯이 나도 그 자리에서 일렁일 수밖에 없는 미련인가 보다. 새련 / 무응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