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 나는 말이다. 늘 남의 사소한 단점 하나 발견하는 순간이면 눈에 불을 켜고 신랄하게 비판질을 해대지만, 사실 스스로 돌이켜 봤을 때, 그리 떳떳하지는 못한 모순된 인간이라서. 나이를 먹으며 어린 티를 벗었다고 자부했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 한 겹 두 겹 쌓였던 것이었고, 나의 지난 세월이 허무하다 못해 이제는 아까워 미칠 지경이다. 다만, 나는 내가 고고하고 무결한 존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나를 너무나도 잘 알아서 스스로를 대견한 사람인 양 치켜세우며 거짓된 과장을 하지는 못하겠다.

누구는 누구보다 천박하면서도 연필만 잡으면 세상 가련한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고, 누구는 누구보다 더러우면서도 본인의 문학 세계에서는 아르테미스*가 된다. 나는 나를 너무나도 잘 알아서 나의 문학 세계에서조차 나는 찌질한 무언가로 묘사되고, 내 사랑에는 영화 같은 면이 없다. 이러한 부분에서는 내가 반성할 거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나는 그들에게 이 글을 보이며, 최소한 양심의 가책을 문책하고 싶다. 그렇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겠지만. *순결의 여신


나는 감정적인 사람이 아니다. 감정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말은 그 자체로 어폐가 있다. 사람이라면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라면 감정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감정적인 사람'이라고 여기는 이들은 '감정의 지배를 받는 자'라고 볼 수 있고, 이 부분에서 나는 감정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못할 것만 같다. 나는 가끔 가만히 있다가도 화가 난다. 전애인의 과거가 떠오르면서 울화가 치밀어 오르고, 내게 사랑과 이별을 속삭인 그 입으로 다른 남자와 입을 맞추고 있을 그녀의 얼굴이 떠올라 미워지고, 내가 했던 실수들이 떠올라 내가 싫어지고-. 고해성사. 잘못을 고하고 용서받는다면 모든 잘못이 사라진다는 마법 같은 행위. 이 글이 나의 고해성사가 되어 나의 과오와 치부가 사라지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으로 쓰기 시작한 글인데, 나는 바뀔 수 없는 사람인가 보다.

문득 든 생각이 이 글의 주제를 아예 바꾸어버렸다.


<비판문> 당신을 처음 알게 된 지도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나. 당신은 '척'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당신의 나이를 처음 들었을 때야 뭐, 아직은 철이 들지 않을 법도 한 나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고 싶었지만, 이제는 그 방탕함과 현실 파악 능력이 정도를 지나쳐서, 어쩌다 당신의 소식을 접하게 되었는데 알 수 없는 울화와 분노가 차올라서 글을 쓰게 되었다. 원래는 반성문이었던 한 글에, 당신에 대한 글을 덧붙이게 되었다. 이마저도 당신에게는 과분한 대접일지 모르지만, 연말이니까. 사실 내가 분노해야 할 이유는 없다. 어찌 보면 괜한 오지랖에 불과한 행위일 수도 있다. 일전에 업로드된 「가식적이고 껍데기뿐인 당신에게」라는 글에 '성북구글싸개 님은 그녀의 편안한 예술을 질투하시는 것 같아요'라는 댓글이 달린 것을 봤다. 오늘도 비슷한 댓글이 달릴 성싶어 미리 말해 두건대, 나는 호불호가 확실한 사람이다.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에 한해서는 무한한 찬사를 글에 녹여낸다. 내 글에 종종 등장하는 '유은'이 그 예시가 될 수 있겠다. 하지만 나는 모순적이고 위선적인 사람에 한해서는 얄짤이 없다. 오늘 이 글에 나오는 당신도 마찬가지다.


당신은 예나 지금이나 그 '척'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무엇을 먹든, 당신은 무언가를 향유하는 것보다, 향유하고 있는 당신의 모습을 타인에게 자랑하기에 바빴다. 하는 일이라고는 나이에 불문하고 조금만 배우면 할 수 있는 것에 불과하면서, 무언가 되게 열심히 하는 척, 열심히 사는 척, 바쁜 척, 대단한 일을 하는 척, 힘든 척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먹으며 살았다. 물론 그것도 당신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보니 내가 관여할 바는 아니지만, 당신이 대충 그쯤에서 '척'하며 사는 것을 관두었더라면 나의 비판도 여기서 매듭을 지었을 것이다.


당신은 어느 순간부터 당신의 수준을 올려치기 시작했다. 동대문 셋방에 살던 당신은 압구정과 청담 몇 번 가 봤다고 그들과 동일한 수준의 사람인 척하기에 바빴고, 그들이 향유하는 것을 따라간다고 열심히 뒤쫓았다. 그것에서 환멸을 느낀 나는 당신과 거리를 두었고, 내 기억 속에서 당신이라는 사람은 사라졌다. 몇 해 만에 다시 소식을 접하게 되었는데, 어찌 당신은 변함이 없는지. 나는 당신이 이제는 현실을 깨달았으면 한다. 이제는 당신의 나이도 서른이 넘었다.

언제까지고 '감성'이나 '보여 주기 식' 삶에 빠져 살아서는 안 된다. 당신은 내가 생각한 그 모습 그대로 늙어가고 있는 듯하다. 어차피 안 바뀔 테니까. 나는 당신의 5년 뒤 모습도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