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고민. 이제는 햄버거를 먹을 때도 고민을 하는 시대다. 셀 수 없이 많은 햄버거집. 바다 건너 미국에서 넘어온 햄버거 브랜드 들이 한국에 자리를 잡으려 하고 있고, 어릴 때만 해도 보기 어려웠던 수제버거집도 이제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햄버거를 먹는다는 것에는 각자의 취향과 각자의 철학이 있겠지만, 내가 먹는 햄버거는 정해져 있다.
LOTTERIA 롯데리아. 롯데리아 햄버거라고 하면 기겁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오직 롯데리아 햄버거만 먹는다. 롯데리아 햄버거 중에서도 내가 먹는 햄버거는 불고기 버거.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롯데리아 햄버거를 싫어하는 당신도 햄버거 첫경험은 롯데리아 불고기 버거로 했을 가능성이 높다. 어릴 적 학교에서 운동회 따위를 할 때, 나눠 주던 햄버거도 롯데리아 불고기 버거. 롯데리아는 디저트가 제일 맛있는 곳 아니냐며 놀리는 당신도 롯데리아 불고기 버거와의 추억이 있을 것이다.
MoMS TOUCH CHICKEN & BURGER BURGER KING SHAKE SHACK 맥도날드는 인공적인 맛이 강하고, 맘스터치는 느끼하다. 버거킹은 과하고, 쉑쉑버거는 '이 돈 주고 왜 햄버거를 먹는 거지' 싶다. 노브랜드는 끌리는 게 없고, 수제버거는 불편하다. 롯데리아는 깔끔하다. 먹기 전의 기대감에 못 미치는 음식이 생각보다 많지만, 불고기 버거는 예상한 맛 그대로다. 처음 한 입 베어 물었을 때의 만족감이 버거를 다 먹은 후까지 지속된다. 지나치게 달거나 짜지도 않고,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사이드 메뉴도 훌륭하다.
나는 언제부터 롯데리아 불고기 버거에 환장하게 되었을까. 나의 햄버거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본다. 햄버거 첫경험 장소는 롯데리아. 몇 살 때였는지 모르겠지만, 배불러서 햄버거 하나도 다 못 먹었을 때였으니까. 엄청 어렸을 때였겠지. 아무튼 그맘때쯤 햄버거라는 식품을 접하게 되었다.
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었다고?
엄마 따라 마트에 갈 때면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곤 했다. 맥도날드밖에 없었으니까. 그러다 버거킹도 먹어 봤지만 입맛에 맞지 않았다. 햄버거에 이것저것 들어가는 것이 싫었고, 무엇보다 피클이 싫었다. 처음 베어 문 맘스터치 싸이버거는 맛있었지만, 다 먹고 나니 느끼함이 올라왔다. 여전히 롯데리아 불고기 버거는 내 최애 버거였다. 그러다 시간이 좀 흘렀다. 주변에서 하나둘 롯데리아를 욕하기 시작했다. 롯데리아를 까는 것이 일종의 '밈'이 된 것마냥 SNS에서는 롯데리아 햄버거를 못 먹는 음식 취급했다.
아, 롯데리아 햄버거는 맛없는 건가?
남들이 욕하니까 나도 롯데리아에 대한 정이 떨어졌다. 그래. 롯데리아 햄버거는 비싸기만 하고 맛없는 거구나. 그렇게 나도 남들처럼 맘스터치 싸이버거나 버거킹 와퍼 따위를 먹어댔다. 하지만 햄버거를 먹고 일어날 때마다 만족감은 채워지지 않았다. 그러다 서울과 지방을 왔다 갔다 할 일이 잦아졌다. 영등포역과 서울역에는 롯데리아가 있다. 간만에 롯데리아를 먹어 볼까라는 생각에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불고기 버거 세트를 시키고 감자튀김은 칠리 맛 양념감자로, 콜라는 생수로 바꿨다. 그리고 처음 베어 문 한 입.
와... 그래 이게 햄버거지. 나는 사실 롯데리아 햄버거를 그리워하고 있었던 거구나. 남들이 맛없다고 해도 내 입에만 맞으면 그만인 건데. 나는 대체 누구 때문에, 누구 눈치를 본다고 롯데리아를 욕했던 걸까. 자조적인 햄버거 식사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는 여전히 롯데리아 불고기 버거를 좋아한다. 햄버거를 먹고 싶을 때면 늘 롯데리아를 찾는다. 한우 불고기 버거나 복잡한 이름을 가진 버거를 먹을 필요가 없다. 오직 불고기 버거. 딱 그거 하나면 된다. 입맛과 취향. 타인의 눈치 따위 볼 필요가 없다.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먹으면 된다.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되고, 당신이 입고 싶은 옷을 입으면 된다. 그렇다고 눈치 없는 사람이 되자는 말은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의 핵심이 무엇인지 이해하리라 믿는다. 이상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