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전. 나는 불안정했고 불안했다. 그 감정을 해소하려고 끊임없이 남자를 만났다. 2년 넘게 불나방처럼 사랑했던 전애인. 그에게 내 마음을 전부 퍼줬었는지 그와 헤어진 나는 공허했고 외로웠다.

누구를 만나도 마음이 채워지지 않았고 그에게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려 가벼운 만남만 계속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났다. 나는 누군가에게 의존하기보다 자신을 다독이며 사는 법을 배웠다. 정확히 말해서 남자 따위가 내 인생을 구원해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올해의 나는 진심으로 누군가를 알아가려고 노력했고, 연애도 시작했다. 하지만 예전처럼 마음을 다 쏟기는 두려웠다. 그래서일까. 나는 끊임없이 '그는 내가 원하는 걸 줄 수 있는 사람일까'를 파악하려고 노력했고, 내 마음을 덜 주며 관계의 안정감을 찾았다.


그러던 올해 연말. 신기하게도 일 년 전 내가 만난 남자들로부터 하나둘 연락이 왔다.

잘 지내?

프로필 사진을 보니 많이 예뻐졌네.

어떻게 지내는지 갑자기 궁금해서.


작년의 나는 관계가 끝날 때마다 연락처를 지웠었다. 딱 세 번 만나고, 섹스하고 난 뒤에는 그 누구도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으니까. 여기서 안타까운 사실. 몇 사람은 얼굴도 기억나지 않아 우리가 만난 적이 있냐는 웃픈 질문을 하기도 했다. 그들은 나와의 술자리, 나와 함께 보냈던 밤, 내가 했던 야한 농담들을 말했다. 속으로는 '쟤들은 피곤하게 저딴 걸 다 기억하고 있어'라고 생각했지만, 최대한 다정하고 친절하게, 반가움을 메시지에 눌러 담았다.

어우 넌 기억력도 좋다 ㅋ 반갑다~ 넌 잘 지냈어?

솔직히 나는 알고 있다. 나랑 자고 싶다는 의도를 참 돌려서 말한다는 걸. 그런데 어쩌나. 나는 이제 곧 결혼하는걸.


추신. 내 과거 속 남자들아. 너희 덕분에 난 전애인을 완전히 잊을 수 있었어. 정말 고마워. 곧유부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