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우리는 당신이 나와 수많은 이별을 할 때마다 입버릇처럼 했던 말.

"나보다 좋은 사람 만날 때는 애처럼 굴어." 그대보다 좋은 사람을 만난 것 같아 애처럼 굴어보기도 하고, 마음이 가는 대로 표현도 했지만, 내가 애처럼 굴기를 바란 건 그대뿐이 었나 봅니다. 그대에게 아이처럼 투정도 부리고 싶었고, 그대에게 천진난만한 사랑 고백도 하고 싶었건만. 그대의 힘듦이 너무 무겁고 커서. 그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자 스스로 단단한 사람이 되기로 했던 것 같습니다. 당신이 나에게 사랑 고백을 했을 때도, 당신이 나에게 용기를 내라고 했을 때도, 쉽게 입을 떼지 못했던 이유입니다. 혹여나 내 속의 천진난만한 어린아이가 그대의 고된 힘듦에 힘듦을 더할까 봐. 내 어린아이가 그대라는 어른의 힘듦을 가볍게 여길까 봐. 어린아이가 되지 못했습니다.


당신이 세상을 다 가진 어린아이처럼 웃을 때, 그대와 함께 있는 내가 해맑게 웃는 당신을 보며 다시 사랑을 느낄 때. 그대가 지금 나를 떠올리며 드는 감정이 원망이든, 그리움이든, 무엇이든 간에 그대와 함께 한 사랑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대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다며 모진 말로 이별을 고한 그날. 비 오는 날 헤어지기 싫어 비를 맞고 있던 그대에게 달려갔던 날. 서로 좋아하는 노래를 들려주며 이 노래만큼은 꼭 잊지 말자며 약속했던 그날. 그 여름밤의 추억들은 잊지 못할 거 같습니다.

그러니 그대가 내 기억 속 영원한 어린아이로 남아주길 바랍니다. 내 기억 속 영원한 어린아이로 남아서 그대의 힘듦도 가벼워지길 바랍니다. 그대가 내게 알려준 사랑을 이젠 내가 당신의 어린아이에게, 그대가 내게 알려준 그 모든 순간을 해맑게 웃던 그 어린아이에게 전해 주겠습니다. 진


미안하지만 네게 마음이 없는걸 누군가 나에게 관심을 보이지만 나는 그에게 관심을 줄 수 없다. 뻔히 보이는 수작들을 애써 무시하며 웃어넘긴다. 나 또한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그에게 연민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연민으로 그칠 뿐. 그 이상이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미안하다. 어쩌다 나라는 사람을 좋아해서. 힘든 과정을 거치고 있을 그가 눈에 선해서. 하지만 나 또한 힘들기에 그것까지 고려할 마음은 금세 사그라들고 만다. 나에겐 당신이라 부르고픈 사람이 있다. 그렇기에 그는 당신이 될 수 없고 당신이 존재하는 한 그는 결코 당신에 가까워질 수 없다. 안타깝고 또 매정하지만 이게 삶인 것을. 더 이상 어떻게 설명할 도리가 없다. 나에겐 당신이라 부르고픈 사람이 있다. 그 당신은 사랑이라는 말 이외로 정의될 수 없을 것 같다.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뭘까. 사랑 말고 어떤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없는 것 같다.


사랑에 살아가는 나는 고로 너로 살아간다. 한낱 치기 어린 끌림이 아닌, 한낮 그 어느 때도 함께하고픈 이 감정이 사랑이 아니면 뭘까. 그와 함께하는 이 사소한 일상이 편안하다. 이 이상으로 발전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서로 이렇게 위험하지 않은 채, 선을 넘지 않은채, 이렇게 그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둘이 함께 걷고 집으로 향하고 밥을 먹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공부하는 것.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고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며 서로를 배려하는 것. 이 이상을 더 바랄 수 있을까 lucky


투신천국 '죽을 거면 차라리 도망치지 그랬어'라는 말이 참 싫습니다. 끝까지 따라가 한 번 더 죽이는 그 말들이 싫어요.

스스로 삶을 그만둔 사람은 사실 스스로 그만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내뱉는 말이 아프게 다가옵니다. 밀리고 밀리고 밀리다가 더 이상 밀려날 곳이 없어 삶의 낭떠러지로 밀려난 것일 수 있음을 알아야 해요. 결국 밀려나 떨어지기 전까지 매일을 악을 쓰며 버텼던 시간을 누군가는 알아줘야 하지 않을까요. 알아주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함부로 말하는 건 잘못된 것이 아닐까요.


이렇게 세상에게 죽임을 당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건 우리가 단단히 잘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나도, 이 글을 무심코 읽고 있는 당신들도 누군가를 세상 밖으로 떠밀고 있을지 모르지요. 혹은 당신이, 내가 세상 밖으로 밀려나고 있을지도 몰라요. 아주 조금의 사랑과 관용으로도 살아가는 것이 인간인 반면, 변질된 사랑과 관용의 부재로 죽어가는 것도 인간이니까요.

세상이 정말 조금만 더 너그러워진다면 삶의 끝자락에서 덜덜 떨며 발끝으로 버티는 이들이 밀려나진 않을 겁니다. 정말 하루 5분만 숨쉴 시간이 있어도 그들은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을 겁니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삶 속에서 그 사람들은 하루 5분조차도 괜찮은 적이 없다는 것이지요.


푸르다 못해 차가운 이른 새벽 공기를 마주하는 게 너무나도 두려웠을 그들에게 부디, 비난의 말을, 원망의 말을 거두어 주길 바라요. 그리고 여전히 두려움에 떨며 죽지도 못해 그저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더 이상의 상처를 주지 않기를 바랍니다. 살아가는 사람들이 계절이 바뀌는 것을 실감하고, 나이가 들어가는 재미를 느끼며 그렇게 온전히 살아낼 수 있도록 말이에요. 누군가가 삶을 위태롭게 들고선 실핏줄이 터져 붉어진 눈시울을 하고 서 있다면 부디 다가가 안아줄 수 있는 사랑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말로 사람을 죽이는 일이, 처벌조차 받지 않는 살인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더는 누군가가 사라지는 것을 보기가 힘들지 않나요 다들?

모든 이들이 그래도 살만하다고 느끼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그런 세상을 원해요. 당신이, 당신의 가족이, 당신의 친구가 힘들지 않은 그런 세상이 올 수 있을까요. 그런 날이 올까요.

강다윤


붕괴 나의 모든 것이었던 것이 사실 다른 누구에게도 똑같은 존재였다는 점을 알게 되는 순간 내가 만든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듦과 동시에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도 내게 제공해 주는 것들을 똑같이, 혹은 먼저 제공해 주었으리라는 생각에 사로잡히며 괴로워진다. 오히려 그렇다면 다행이지. 내게 소중한 존재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가벼운 존재였다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쉽지 않았지. 하지만 나도 그런 관계를 여럿 만든 입장에서 이제 할 말은 없다. 나는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사람이 되었다. 사랑하던 것을 사랑하기 위해서 그렇게 되고야 말았다. 망가지고야 말았지만 망가졌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우리 사랑하지 말아야지. 사랑하지 말자. 딱 기분만 내자. 성북구글싸개


유난히 춥지 않은 겨울이 있었어요 겨울이 싫었어요. 추위를 많이 타는 저는. 추우면 밖에 나가는 것도 싫고 집안에 있는 것도 싫은 저는 겨울을 싫어했어요. 그런데 인생에 춥지 않고 따뜻한, 포근한 겨울이 있었죠. 몇 년째 멋 부린다고 패딩은 거들떠보지도 않아서 항상 롱 코트 차림이었지만, 걸어가는 발걸음이 행복한 겨울이었죠. 그 겨울에는 혼자 새벽에 담배를 태우러 가는 것도 좋았어요. 작은 조명을 켜놓고 책을 읽으며 여행을 꿈꾸는 것도 좋았어요. 잠든 사람의 살결을 배경 삼아 은은한 조명에 글을 읽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아세요?

이터널 선샤인에 나오는 장면처럼 못생긴 모자를 나눠쓰고 그네를 타는 일도. 시소를 타는 일도. 더러운 미끄럼틀 때문에 바지가 더러워지는 것도 좋았어요. 세상이 닫혀 집에만 있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재밌었고 할 일이 많았어요. 창문을 살짝 열어둔 채로 스키야키를 만들어 먹고, 막걸리 맥주 가릴 것 없이 맛있는 술을 곁들이는 것도요. 추운 베란다에서 햇볕 쬐며 브런치를 만들어 먹는 주말도 좋았어요. 눈이 오지 않은 크리스마스도 행복했어요. 쏙 올라간 제 광대와 통통히 살 오른 얼굴마저도 좋았어요.

사랑해요. 사랑했어요. 사랑해요 나의 그대. 익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