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담배를 피우며 무엇을 할까?」라는 게시글을 통해 담배를 피우는 동안 하면 좋은(?) 행동 몇 가지를 소개하기까지 했지만, 정작 내가 왜 담배를 피우는지, 어쩌다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여태껏 한 적이 없더라.
왜인지 모르겠지만 이 주제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들이 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를 진행할 때마다 담배와 관련된 질문이 하나씩은 있었으니까. 나의 흡연이 당신들에게 흥미가 되고, 또 그것으로 인해 다른 게시글에도 관심이 생겨 블라블라의 팬이 된다면, 엄청난 나비효과니까. 실제로 내가 업로드한 담배 관련 게시글에 시청자 참여도가 높으니말 다 했지 뭐. 본론으로 돌아와서, 나는 어쩌다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것일까?
그리고 나는 무엇 때문에 아직도 담배를 피우고 있을까.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담배를 피우며 살까.
나의 친구 나의 담배
나이 스물에 담배 배운 '정석적인' 흡연자들 잘 없다던데, 나는 나이 스물에 담배를 배웠다. 1월 1일이 되고, 미성년자 딱지를 떼고, 부여받은 성인(R)이라는 칭호를 실감할 만한 수단은 술과 담배 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는 술보다 담배를 몇 시간 더 일찍이 입에 댔고, 기왕 피우는 거 가장 센 거 피워 보자는 생각에 샀던 말보로 레드는 한 개비를 제외하고는 전부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모든 흡연자들이 처음에 하는 말이 있잖은가. '도대체 이걸 왜 피우는 거야?' 내가 딱 그랬다. 거기서 관두었더라면, 아니 애초에 성인이 되었다고 담배를 사서 피우지 않았더라면 담배와 엮일 일도 없었을 텐데.
누구는 술이 문제야 문제라는데, 술이 문제라는 생각이 들지도 않을 정도로 술과 안 맞던 나는 담배랑 친해지기로 했던 걸까.
처음 피울 때는 그랬다. 나는 담배와 가까워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혼자 살게 되었고, 몰려드는 외로움에. 그러니까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느꼈던 외로움이야 아무것도 아닌 외로움이었지만, 당시 내가 느끼기에는 적잖이 적적했었기에. 그렇게 담배를 입에 물기 시작했다. 시기적으로도 예술이었다. 장마가 시작하기 전 피우던 담배는 이제 제법 익숙해져서, 장마가 시작할 때쯤에는 빗소리를 들으며 감상에 젖은 담배를 피울 정도가 되었으니까. 담배는 내게 '멋'이라기보다 '친구' 같은 존재였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힘들 때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했다. 내게 담배는 심심풀이 수단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것은 내가 겪어보지 못한 일에 대해 함부로 재단한 것이었다. 그해 겨울은 담배 없이 살 수 없었고, 담배가 있어서 숨통이 트였다. 나는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을 정말 싫어해서.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지난 일들도, 전부. 불특정 다수에게 말하기는 아직 어려울 것 같은 그것들을 극복하기 위해 담배에 참 많이 의존 했나 보다. 그러다 습관이 되고, 그러다 삶의 일부가 되고. 지금 내게 담배는 습관이다. 그리고 감정 조절 수단이다. 답답하거나 짜증 나는 상황에서 담배 한 대가 이성적인 판단을 도와주곤 한다. 올해 목표였던 금연. 하루에 말보로 레드 한 갑, 많으면 한 갑 반을 태우던 내가 일주일에 두세 갑 정도로 담배를 줄였다. 이렇게 조금씩 줄여나가다 보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닌가. 담배는 그냥 영원한 동반자인 것일까. 이상준/말보로 레드
미디어가 유발하는 흡연 욕구에 대하여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데에 그리 큰 이유가 있던 건 아니었다. 사는 게 지쳤는데, 이 피로감을 풀 방법은 몰랐으니까.
어떻게 풀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 생각이 난 건 담배였다. 미디어에 너무 노출된 탓이지. 웹툰이며 영화, 드라마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힘들면 담배를 입에 물었으니까. 나도 그냥 그렇게 시작했다. 힘들 때나 속상할 때만 피우던 담배가 습관이 되면서 이제는 즐겁거나 행복할 때도 피우게 되었고, 거듭 반복되다 보니 이제 딱히 아무 일이 없어도 피운다. 중독된 거겠지?
한번은 그만할까 싶어서 반년을 끊었다. 담배를 끊는 동안 운동량을 늘렸다. 그랬더니 생각이 안 나더라. 건강해지는 내 모습에 열정적이어서 담배는 생각도 안 났다.
그런데! 내가 다시 담배를 피우게 된 계기는 바로 학교. 나는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친구들과 카페를 가거나, 밥을 같이 먹거나 하는 일이 없다. 그런 내게 강의 끝나고 흡연구역에 가 좋아하는 노래를 틀고 하늘을 보면서 담배를 한 모금 쭉 빨아들이는 그 순간은... 하하. 혼자 즐기는 이 시간이 정말 좋더라. 물론 핑계지. 그냥 혼자 카페에 앉아 시간을 즐기면 되지만 담배의 유무는 생각보다 큰 것 같아서. 카페에서 홀로 사색하면 '아~ 커피 맛 좋다. 오늘은 참 날씨도 맑네. 아 하하 여유롭다~~ 행복해.' 같고, 흡연구역에서의 사색이라면 '쓰읍... 후... 아... 날씨 좋네..ㅎ 후... 하... 좋다... 바람... 시원해... 쓰읍... 후... 아... 조용하다...' 같다.
막상 적고 나니 웃긴데, 차이점이 느껴지려나.
아무튼 정리하자면 나는 삶의 무료함을 해결할 방법을 몰라서 미디어에서 학습한 대로 흡연으로 해결하였고, 계속해서 피우는 이유는 커피와 담배가 주는 중독성에 빠져버렸다는 것. 이 세상 살아가려면 커피와 담배는 필수품 아니겠나?
세상사 친구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봤어도 담배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못 봤다.
담배가 내 친구니까. 몸에 안 좋은 거 알지만 건강검진 매번 받고, 운동 열심히 하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몸에 좋은 거 챙겨 먹으면 되는 거지. 술, 담배,마약 중에서 담배만 한다잖아. 김유민/보헴 시가 미니 5mg, 1mg
전남친 작품
그 애는 항상 담배를 피웠다.
보통 남자들은 여자들이 담배 냄새에 민감한 거 알아서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담배를 잘 안 피우지 않나?
그런데 그 애는 첫 만남 때부터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신기했다. 아니, 사람 담배 피우는 게 신기했다기보다 그렇게 눈치 안 보고 당돌하게 행동하는 모습이 신기했다고나 할까. 그 모습마저 매력적이었으니까 사랑할 수 있었겠지. 싫어했다. 담배 피우는 사람이 싫었고, 담배 냄새가 정말 싫었는데, 이상하게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닮고 싶었다. 따라 하고 싶었다. 섹스 끝나고 그가 담배를 피울 때면, 둘밖에 없는데도 괜한 소외감이 들어서. 그 모든 순간을 함께하고 싶었고, 그 모든 순간을 공유하고 싶었다.
담배를 입에 댄다고 하면 그가 노발대발할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별말 없었다. 적당히 피우고 별이(반려견) 있을 때는 피우지 말라는 말만 했다. 결혼 안 할 사이라 그랬던 걸까. 나는 그 친구와 평생을 함께할 생각도 있었는데. 그렇다나 뭐라나. 연기를 마시고 컥컥거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삐가리 느끼기가 어렵다. 담배는 이렇게나 익숙해졌는데 왜 그애의 공백은 익숙해지지 않는 건지. 얼마나 많은 담배를 필터 끝까지 빨아들여야 그 추억은 옷에 붙은 담뱃재처럼 가볍게 날아갈지. 최율/말보로 블랙 후레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