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란?" 지금껏 계정을 운영해 오며 진행한 열세 번의 인터뷰. 인터뷰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물어본 질문.

서울이란 당신에게 어떤 곳인가요?

서울이라는 공간이 개인에게 주는 의미는 각기 다르겠지. 누군가에게는 꿈을 펼칠 무대, 누군가에게는 지루하기에 짝이 없는 집 앞마당. 누군가에게는 책에서나 봤을 법한 공간, 누군가에게는 꿈에 그리던 공간.

당신에게 서울이란 어떤 공간인지 모르겠지만, 서울이 내게 주었던, 그리고 주는 의미는 꽤 크다.


서울.

가장 한국스러운 공간이면서도 내가 이방인이 된 듯한 느낌을 주는 곳. 송파에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빌딩이 있고, 고급 아파트와 고소득자가 가장 많은 강남 뒤편에는 역설적이게도 아직 판자촌이 있다. 홍대입구역 9번 출구에는 오늘도 약 10만 명의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고, 광화문네거리에는 오늘도 시위가 벌어진다.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오늘도 여자 번호를 얻으려 눈에 불을 켜고 어슬렁거리는 사람들이, 홍대는 애들이 가는 곳 아니냐며, 이제는 조용한 곳이 좋다며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합정과 상수에. 경복궁에 가면 마치 내가 외국인이 된 기분이 들고, 1호선은 오늘도 어지럽다. 참, 막걸리 아저씨는 오늘 망원동으로 출근하신단다.


서울. 나는 서울이 좋다. 서울은 내게 꿈 같은 공간이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 나는 상수에서 방황했고, 남영에서 가장 힘들었으며 신정에서 꿈을 찾았다. 그리고 나는 이곳 서울에서 꿈을 이룰 예정 이다. 내가 벌인 일 중 하나인 이 '블라블라 매거진'의 모든 포스팅에는 'Seoul' 위치 태그가 되어 있고, 계정 이메일에도 서울이 들어가 있다.

아무튼 서울은 언제나 설레고, 서울은 언제나 새롭다. 남산타워에서 처음 들었던 서울말은 TV에서 접하던 서울말과 다르지 않아서 괜히 신기했고, 지하철만 타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서울이 신기했다.

그래 내게 서울은 이런 의미를 가진다.

이어서 내가 좋아하는 서울의 공간 몇 곳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서촌과 북촌 안국역에서부터 펼쳐진 공간. 현대와 과거가 멋들어지게 공존하는 공간. 안국역 가면 필수로 들러야 하는 공간이 '국현미'라고 불리는 '국립현대미술관' 아니겠나. 하지만 내가 예술에는 일가견이 없어서 가야 할 이유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예술품 보고도 느끼는 것 없는데, 괜히 옆 사람이 '우와' 하니까 나도 '우와'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렇게 추임새 좀 넣어 주다가 사진이나 찍고 찍히며, 그렇게 시간 낭비하다가 돌아올 바에야 가지 마라.

그러면 안국역 가면 어디를 가야 하느냐?

괜히 줄 서야 하는 베이글 이런 거 먹지 말자. 웨이팅은 질색이다. 안국역 2번 출구로 나와 쭉 직진하다 보면 보이는 '명품 삼청동 떡볶이'에 가라. 원래 내 돈 주고 떡볶이 잘 안 사 먹는데, 여기는 진짜 맛있더라. 떡볶이 먹었으면 좀 걷자. 날씨 좋은 날 경복궁 한 바퀴 걸으면 그만한 행복이 없다.


광화문. 내가 느끼는 '가장' 서울 같은 공간이 아닐까 싶다. 처음 광화문에 갔을 때였다. 목에 사원증 걸고 나와 점심을 먹고, 담배를 피우던 그 사람들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다.

내가 머릿속으로 그리기만 하던 '회사원'의 전형적인 모습 같았다. 일에 치여 살아가고, 출퇴근길 지옥철에 몸을 구겨 넣어 퇴근하는 사람들. 그러다 금요일이 되면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며 피로를 녹이는 사람들. 이것이 내가 생각하던 '바쁜 서울 회사원'이다. 이런 이미지와 가장 잘 어울리는 공간, 광화문. 광화문에 갈 일은 잘 없다만, 가끔 책을 사러 광화문 교보문고에 간다. 책을 사러 간다는 핑계로 광화문 구경이나 하려고.


망원. 내 서울 첫 경험 장소다. 그때는 뭣 모르고 서울역에서 망원역까지 택시를 탔다. 아, 서울은 차가 이렇게나 밀리는구나, 하며 후회할 때쯤 망원역에 도착했다. 그렇게 내려서 둘러본 망원동. 당시 나는 망원동이라는 공간 자체를 몇 년 동안이나 그려왔다. 그렇게 머릿속에 그려왔던 망원동 이미지와 실제 망원동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금 더 '사람 냄새 나는' 동네였고, 서울이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조금 걸어서 도착한 망원한강공원. 여의도한강공원에 가 본 적 없었던 당시의 나는 한강이라는 곳이 그렇게나 한적한 곳인 줄 몰랐다.

언젠가 애인이 생긴다면 꼭 함께 와야겠다고 생각했던 지난 망원. 망원동에서 하루 노는 코스는 다 비슷비슷할 것 같다. 바람 선선한 어느 가을,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해가 지면 망원시장에서 먹을 거리랑 맥주 한 캔 사고. 망원한강공원으로 가서 수다를 떨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 아직은 춥고 날씨 좀 풀리면 해 보시길.


해방촌 거주하는 공간을 제외하면 내가 서울에서 가장 많이 가 본 공간이 아닐까 싶다. 어느 가을에 장기하 노래를 들으며 방문했던 해방촌의 첫인상이 내게 너무 좋게 남아서. 해방촌은 첫인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게 잘못 걸려서 나를 수십 번이나 봐야 했다.

요즘은 너무 추운 날씨 탓일까, 해방촌에 흥미가 떨어져서 안 간 지 꽤 됐지만, 날씨가 풀리거나 조금 더워진다면 자주 가게 될 것 같은 공간이다. 특별히 추천할 만한 장소는 없다. 솔직히 해방촌은 다 고만고만하다. 어차피 웬만한 가게는 전부 비슷한 시티뷰(?)를 제공하고, 커피나 밥맛도 고만고만하다.


성수. 성수는 어지럽다. 평일에 가면 사람이 엄청나게 붐빈다거나 그런 것도 아닌데. 나는 성수가 어려웠다. 한 대여섯 번 갈 때까지 네이버 지도에 의존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성수를 좋아하는 이유는 성수는 '젊은이들의 서울' 자체인 것 같아서. 무슨 성수에서 열리는 팝업 스토어니, 유명 옷가게니, 뭐니 하는 이런 것들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행사가 많이 열려서일까. 성수에는 서울의 멋진 젊은이들이 모이는 듯하다. 솔직히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 동네다.

그럼에도 반가운 곳. 성수. 이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