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가 발견한 음식점. 찾으려고 찾은 것도 아니고, 그냥 정말 우연히 길을 걷다가 발견한 식당이다. 배고프다고 말하는 스타일이 아닌 여자친구의 배고프다는 말.

무엇을 먹여야 하나 드는 고민. 마침 골목 앞에 작은 입간판이 있어서. 쌀국수는 어떠냐는 물음에 함께 먹으면 다 좋다는 답변을 듣고, 한 번 웃고. 그 입간판에 홀린듯 골목으로 들어갔다. 세련된 가게가 이 작은 골목에 뭐가 있겠어 하는 생각을 짓눌러버렸다.


조용한 가게. 이렇게 잘 꾸며진 가게에 손님이 왜 하나도 없나 싶었는데, 브레이크 타임이라고. 아쉬운 마음에 가게를 뜨려고 하자 우리를 멈춰 세우던 사장님.

브레이크 타임인데 괜찮으시면 식사하실 수 있게 도와드릴게요.

아닙니다. 휴식 시간인데 방해하면 안 되지요. 나중에 오겠습니다.


정말 괜찮다는 사장님 말씀에 2층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매장이 정말 깔끔했다. 잘 꾸며진 모델 하우스를 보는 기분이었다. 손님이 없어서 한적했고,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식기류 위생 상태도 몹시 좋았다.


나는 식당을 가면 '친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음식의 맛은 둘째치고, 아무리 맛있는 집이라도 불친절하면 다시는 안 간다. 식당에 처음 들어갔을 때부터 느껴졌던 친절.

음식이 나오기도 전인데 사이다 한 캔을 가져다주시며 서비스라고 말씀하시던 사장님의 그 호의에 우리는 음식을 받기 전부터 '여기 괜찮다.'라는 생각을 했다.

음식이 나왔다. 자 그럼 음식 설명 들어간다.


포비 양지 쌀국수(₩10,000) 쌀국수다. 그냥 말 그대로 쌀국수. 엄청 특별한 맛을 느끼기는 어렵다. 하지만 실망은 안 하는 맛. 숙주도, 면도, 고기도 꽤 들어가 있다. 쌀국수로 유명한 프랜차이즈 '미스 사이공'과 비교 아닌 비교를 하자면, '미스 사이공'은 인공적인 감칠맛이 느껴지지만 이곳은 자연스러운 감칠맛이 느껴진다. 조미료에 익숙한 입맛이라면 밍밍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어묵 꼬치 하나를 먹을 때도 간장에 안 찍어 먹는 내가 먹기에는 적당했다. 괜찮다.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거 먹으려고 대구까지 갈 필요는 없다.


다진 돼지고기 덮밥(₩12,000) 개인적으로 쌀국수보다 이 덮밥이 더 맛있었다. 사진으로 잘 보일지 모르겠는데, 다진고기가 정말 많이 들어 있었다. 먹음직스럽게 생긴 두툼한 계란후라이가 내 입맛을 돌게 했다. 씹을 때마다 느껴지는 고기 식감이 정말 좋았다. 여자친구에게 몇 번이나 덜어 주고, 나도 꽤 숟가락을 많이 사용한 것 같은데도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양도 적지는 않아서 혼자 하나 먹으면 적당할 것 같다.


짜조(서비스) 갑자기 길쭉한 튀김 두 개가 담긴 그릇을 가지고 오시는 사장님. 시킨 적도 없는 음식이 나와서 이게 뭔가 싶었는데 서비스라고. 사실 아까 주문할 때 '짜조'를 주문할까 고민했다. 하지만 쌀국수와 볶음밥에 짜조까지 시키면 배가 터져서 데이트를 진행하지 못할 것 같아서, 짜조라는 처음 본 음식에 돈 주고 도전하기 싫어서. 그런 여러 이유로 주문하지 않았던 음식. 하지만 친절하신 사장님은 우리에게 짜조 두 개를 제공해 주셨고, 나는 바로 한 입 베어 물었다. 바삭 아니라 파사삭거리는 식감. 꽉 찬 고기. 와, 이거 정말 맛있잖아?

새로운 음식에 대해 좋은 인상을 남기게 해 주신 사장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이토록 모든 측면에서 만족스러운 식사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개인에게 있어서 '친절'은 의무가 아닌 선택이다. 친절하지 않으면 그냥 '싸가지 없네' 정도로 넘길 수 있으니까. 하지만 영업과 관련된 분야에서 '친절'은 선택이 아닌 의무다. 친절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게 이 식당은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음식이 맛있으면 리뷰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볶음밥 한 입을 먹자마자 '리뷰 확정'으로 바뀌었고, 제공되는 서비스에 나는 정신이 혼미해질 만큼 과분한 대접을 받은 것 같았다. 내가 사장님께 보답해 드릴 방법은 이렇게 리뷰 글을 쓰는 것. 그리고 여러분들이 이 글을 보고 해당 식당에 방문하는 것.


솔직히 동성로 가면 뭐 먹을지 고민 대충 하다 불만족스러운 식사로 한 끼 때우는 거 다 안다.

오늘은 고민하지 말고 포비(Pho bee)에 가 보는 것이 어떨까. 포비 쌀국수 주소: 대구 중구 동성로1길 59-2 지상 1~2층 TEL: 0507-1385-1393 화요일 정기 휴무 이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