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만 명이면 어느 정도냐?" "졸라 많지. 저기 잠실 실내체육관 꽉 채우면 그 정도 될걸?" "만 명 정도면 사단 하나 정도네. 소도시 정도는 정복할 수도 있겠다." "근데 왜 물어보는 거냐?" "그냥." 2023년 10월 14일. 블라블라 매거진을 만들었다. 내 실력을 '다시' 증명하고 싶었다. 여기서 '다시'를 강조한 이유에 대해서는 뒤에서 길게 설명하자. 아무튼 나는 웹매거진을 통해 내 말발과 글솜씨를 대중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었다.


읽으려 하지 않는 사회, A4 용지 절반 분량의 칼럼에도 3줄 요약을 바라는 사람들. 그렇다고 영상은 잘 보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두시간짜리 영화를 다 볼 시간과 인내가 없어서 영화 한 편을 20분으로 요약한 영화 유튜브 영상을, 그것도 끝까지 보는 것이 어려운지 영화 명장면만 골라 60초로 편집한 쇼츠로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

그야말로 인내심 상실의 시대. 같은 말만 반복하는 초창기 AI처럼 다들 시간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사실 무언가를 온전히 향유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은 핑계다. 바쁘다는 시험 기간에도 다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 한두 시간은 기본으로 쓰니까. 그렇게 진행되고 있는 집단 NPC화. 아날로그 몰락의 시대. 출판 불황 시대가 열린 지는 오래.

아니 그래도 재밌으면 뜬다니까?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그래도 '글'로만 사람들을 모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에는 자신이 있었다. '내 글이 다수에게 노출되면 유의미한 일이 생길 거야. 지금은 내 글을 읽는 사람이 너무 적어서 주목받지 못하는 거라고.' 나는 늘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살았다. 아마 언더그라운드에서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살겠지. 나는 내 실력을 지나치게 올려 쳤고, 내가 이 바닥에서 최고라고 생각했다. 입시를 앞둔 어느 여름. 메모장에 무작정 휘갈겨 쓴 나의 거친 글을 본 어느 대학 문창과생은 '다듬으면 최고 수준의 글이 될 것'이라는 호평을 남겼고, 그맘때쯤 출판사로부터 출판 제의 연락도 받았었기에. 우물 속 개구리의 자아도취는 심해져 갔다. 나를 알리고 싶었다. 내 실력을 '처음'으로 증명해 보고 싶었다. 일일 방문자 수가 10명 남짓이었던 내 개인 블로그로는 유명세를 타지 못할 것 같았다. 무작정 길거리로 나갔다. 내 글이 다수에게 노출되면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태호서울. 그는 본인의 인스타그램 링크 QR코드를 재밌는 멘트와 함께 프린트하여 길거리에 마구 붙인다. 그게 그의 홍보 방식. 사실 그 마케팅 아이디어는 내가 2020년도에 이미 채택했었던 것이다. 지금이야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면 내 프로필 링크가 담긴 QR 코드를 바로 다운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인스타그램에서 그런 기능을 제공해 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글을 올리는 계정 하나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계정 링크를 'Link to QR' 사이트에 붙여넣어 QR 코드를 만들었다. 나름 재밌어 보이는 멘트도 넣어서 홍보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홍보물을 100장 정도 붙였지만, 그 홍보물을 보고 내 계정을 팔로잉한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1년 동안 계정을 운영했지만, 팔로워를 500명도 모으지 못했다. 그것이 내가 맛본 첫 번째 예술의 문턱.


어느 대학 문창과에 넣었던 원서. 4만 원으로 이렇게 큰 기대와 좌절을 맛볼 수 있다는 생각과 동시에 맛본 두 번째 예술의 문턱. 문학에서 정파로 성공하지 못할 바에야 꿈도 꾸지 말자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문학은 내게 취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남게 되었다. 지하철을 탔다. 사람 가득 차 있는 지하철에서 휴대폰을 보지 않는 편이라서. 늘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 구경한다. 이상하다. 읽지 않는 사회라고 하던데, 대여섯 명 정도는 늘 무언가를 읽고 있었다. 내가 보는 앞에서 웹소설을 결제해 다음 편을 보는 사람도 있었다. 책은 안 읽고 웹소설은 읽는 사람들. 장문의 글은 읽지 않지만 10줄 미만의 요약은 또 읽는 사람들.

아! 내가 글이라는 것에 대해 너무 깊게 생각했나 보다.

결국 재밌으면 뜨는 건데. 딱딱하게 생각했나 보다.


재밌는 글을 쓰자. 읽고 싶은 글을 쓰자. 나에게는 취미인 글쓰기로 이것이 업인 사람들을 압도한다면 그것만으로 성공이니까. 그리고 그럴 자신도 있으니까. 다들 무언가를 시작할 때 그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의미를 '만들어' 부여한다. 원래는 그런 의도로 시작한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솔직하지 못한 건 질색이다. 돈을 벌기 위해 유튜브를 시작한 사람들은 돈 욕심 하나도 없다는 말을 하며 '선한 영향력'과 같은 명분을 내세운다. 전자책이나 강의 판매 빌드업을 하기 위해 맛보기 무료 강의를 배포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 결국 목적은 전자책 판매면서, '인사이트 공유'라는 명분을 내세운다. 거창하고 불필요한 미사여구를 덧붙이며 계정의 운영 목적을 설명 하는 건 질린다. 솔직해져야지. 나는 내가 스스로 배운 것들을 검증하기 위해, 모든 웹매거진 계정을 이기기 위해 계정을 만들었다. 그리고 언젠가 광고를 받게 되는 날이 온다면, 그 돈으로 지인들에게 맛있는 식사도 대접하며 그렇게 살 것이다. 그것이 블라블라 매거진을 만든 목적이자 이유다.


만 명. 유튜브에서 구독자 만 명이면 아직 소규모 채널이고, 인스타그램에서는 팔로워 좀 있다고 할 정도. 틱톡과 같은 다른 SNS는 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많다면 많은, 적다면 아직 한없이 적은 숫자. 만 명. 어쨌든 글로만 사람을 만 명이나 모았다. 만 명이나 모인 만큼 이제는 내 사상과 가치관을 드러내는 데에 조금 더 조심스러워져야 한다. 글이 아무리 재밌어도 정치색이 다르면 달리 보이기 마련. 글이 아무리 매력적이라도 나와 결이 다른 사람이면 언팔로우하기 마련. 이제 시작이니까. 이제는 민감한 질문에 '애매한' 답변을 내놓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방어가 최고의 공격이라는 경우가 딱 이런 상황 아닐까. 그래서 이제는 발언에 더 신경 써야 할 때다. 괜히 정치색이나 얄팍한 것들을 드러내다 적을 만들어 버리면 귀찮아지니까.


팔로워가 50명도 채 되지 않았던 작년 가을. 블라블라 매거진을 홍보하기 위해 대학 커뮤니티 사이트에 홍보글을 썼다. 거기에 달린 댓글. "웬 듣보?" 나는 그 댓글을 작성한 사람이 알게 모르게 나를 팔로잉하게 만들 것이다. 블라블라 매거진. 아무튼 이 계정을 팔로잉해 준 1만 명의 여러분들께. 취미로나마 나의 꿈을 펼칠 수 있게 해 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 계정이 '나의 작은 매거진'으로만 남기를 원했던 이들에게는 아쉬운 말이겠지만, 판을 키우지 않을 거면 시작도 안 했다.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놈이 제일 무섭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내가 그런 사람이고, 지금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콘텐츠로 증명하겠다.

SNS 바닥에서의 두 번째 도전이 실패하지 않은 것 같아서 기쁜 요즘이다. 이상준


위는 태호서울의 홍보 방식, 아래는 내가 2020년도에 이미 했던 홍보 자료.

이제 클 일만 남았다.

나는 늘 시대를 앞서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