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산다는 것.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혼자 살아 본 경험이 있겠지. 다들 알겠지만, 이거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오늘은 혼자 살며 드는 생각이나, 혼자 살기 꿀팁을 몇가지 풀어 보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혼자 살기'는 독립보다 포괄적인 개념이다. 내 기준 '독립'은 다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오롯이 혼자 서는 것을 의미하며, '혼자 살기'는 장소 제공이나 생활 측면에서 가족이나 지인의 도움이 들어간 경우를 말한다.
아무튼 다시 돌아와 혼자 산다는 것. 다들 처음 집을 떠나 혼자 사는 건 스무 살 때였을 것이다. 사유는 대학교 때문이겠지.
누구는 서울에서 지방으로 내려가고, 누구는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가고.
누구는 지방에서 더 작은 지방으로, 누구는 시골에서 서울로. 그때부터 머무는 지역이 달라진다. 갓 스무 살이 된 자식. 아이들은 다 컸다고 자부하지만, 부모 눈에는 여전히 어리다. 막 성인이 된 자식을 다른 지역에서 자취하게 하는 부모님은 흔치 않다. 그래서 보통은 기숙사로 들어가지.
요즘은 기숙사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기숙사에 머물 때만 해도 4인 1실, 2인 1실을 썼다. 처음이야 좋지. 캠퍼스 라이프에 대한 막연한 기대. 성인이 되었다는 벅찬 감정. 이따위 것들에 휩싸여 현실을 바라보기 어렵다.
시작은 기숙사에 들어갔을 때부터다. 이름도, 얼굴도, 나이도 모르고 살던 사람과 함께 방을 써야 한다. 이거 정말 미친다. 나만의 공간과 나만의 시간이 보장되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다. 사람마다 사는 방식이 다 다르거든. 씻기 전까지 침대에 안 올라가는 나와는 달리 양말을 신고도 침대에 올라가는 사람. 화장실에서 쓰레기통을 사용해 본 적 없는 나와는 달리 쓰레기통에만 휴지를 버리는 사람. 무조건 변기 덮개를 내리고 물을 내리는 나와는 달리 신경 안 쓰는 사람. 이렇게 쓴 것들 외에도 사람마다 사는 방식이 다른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나는 운 좋게 룸메이트가 방을 빼는 바람에 2인실을 혼자 쓰게 되었다. 2주 정도 같은 방을 썼지만,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그 사람. 아무튼 그 사람 덕분에 내 일상에 숨이 좀 트이는 듯했다. 눈치 보지 않고 담배를 피우러 갈 수도 있고, 샤워하고 나올 때도 옷을 걸치지 않아도 됐다.
어?
근데 왜 쓸쓸하지.
혼자 살면 자유로워서 행복할 줄만 알았는데.
혼자 살게 되니 좋았다. 좋긴 좋은데 허전했다. 시끌시끌한 거리, 사람들 사이에 있다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 나를 맞이하는 것은 싸늘한 공기. 쓸쓸함과 외로움에 매몰될수록 그것들이 나를 잡아먹고야 마는데. 나이 스물짜리가 그것을 알았을까. 혼자 사는 것에 무뎌졌다. 그러니까 익숙해진 것은 아니었는데, 인간은 적응의 동물 아니겠나. 그래도 1년 혼자 기숙사에서 살다 보니 나름 적응됐다. 자취라는 것을 처음 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해가 바뀌고 다들 기숙사 신청을 할 때쯤, 나는 자취방을 알아보러 다녔다. 그렇게 구한 첫 자취방. 많은 것들이 수월해졌다. 원래는 세탁기를 돌리려면 현금으로 세탁 카드를 충전하고, 세탁 카드를 찍고, 세탁기를 돌리고 건조기도 돌렸어야 했지만, 자취방에는 세탁기가 있었다. 갓 지은 밥과 보글보글 끓인 국은 상상도 못 했지만, 자취방에는 밥솥과 인덕션이 있었다. 누가 훔쳐 가지나 않을까 걱정하며 호실과 이름을 적어 음식을 보관하던 냉장고는 어디 가고, 나만 사용할 수 있는 커다란 냉장고가 있었다.
오, 꽤 괜찮잖아?
확실히 시설은 기숙사보다 좋았다. 조금 더 '사람답게' 사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쓸쓸함과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았다. 나도 다른 친구들처럼 학생회나 동아리, 술자리 따위에 집중했다면 무언가 달라졌을까. 일찍부터 미래와 삶에 대해 고민하던 나는 사사로운 것들에 집중할 여유가 없었다. 자려고 누우면 돌아가는 냉장고 소리가 거슬릴 법도 했지만, 그것조차 좋았다. 텅 빈 사운드를 그 소음으로나마 채울 수 있어서.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글을 더 열심히 썼다. 그리고 글을 쓴 종이를 잘라 벽에 붙였다. 쓸쓸함을 잊기 위해서 내 또래 친구들은 아무도 안 보는 다큐 3일을 배경음악 삼아 틀었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누군가 대화하는 소리가 들리면 좀 나아서.
그렇게 살던 어느 날. 자취방 벽에 붙은 글을 다 뗐다. 정답을 찾은것 같았다. 이렇게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홀로 산다는 것이 더는 내게 타격을 주지 못했다. 당장의 외로움을 달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 혼자 살았던 나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자. 혼자 산다는 것이 이제는 내게 특별한 일이 아니니까. 쓸쓸함을 극복하고 나니 혼자 사는 것은 정말 별거 아니었다. 어느 겨울 헬스장 로고가 그려진 크로스백 하나와 캐리어 하나에 짐을 처박고 집을 나와 한두 평 남짓한 신정동 고시원에서 일을 하며 독립해서 살 때도 행복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일이구나. 자취를 하는 당신에게. 자취를 앞둔 당신에게. 이제 내가 자취를 하며 느꼈던 것들을 이야기하며 꿀팁을 몇 개 전해 줘야겠다.
1. 설거지는 바로바로 하자. 자취생들의 싱크대를 보면 가관이다. 몇 날 며칠 동안이나 싱크대에 처박혀 있어서 음식이 눌어붙은 그릇. 심지어는 곰팡이까지 펴있는 식기류들. 인덕션 위 냄비 뚜껑을 열어 보면, 이 냄비에 다시 음식이라는 것을 조리해도 될까 싶을 정도로 상한 음식들이 가끔 보인다. 이거 진짜 좋지 못한 습관이다. 먹었으면 바로바로 치우자. 웬만큼 많이 먹는 사람도 혼자 국을 한 솥 끓이면 다 못 먹는다. 욕심 부리지 말고 레토르트 국을 사서 먹을 때마다 한 팩씩 데워 먹자. 설거지하기 귀찮으면 오뚜기밥을 몇 박스 사자. 솔직히 밥솥에 밥 안치기가 귀찮아서 배달시켜 먹거나 끼니를 거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지 말고 즉석밥이라도 쟁여 놓자. 개인적으로 햇반보다는 오뚜기밥이 맛있더라.
2. 화장실 청소는 '매주' 하는 거다. 당신이 집에 살 때는 어머니가 청소해 주셔서 몰랐겠지만, 화장실은 생각보다 빨리 더러워진다. 당신 집 화장실이 늘 깨끗하게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머니의 수고 덕분이다. 그걸 모르고 '어차피 매일 샤워하는데 청소할 필요가 있겠어?'라고 생각하면 큰일난다. 변기에는 곰팡이가 피고, 바닥은 물때로 가득해진다. 솔직히 나는 3일에 한 번씩 화장실 청소를 했지만, 다들 귀찮아서 이렇게까지 안 할 거 다 안다. 그래서 '매주' 한 번씩이라도 하라고 하는 것이다. 위생은 곧 우리의 건강과 직결된다.
3. 외로움을 현명하게 풀자 자취방 원룸 건물 하나에서도 저마다의 외로움 해소 방식은 다르다.
누구는 방에 들이는 사람이 매일 바뀌고, 누구는 초록 병 수집가라도 된 것마냥 술을 마신다.
누구는 외로움을 잠(sleep)으로 잊기도, 누구는 폭식으로 잊기도 한다. 현명하게 외로움을 해결하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본질은 '나를 해치지 않는 것'이다. 내게는 그 외로움 해결 수단이 일이었고 돈이었다.
당신에게 맞는 해소법은 무엇인가?
부디 자취방에 아무나 들이지 말고 아무나와 잠(sex)자지 마라. 건강하게만 자취해도 절반은 간다. 이상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