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사랑한다. 너를 처음 만난 순간으로 돌아가 너를 사랑하게 된 순간을 떠올린다. 너와 나눈 첫키스를 떠올리고, 너와 처음으로 사랑을 나눈 그 순간을 곱씹어 본다.
너와 함께하는 미래를 그린다. 네가 오롯이 나의 것이었으면 한다. 나의 모든 것이 너였으면 하고, 너의 모든 것이 나였으면 좋겠다. 내 미래에는 네가 있었으면 하고, 네 미래에는 내가 있었으면 한다.
너를 질투한다. 아니, 너의 과거를 질투한다. 너의 첫사랑은 나였으면 좋겠고, 너의 모든 첫경험은 나였으면 한다. 그럴 수 없다면 모든 기억이 나로 덮어졌으면 한다. 그렇게 너의 과거가 하나둘 사라졌으면 좋겠다. 그러지 못하는 현실에 괜한 질투가 난다. 괜히 내가 미워지고 그대 과거에 스쳐 간 남자들을 저주한다. 당신의 첫키스를 질투하고, 당신의 첫섹스를 질투한다. 질투하기 위하여 떠올리기조차 싫은 것들. 그 무엇으로도 그리지 못할 아름다운 너의 눈에서 눈물 흘리게 한 사람들을 증오한다. 당신을 울리게 한 모든 것들이 통탄스럽다.
엎질러진 물은 담을 수가 없고, 벌어진 일은 되돌릴 수 없댔나. 나의 과거를 없던 일로 칠 수 없는 것처럼, 너의 과거도 그런 셈이니까. 그렇다면 그저 네 기억만이라도 사라졌으면 좋겠다.
네가 나와 함께하는 그 순간에, 과거에 사랑했던 누군가를 떠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와 함께하는 순간에도, 함께하지 않는 순간 에도 너는 나만 떠올렸으면 한다. 너의 첫 여행이 나였으면 한다. 푸르른 강릉 바다와 정동진에서의 일출을 맞이하는 것이 나와 처음이었으면 좋겠다. 함께 뒹굴며 나누는 시시콜콜한 대화까지 전부 나와 처음이었으면 한다.
웃기지만 그런 나에게도 과거가 있다. 전애인이 있었고 옛사랑이 있었다. 나는 내 과거를 후회한다. 나의 처음에 네가 없었다는 사실이 나를 아프게 만든다. 나의 첫키스와 첫섹스를 너에게 주지 못해 미안하다. 너를 만날 줄 알았더라면 아껴 둘걸. 너의 친절함이 나에게만 제공되었던 것이 아니듯, 나의 다정함이 너에게만 제공되었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괜스레 미안하다. 우리가 왜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
왜 이제야 서로를 알게 되었고, 왜 이제야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을까. 조금 더 빨리 알았더라면 불필요한 감정을 타인에게 사용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말이다.
그럼에도 너를 사랑한다. 너와 미래를 그리고 싶다. 우리의 아이를 가지고 싶다. 집값이 미쳤고 고물가 시대라고들 하지만, 너와 함께 라면 살아갈 자신이 있다.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힌다느니, 호사스러운 생활을 누리게 해 준다느니, 이런 지키지 못할 빈말은 못 해 줄 것 같지만, 평생 행복하게 해 준다는 약속 하나는 꼭 지킬 수 있을 것 같다. 평생을 기댈 보금자리가 되어 준다는 말은 꼭 지킬 수 있을 것 같다고 약속한다. 너와 함께 늙어가고 싶다. 언젠가 나의 아이를 보고, 나의 손주를 볼 때쯤. 그때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너였으면 한다. 그럴 수 있으면 좋겠고, 그래야만 한다. 그렇게 나는 너와의 영원을 염원한다. 한정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