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팔로워가 10만 명 조금 넘는 인플루언서와 잤다. 그녀가 업로드한 게시글 댓글을 보면 한번 자려고 구애하는 남자들이 많았다. 어차피 그녀와 진지한 관계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에, 질투보다 그 상황이 웃겼다. 강남 어딘가에 있는 유명 사진관에서 찍은 증명사진, 성수 디올에서 찍은 사진, JW 메리어트에서 찍은 사진과 실물이 다르지 않았으면 했다. 다행히 종로에서 처음 본 그녀는 사진과 큰 차이가 없었다.


남들이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여자. 내게는 섹시하게 느껴지지 않던 그 여자. 특별할 것 없는 섹스였다. 내가 그녀와 샤워하고 섹스할 때, 어딘가 사는 누구는 그녀의 비키니 사진을 보며 먹지도 못하는 떡을 상상으로 먹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조금 흥분됐나. 그냥 딱거기까지. 그녀와의 관계도 딱 거기까지. 섹스 한번 하고 나니까 더 가까워지고 싶은 생각도 사라졌다. 연애하고 싶은 감정은 애초에 없었으니, 뭐. 그렇게 그녀를 집에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담배를 한 대 피우며 든 생각.

아, 그래서 섹시한 여자가 뭘까?


섹시한 여자란 뭘까. 좋게 말해서 '섹시하다', 조금 저급하게 말하면 '야하다', 조금 천박하게 말하면 '꼴린다' 정도가 되려나.

사람마다 이상형이 다 다르고 미인이라 생각하는 기준이 다 다르니 절대적인 기준은 없는 법.

누구는 안경 쓴 여자를 보면 미치고, 누구는 타투 있는 여자한테 미치고, 누구는 오히려 가슴이 작은 여자가 섹시하게 느껴진다고 하고, 누구는 엉덩이만 크면 장땡이라는데. 섹시함은 성적 매력이 맞지. 그렇지만 아무에게나 아무렇게나 섹시함을 흘리고 다니는 사람은 싫다. 그 관능적인 분위기는 오직 나에게만 제공되는 것이었으면 한다.


섹시한 여자.

요즘 많이들 찍는 바디프로필을 인스타에 업로드하는 여자. 청춘을 기록한다는 명분으로 속옷만 입은 사진을 전시하는 이 행위를 하는 여자. 레깅스에 브라탑만 입고 찍은 '오운완' 사진을 인스타에 업로드하는 여자. 운동으로 가꾼 몸매를 뽐내기 위하여 비키니를 입은 사진을 올리는 여자들도. 이런 여자들이 섹시한 여자인가?

그래. 솔직히 말해서 '꼴릴' 수는 있겠지. 얼굴 반반한 여자가 팬티와 브라만 입은 사진을 본다면, 남자라면 당연히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그런데 이게 섹시함이 맞을까?

이런 류의 섹시미는 천박함과 어떻게 구별되는 거지?


헐벗은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파인 옷을 입고 몸매를 드러내는 여자보다, 그냥 단정히 입고 향기 좋은 여자가 내게는 더 섹시하게 느껴진다. 타투한 여자보다 피부 뽀얀 여자가 더 섹시하고, 욕 쓰고 담배 피우는 여자보다 욕 쓰는 법 모르고 술 못 하는 여자가 좋다. 욕은 가끔 침대에서만 쓰면 되는 거 아닌가. 비키니 입고 사진 찍어 올리는 여자보다 내 앞에서만 벗는 여자가 섹시하다. 그러니까 그녀의 '섹시함'이 부디 나에게만 제공되는 것이었으면 한다. 다수에게 '섹시한 여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대개 '천박한 여자'였으니까. 건대멋쨍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