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다.

누구는 처음 좋아했던 사람이 첫사랑이라고, 누구는 가장 좋아했던 사람이.

누구는 첫 섹스 상대가, 누구는 첫 연애 상대가.

누구는 헤어지고도 가장 많이 떠오르는 사람이, 누구는 처음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준 사람이 첫사랑이라고 하지만, 누구는 이루어지지 않아야 첫사랑이라고 한다. 그러게. 첫사랑이 뭘까.


지난봄, 이때까지 연애를 다섯 번이나 했다는 사람과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 사람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첫사랑이라고 했다. 말도 안 된다고 비웃으며, 대체 첫사랑의 기준이 무엇이냐고 하니까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게 해 준 사람'이라고. 참 내, 그럼 이전 연애에서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지 못 했느냐고 물어보니까 또 그건 아니라고. 이런 말장난 웃기지 않니?


내게도 첫사랑이 있었다. 여기서 나는 '첫사랑'에 대한 정의를 남들에 비해 조금 더욱 신중을 기하여, 보다 까다롭게 내릴 것인데, 내게 있어서 첫사랑은 '처음 사랑했던 사람'이자 '첫 섹스 상대', 그리고 '가장 아팠던 사랑'이다. 말수 적던 나와 달리 그녀는 말이 많았고, 평생 미술만 하던 나와 달리 그녀는 경제학을 전공했다. 나는 밤을 좋아했고, 그녀는 낮을 좋아했고. 나는 혼전순결이었고, 그녀는. 그녀는, 음, 모르겠다. 그렇게 이야기만 들어 보면 물과 기름처럼 보이는 우리는 생각보다 통하는 구석이 많았다. 그래서 사랑했다. 원래 비슷한 것끼리 밀어 내고 다른 것끼리 붙는다니까.


사랑이 처음이었던 나와 달리 그녀는 몇 번의 사랑을 했었다고 한다. 연애를 몇 번 했다고 직접 말한 것은 아니지만, 대충 느껴지는게 있고 나도 사람이면 눈치가 있지. 질투?

나고말고. 그녀의 모든 것에 있어서 내가 처음이 되고 싶었다. 첫 키스, 첫 연애, 첫 섹스, 외에도 모든 것들을 처음으로 함께하는 첫 사람. 그렇게 되는 것이 어렵다고 한들, 괜찮았다. 그래도 좋았으니까 말이다. 가끔 그녀는 내 눈을 쳐다보며 '내 첫사랑은 너인 것 같아.'라는 말을 하곤 했지만, 그때마다 나는 눈썹을 찡그리며 웃곤 했다. 그 웃음의 의미가 무엇인지 아는 듯한 그녀는 살짝 투정 부리면서 '네가 왜 웃는지 알고 있는데 그래도 내 첫사랑은 너야. 처음으로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느꼈으니까.'라고 말했다. 웃기다. 웃겼다. 슬프다. 슬펐다. 그냥 우리가 조금 더 빨리 만나면 좋았을 텐데. 그런 마음에.


3년 조금 안 되게 만났던 우리는 쿨하게 헤어졌다. 헤어지는 그날 나는 평소보다 말을 많이 했고, 그녀는 좀처럼 입을 떼지 못했다. 나는 더 이상 혼전순결을 외치는 바보가 아니게 되었고, 그녀는 전남친 목록에 내 이름을 추가해야 했다. 우린 날씨 좋은 오후에 작별했다. 그렇게 영원히.


시간이 지났고 나는 새 사랑을 피웠다. 그런데 정말 웃긴 게, 정말 웃긴 게 말이다. '첫사랑' 대하던 습관이 아직 안 사라졌나 보다. 첫사랑에게 부르던 애칭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려고 하고, 첫사랑이랑 치던 장난을 그대로 치곤 한다. 첫사랑이랑 나누던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새 사랑과의 정적 깨기 아이템으로 사용되고, 첫사랑이랑 하던 키스 습관은 아직도 남아 있다. 그러다 보니 웃긴 건 첫사랑과 새 사랑의 구별이 어려워진다는 것이고, 결국 사랑에 빠진 내 모습은 다 비슷비슷한 것인가 하는 착각이 든다. 이제는 첫사랑의 목소리가 가물가물하고, 그녀 웃음소리가 기억나질 않는다.


하지만 나는 지금 내가 사랑하고 있는 이 사람이 첫사랑이라는 거짓말은 하지 않으려고. 첫사랑은 내게 너무나 큰 영향을 미쳤고, 그 첫사랑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그리운 것도 아니고 보고 싶은 것도 아닌데 가끔 생각나는 첫사랑. 그래서 남자는 첫사랑을 못 잊는다는 말이 있는 걸까. 방울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