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 씨발아" 군대는 도저히 못 기다리겠다던 여자친구에게 차인 내 친구가 입대를 3일 앞둔 그날 저녁, 소주에 진탕 취해 지난 자신의 연애사와 이 나라 남성이 지는 국방 의무에 관한 불평등을 토해내며, 자신의 전여자친구가 자신을 위해 새벽 2시에 인천에서 서울까지 택시비 8만 원을 내고 보러 왔다는 얘기를 3번째 반복하고 있을 때쯤이었다. 이 끔찍한 후크송을 더 듣다가는 유혈사태로 이어질 것 같았기에 난 결국 친구의 아픈 가슴을 뒤로 하고 저 말을 내뱉었다.
"아오 씨발아”
누구나 가슴 아픈 이별은 한다. 그 사유가 어찌 되었든, 한동안은 밥도 먹기 싫고, 일도 하기 싫고 매사 저전력 모드가 켜진 인간처럼 수동적이고 흐느적거린다. 일련의 과정들을 거친 인간은 크게 3가지 부류로 수렴 진화를 거치게 되는데, 이전의 연애에서 자신을 힘들게 한, 혹은 이별의 귀책 사유가 된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더 까다롭고 냉철한 눈으로 사람을 보게 되거나, 혹은 진지한 관계에서 오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고통은 싫기에 더더욱 가벼움을 추구하게 되는 유형, 그리고 마지막으로 더 이상의 리스크는 감당하지 않기 위해 연애를 포기하는 사람들, 일명 '난 다신 연애 안 해'다.
이들은 결국 계속되는 이별의 아픔과 관계의 유기성에서 필연적으로 오게 되는 갈등과 감정 소모에 지쳐 스스로 관계의 창을 닫아버린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들은 너무 지친 나머지 더 이상의 노력을 하기 싫은 상태에 다다른 사람들이다. 이들은 바다에 떠다니는 해파리들처럼 더 이상 본인의 노력이 아닌 떠다니는 조류에 자신의 운명을 맡기고 부유한다. 그러다 우연히 인연이 다가오면, 또다시 그 과거 기억들과 앞으로 펼쳐질 또 다른 아픔들이 그들로 하여금 해파리의 독과 같은 방어기제를 펼치게 만들어 버린다. 참으로 악순환이 아닐 수 없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마냥 그들을 무책임한 이들로 몰아갈 수는 없는 법이다. 우리는 모두 관계에서 오게 되는 스트레스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봤고 극복의 개인차는 모두가 다른 법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다신 연애 안 해!'를 외치는 당신이라면 정말이지 무책임한 말이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우린 결국 관계에서 오는 아픔을 또 다른 관계로 치유하는 법이고, 우리 모두 그것을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결국 실패로 이어질 관계라도 우린 과거와 현재의 실패로부터 더욱 높은 역치와 더 건강한 관계의 추구를 얻게 된다.
나한테 한바탕 쌍욕을 얻어먹고 입대한 그 친구는 전역한 뒤 언제 그런 말을 했냐는 듯 대학 동기와 깨를 볶고 있다. 가끔 술자리에서 그 얘기를 꺼내면 친구는 멋쩍게 웃으며 결국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 과거의 상처를 치유해 준다고 말한다. 우린 결국 타의든 자의든 얇고 굵게 이어진 인간들이고 에어드랍처럼 언제든 서로에게 오고 가는 존재들이다. 그러니 '나 다시는 연애 안 해!'라고 외치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따뜻한 포옹으로 인간의 온기를 전해주길... 그리고 다시 한번 시작할 용기를 북돋아 주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