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음식 잘하는 술집 찾기는 어렵다. 요리 전문점이 아닌 곳에서 음식 맛을 논하는 것이 웃기기도 하지만, 최소한의 기준에도 못 미치는 식당들이 많다. 닭볶음탕을 시키면 굵은 고춧가루와 라면스프로 대충 간을 맞춘 양념탕 하나를 내어 주고, 소고기 전골 따위를 시키면 입에 남는 단맛에 술이 잘 안 들어간다. 그나마 맛없게 조리하기도 어려운 해물라면이나 전 따위를 시키면 후회는 안 하지만, 라면 하나에 만 원을 넘게 받는 술집도 있으니, 참.
대구는 그렇다. 할 게 없다. 다들 대전이 노잼 도시라고들 하는데,'대(大)'자 돌림에 뭐라도 있는 걸까. 대구도 대전 못지않게 할 게 없는 노잼 도시다. 동성로는 어리고, 교동은 뻔하다. 클럽 골목은 내 정서와 맞지 않고, 삼덕동은 너무 조용하다 못해 할 게 없다. 요 몇 주 동안 개인적인 사정으로 대구에 머무르다 왔지만, 할 것이 없어서 참 난감했다. '다른 대구 연인들은 무엇을 하며 오는가.'에 대해 서른 번은 넘게 떠올린 것 같다.
그나마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교동. 교동에 열댓 번 정도 갔다. 살면서 교동에 여든 번은 갔으려나. 나를 엄청 실망시킨 술집은 없었지만 대부분 고만고만했다. 그러다 골목에 위치한 한 가게를 발견했다. 마치 홍콩 영화 촬영 세트장에 와 있는 듯한 기분. 아니, 어쩌면 홍콩 어딘가에 위치한 골목을 그대로 '똑' 떼서 가져다 놓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그 가게 외관에 홀린 듯 입장했다. 내부는 크게 넓지 않았다. 그렇다고 불편할 정도로 좁은 공간은 아니었다. 자, 그러면 바로 음식 설명부터 들어가 보자.
순두부찌개 내가 살다 살다 기본 안주를 소개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여기는 기본 안주로 순두부찌개를 준다. 그런데 이 순두부찌개 맛이 정말 좋다. 내가 살면서 먹은 순두부찌개 중에 제일 맛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솔직히 간은 라면스프로 맞춘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계란도 들어가 있고, 순두부도 꽤 많이 들어 있다. 게다가 한 번 리필까지 할 수 있대서(리필해 본 적은 없지만) 참 좋은 것 같다.
중식 볶음밥 중식 볶음밥이라는 메뉴. 새우볶음밥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튼실한 새우가 여러 마리 들어 있고, 계란후라이도 두 개나 올라가 있다. 밥알도 고슬고슬하고 양도 많다. 볶음밥 한 입 먹고 순두부 찌개를 먹으면... 정말 최고다.
돼지고기 수육 메뉴판에 있던 사진 그대로다. 아니, 오히려 그보다 많다. 술집에서 수육 만 팔천 원이면 그리 비싼 편이 아니지만, 양까지 많다. 두 번 방문했는데, 여자친구와 둘이 방문해서 수육을 다 먹어 본 적이 없다. 맛도 있다. 늘 촉촉하고 따끈따끈했다. 나는 고기 먹을 때, 쌈장이나 오징어젓갈(?)을 먹지 않아서 맛을 평가할 수 없지만, 와사비를 수육에 올려서 먹으면 정말 맛있더라.
아무튼 오늘은 대구 '교동회관'에 대해 소개해 보았다. 광고 아니고 홍보 아니다. 사장님이 내 지인인 것도 아니고, 간만에 괜찮은 술집을 발견해서 기쁜 마음에 게시글을 작성해 본다. 앞으로도 나의 맛집 리뷰는 계속된다. 내가 직접 가 보고 괜찮은 곳만 소개할 예정이니 믿고 가도 좋다. 오늘 대구에서 무슨 술집에 가야 할지 고민하는 당신. 오늘 교동에 간다면 '교동회관'에 가 보는 것이 어떨까?
교동회관 주소: 대구 중구 교동4길 33-13 1층 TEL: 0507-1340-4876 월요일 정기 휴무 이상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