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 같은 매거진들에게 이건 또 무슨 계정이지. 처음 보는 웹매거진 계정이 많아졌다. 하여튼 좀 잘 된다 싶으면 너도나도 달려드는 세상. 대왕 카스텔라가 유행이라고 하니 창업했다 망하고, 마라탕후루가 유행이라고 하니 포화 상태에도 창업했다 망하고, 옆집 개똥이가 비트코인 사서 부자 됐다고 하니 최고점에 매수했다 털리고. 뭐, 인스타그램은 돈 드는 일이 아니니까 잃을 건 없다지만 우후죽순 생겨나는 이류, 아니 삼류 매거진들의 운영 목적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섹스 이야기를 거북하지 않고 흥미롭게, 감각적이게 풀어내던 R 매거진이나 S 매거진, 블라블라 매거진과 달리 이제는 무슨 섹스를 어디서 했는지, 성적 취향이 무엇인지, 읽기만 해도 그냥 눈살이 찌푸려지는, 어릴 때 무슨 불법 야동 사이트 야설 게시판에서나 보던 야한 소설보다 퀄리티 낮고 재미없는 글만 써대는 '자칭 웹매거진' 계정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꼴이니 말이다.


섹스 매거진이 아니더라도 꼴사납기는 마찬가지. 밴드니, 배우니, 유명 감독이니 이런 사람들을 다루는 게시글의 반응이 좋다 보니 또 득달같이 달려든다. 삼류 잡지 채널이 넘쳐난다. 개나 소나 실리카겔 영상을 짜깁기하고, 백현진을 리뷰하고, 이동진을 리뷰하고, 홍상수에 대한 글을 쓴다. 다들 무슨 마이너 페티쉬라도 있는 것인 거냐?

좆도 웃긴 건 다들 수박 겉핥기 정도의 글만 써댄다는 것이다. 너네 진짜 그것들에 대해 깊게 알긴 아냐?


인정할 건 인정하자.

요즘 보이는 신생 '자칭 웹매거진' 계정들이 그렇다. 사진 몇 장 긁어와서 '인스턴트' 축에도 못 끼는 '불량식품' 정도의 콘텐츠를 만든다.

그렇다고 글이 재미있냐?

그것도 아니다. 단발적이고 휘발적인 요즘 콘텐츠에 질려 찾은 오아시스(밴드 오아시스 절대 아님) 같은 곳이 인스타그램 웹매거진인데. 어째 이곳도 양산형 콘텐츠나 찍어내는 계정이 생겨나며 나의 작은 오아시스를 마구 망쳐 놓는 기분이라 아쉽고, 화가 나고, 눈물이 난다(장난). 내가 좋아하는 매거진 채널들은 변질되지 않고, 천천히 음미하며 향유할 수 있는 콘텐츠를 오래오래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성북구글싸개


코리아 매거진 스타터팩 틴더에서 사람을 만난 이야기는 매거진에게 보험과도 같은 이야기니까. 어중간하게 써도 본전은 먹고 들어가는 이야기. 이 이야기 또한 그런 이야기. 내 휴대폰에도 Tinder가 깔릴 줄은 몰랐다. 나는 외로운 사람이고, 남들에게 말 못 할 비밀 또한 적당히 있는 그런 사람. 내가 Tinder에서 사람을 만난다는 사실도 나의 수많은 비밀 중 하나. 온라인으로 사람을 만난다는 사실을 어디 가서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이 있을 리가. 처음 몇 분 동안은 어플에 익숙치 않아서 버벅거리며 잘 나온 사진을 골라 프로필을 올리고, 내 눈앞에 회전초밥처럼 도는 남자들을 휙휙 좌우로 넘겼다.

아, 이제는 이리도 간편한 세상이구나. 온라인으로 못 구하는 게 없는 세상이라지만, 이젠 인간과 인간의 만남까지 손가락 하나로 이리 쉽게 결정이 되는 진정한 디스토피아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적당히 잘생기고 적당히 나와 맞는 사람을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원하는 기준치를 넘어가면 나야 좋지만, 과한 욕심은 탈이 나기 마련이니까. 나는 Jun이라는 24살 남자와 매칭이 됐다. Jun은 무슨 의미일까.

대충 이름 가운데 글자인가?

아니지 보통은 준은 이름 끝에 쓰지.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잠깐 했다. 뭐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매칭이 되기가 무섭게 Jun이 손을 흔들며 대화를 걸어왔고, 여느 대화가 그렇듯 서로 좆도 궁금하지 않은 자기소개를 하고, 틴더를 시작한 거창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자신들이 얼마나 문화와 유행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박식한 사람인지에 대해 어필한다.

무엇보다 "나는 이런 앱을 하지만 가볍지 않은 인간이다. "는 사실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그 뒤는 어쨌냐고?

뻔하잖아.


이런 가볍고 의미없는 만남을 매거진식으로 느낌 있게 포장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그것들 말이다. 우리는 성수동에서 만나 칵테일 바를 가고, 실리카겔의 유행 이전, 그들의 범상한 예술관을 이야기하고, 에반게리온이 그들의 전위적인 움직임에 끼친 영향, 대한민국 락의 미래와 흥망성쇠, 다자이 오사무의 문학적 성취. 하루키와 너바나는 과대 평가된 예술인이다, 따위. 프랭크 오션, 칸예, 카티, 우울과 청춘의 상관관계. 하여튼 간에 '나 예술적이고 생각 많은 청춘이다.'의 필수 요소들만 골라 비어가는 칵테일 잔에 반비례하며 우리의 허세만 가득한 교양 바구니는 오늘도 졸라 그득그득 채워져 간다. 술이 적당히 들어가 취하면 우린 의미 없이 섹스도 하고, 다음날에 또 공허함을 느끼고, 대충 '젊은 날의 실수가 어쩌고저쩌고'하며 후회하지만, 이 이야기는 예쁘게 포장되어 내 메모장에 남겠지.


여기까지 모두 내 상상 속 이야기 요즘은 문란하고 의미없고 마라 양념같이 매콤한 것들이 좋은 거니까. 이것도 뭐 일종의 다다이즘이려나. 어쨌든 좋아요와 관심은 많이 받을 거니까. 이런 섹스 이야기를 쓰면 다들 환장하는 섹세이 하나 뚝딱이니까. 그게 요즘 매거진이니까. 시금치두부무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