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만 매일 내게 말했어 언제나 남자 조심하라고 사랑은 마치 불장난 같아서 다치니까' 유명한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나 또한 어릴 적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말이다. 재미 삼아 사주나 타로를 보러 가도 늘 남자 조심하라는 말을 들었고, 어떤 점쟁이는 나를 보고는 남자 잘못 만나서 인생 꼬일 팔자라는 악담까지 퍼부었다. 남자 조심하라는 말, 참 웃기지. 결국 상대방이 똥차인지 아닌지는 끝에 가서야 알게 되는 일인데, 우리는 늘 지나고 나서 후회한다. 아, 그때 그 사람이랑 만나지 말걸, 하면서. 그래, 나는 똥차 콜렉터다. 그런데 여느 똥차 콜렉터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똥차 콜렉터다.

보통은 연애하기에 앞서 주변인들로부터 '야, 너랑 썸 타는 그 남자 조금 쎄한 거 같은데'라는 말을 듣기 마련이고, 연애할 때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기 마련인데, 나의 연애에 있어서 그런 낌새는 하나도 없었다.


그러면 '너도 똑같은 사람이라 끼리끼리 만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 말을 듣기에 나는 조금 억울하다. 나는 술을 좋아하지도 않고, 연인들의 단골 다툼 주제인 남사친 같은 것도 없다. 애인이 생기면 애인만 바라보며 헌신했고, 애인이 없을 때도 훗날 만날 애인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 만났던 애인들은 모두 일주일에 한두 번씩 내가 만든 도시락을 먹었고, 맞춰 주는 건 언제나 나였지만, 돌아오는 것은 바람과 환승. 내 친구와의 바람, 잠수 이별. 심지어 잠수 이별한 애인은 사정이 있다며 내게 돈을 빌려 간 상태였고, 그래, 하루이틀 만난 것도 아니고 직장까지 다니는 사람이 떼먹기라도 하겠어, 하는 생각에 별생각 없이 빌려주었던 나는 애인이 잠수를 타고는 지하철 탈 돈도 아끼느라 걸어 다녔다. 인생이 지랄이지.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적다 보니 나도 무슨 저런 사람들만 만났나 싶지만, 처음에는 정말이지 전부 멀쩡했다니까. 다들 번듯한 직장에 다녔고 세상 누구보다 다정했다. 별도 달도 따서 줄 것처럼 행동했으니 깜빡 속을 수밖에 없었다. 전애인이 나의 친구와 바람이 나서 환승한 이후로 2년 가까이 연애를 하지 못하고 있다.

무슨 연애 징크스라도 걸린 것 같다. 하필 징크스에 걸려도 연애에 걸리다니. 미칠 노릇이다. 잘 되어 가는 썸도 제 발로 걷어차고, 나 좋다는 사람들에게도 쉽사리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다. 나와 비슷한 누군가가 주변에 있다면 잘 마시지 못하는 술이라도 한잔하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라도 좀 나누겠지만, 나의 연애 이야기는 부끄러워서 공감해 줄 사람이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말도 먼저 못 꺼내겠다. 내 얼굴에 침을 뱉는 꼴 같아서. 괜히 내가 다 잘못한 것 같고, 내 문제인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