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감기는 언제쯤 다 나을까?
매일 밤 약봉지를 뜯는다. 다음 날 아침에도 약봉지를 뜯는다. 그날 밤에도 약봉지를 뜯는다. 뜯는다. 뜯는다. 뜯는다.
어?
나 이거 언제까지 먹어야 하지?
마음의 감기는 언제쯤 다 나을까?
처음 정신의학과에 방문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19살 때. 입시로 인한 스트레스가 극에 치달아 이대로 가다가는 숨이 막혀 끝이 날 것 같겠다 싶어서 병원을 찾게 되었다. 마음의 감기라는 말과 함께, 잘 왔다며 반겨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금방 치료되리라 생각하며 안도한 기억이 있다. 그런데 제길. 마음의 감기라면서. 감기라면서. 항생제 처방이면 삼 일이면 낫는 감기와 달리 이 감기는 참 질기게도 낫지 않았다. 낫기는커녕 더욱 악화되어 그해 입시를 포기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병원이 나와 잘 안 맞는 것인가 싶어서 여기저기 옮겨도 보았지만, 상태는 더욱 악화될 뿐이었다. 병원만 잘 찾으면 금방 나을 것이라는 희망도 그렇게 깨져갔다.
아, 이거 쉽게 안 낫는 거구나.
마음의 감기는 언제쯤 다 나을까?
그 후로 4년째 약을 먹고 있다. 글쎄, 초반에는 아프니까 먹어야지, 하는 생각이 강했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먹어왔으니 먹고, 그래왔으니 먹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익숙해지고 편해지는 것은 전혀 아니다.
아직도 모든 치료 과정이 버겁기 때문이다. 매일 시간 맞춰 약을 먹어야 하는 것도, 비릿한 냄새가 나는 수면제를 밤마다 먹어야 하는 것도 버겁다.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 내 우울과 과민과 불안과 강박을 끄집어내야 한다는 것도 힘든 일이다. 회피했던 감정과 생각들을 직시하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병원에 다녀온 날이면 기운이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수술이나 시술을 받고 온 것도 아니고 고작 5분 동안 상담을 받았을 뿐인데도 말이다.
무엇보다 괴로운 건 약 없이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나 자신을 보는 것이다. 오랫동안 약을 먹어왔는데도 몇 번 약 먹을 때를 놓치면 스멀스멀 증상들이 올라오니까 말이다. 정말 미칠 노릇이다. 마치 상처가 났는데, 상처가 아무는 약은 처방받지 못하고 진통제만 퍼붓는 느낌이다.
마음의 감기는 언제쯤 다 나을까?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정신과라는 곳은, 알고 보면 삶에 대한 애착이 누구보다 강한 사람들이 가는 곳인 듯하다. 다 놓아버리고 싶지만 누구보다 살고 싶은 마음에 찾아가는 곳이니. 그런 의미에서 병원을 오래 다녔다는 것은, 그만큼 살고자 노력했다는 것이며 살고 싶다는 것이 아닐까. 약을 먹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독한 감기는 때로 삼 일 만에 낫지 않고 폐렴이나 다른 질병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것처럼, 마음의 감기도 그 깊이에 따라 낫는 데에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포기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당신은, 그리고 우리는 정말로 잘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지려고, 나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마음의 감기는 언제쯤 다 나을까?
그렇기에 앞으로는 병원을 다닌 시간과 약봉지를 뜯으며 보낸 날들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려 한다. 쌓인 약봉지들은 나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이니까. 당신도 나도 이 시간을 지나며 한 걸음씩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 과정을 통해 더 단단해지고 있다. 마음의 감기가 쉽게 낫지 않더라도, 언젠가 숨을 쉬는 것이 다시 자연스러워지는 날이 오리라 믿으며 오늘도 약봉지를 뜯는다. 그렇게 나는, 우리는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