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 첫사랑 맞아요.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첫 번째 글 「너는 나의 전부였는데」에서 슬쩍 언급한 적이 있는데, 기억하는 분들이 계시려나 모르겠어요. 사람들은 첫사랑에 대해 저마다 다르게 정의하면서 과하게 포장하려고 하는 듯한 경향을 보이는데요, 첫사랑이 별거인가요. 처음으로 나를 설레게 만든 사람, 처음으로 내 가슴을 뛰게 만든 사람이 첫사랑이 아닐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벌써 저의 첫 애인과 헤어진 지 5년이 넘어가고 있어서, 어쩌면 다시 마주친다고 해도 서로 알아보지 못하는 그런 슬픈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지만요, 그때 아름다웠던 우리는 영원히 제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거예요. 제 기억 속의 첫사랑은 영원히 스물에 머물러 있을 테니까요. 추억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마는 저만이 품고 사는 아련한 추억 하나 들려드리려고 해요.
V. 썸 혹시나 해서 말씀드려요. 제 연애사에 있어서 드라마틱한 일이나 심장 졸여야 하는 그런 일은 나오지 않는답니다. 괜히 제가 스스로를 '보통 여자'라고 소개한 것이 아니라니까요. 제 연애는 모두 담백하고 슴슴했어요.
만났던 사람들도 대체적으로 그런 스타일이었고, 그래서 잘 맞았어요. 언젠가 연애해 본 적이 없을 때 말이에요, 연애를 하거나 결혼을 하게 된다면 '한적한 동산에 아늑한 집을 짓고 그곳에서 함께 살고 싶은 사람'과 연애하고 결혼해야지, 하는 로망을 가지고 살았었거든요. 그것이 제가 바라는 연애와 결혼의 모습이었죠. 이 이야기를 왜 꺼낸 거냐면요, 제 첫사랑이 딱 그 이미지와 어울리는 사람이었거든요.
첫사랑과의 연애에는 어떠한 극적인 일도, 심하게 가슴 아픈 그런 이야기도 없는데, 연애할 때 저는 정말 청춘 영화에 나오는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이 된 기분이 들었답니다. 수수한 체크무늬 남방에 가방을 매고 있던 애인의 첫인상은 '아, 이 사람이구나' 싶었어요. 저나 애인이나 연애 경험이 없었고, 둘 다 서울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가 외로운 타지 생활의 메이트가 되어 주었어요. 친구와 가족 역할을 해 준 거죠. 강의가 끝나고 카페 가서 공부하고, 저녁을 함께 먹고, 주말에 예쁜 옷 입고 놀러 나가고, 저도 그렇게 썸이라는 것을 탔어요.
VI. 연애 이 사람과 오래 함께하고 싶었어요. 함께 공부하고, 밥 먹고, 놀러 나가고, 그렇게 반복해도 되지만, 확실한 관계에서 함께하고 싶었어요. 분명 서로 좋아하는 것이 맞는데, 여자 경험이 처음이니 애인도 제게 고백할 생각을 않았고, 너무나도 답답했던 나머지 제가 고백을 해버리고 말았어요. 그때 나누었던 대화는 웃겨서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답니다.
"너 나랑 왜 계속 같이 놀아?" "재밌으니까" "나랑 노는 게 좋아?" "좋지" "너 나 좋아하냐?" "뭘 그런 걸 물어봐" "좋아하는 거 맞네. 근데 왜 고백을 안 하냐?"
…… "나랑 사귀자 나도 너 좋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