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마 속 모래시계는 멈추질 않는다. 온탕에서 몸 녹이는 노인들의 대화 소리. 감기 걸리니까 냉탕에만 있지 말라는 아빠들의 걱정 소리. 사우나에 와서 얼음방에만 들어가 있는 꼬마들. 한때 유행하던 예능을 온종일 재방송하는 채널에 고정된 티브이.
요즘 사람들은 세상 돌아가는 데에 관심이 없다며 한숨을 쉬는 노인. 달걀 못 먹고 죽은 귀신이라도 붙었는지 혼자 멍하니 벽에 기대 티브이를 보며 달걀만 까먹는 남자. 아이에게 수건으로 양머리를 만들어 주는 여인. 그 모습을 보고는 자기도 양머리 만들고 싶다며 중얼거리는 다른 아이. 나른한 상태로 불가마 24시 입구를 나오면 보였던 컴퓨터 크리닝.
누나들이랑 문자 좀 한다고 콧대가 높아져 있던 열여섯 살짜리 꼬맹이는 크리스마스 때 열아홉 살짜리 주은 누나 보러 서울에 갈 거라고 했지만 대차게 까였고. 대구서 서울 가는 KTX값 4만 원이 전 재산이었던 때. 이제는 하루면 벌 수 있는 돈이 되고 꿈에 그리던 서울역을 이제는 집처럼 드나들고. 별거인 것 같은 일은 지나 보면 별거 아닌 것들인데. 다 한때라는 것을 그해 가을 공기가 슬쩍 알려 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