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사람이 많았다. 누가 올까. 나는 그래서 늦은 밤이면 상수역을 맴돌았다. 힙스터의 대명사가 된 모 원맨밴드의 상수역 주제가를 귀에 박히도록 들으며 수능특강을 풀었던 시절이 있었다. 수백 번들었던 그 노래는 내게 '상수역에 대해 소박하지만 짙은 환상'을 심어주었다. '나도 성인이 되면 상수역에서 운명의 상대를 만나리라-!' 백마 탄 왕자와의 가슴 뜨거워지는 로맨스?

그런 건 바라지 않았다. 내가 바랬던 사랑은 상수역에서 서로를 지나치다 우연히 만나 스파크가 튀고, 어찌저찌 이어나가는 미지근하고도 살짝 채도가 낮은 그런 사랑. 무던히 지속되는 그런 사랑. 주변에서 '쟤들은 아직도 만나는구나' 할 때 나오는 그런 사랑.


하지만, 현실은 노래 가사가 아니었다. 주에 몇 번씩이나 상수를 방문하며 어느 정도 상수 짬이 찬 나는, 그 동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에게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말인즉슨 길거리를 거닐며 '눈'이 마주칠 확률이 '매우' 적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스파크가 일도, 미지근한 사랑이 시작될 일도 없었다. 하긴, 내가 너무 환상을 가지고 살았어.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을 시작하냐. 쩝.

그럼에도 나의 상수역 로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사랑의 발단' 부분이 상수역일 수 없다면 '전개' 부분이 상수역이면 될 일이었다.


성인이 된 후 첫 연애의 '전개'는 내가 원했던 상수역에서 진행되었다. 우리가 가장 자주 갔던 상수의 시실리와 버들은 공교롭게도 두 곳 다 해산물 안주를 주력으로 내놓는 술집들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우리의 연애에서는 비릿한 향기가 났다. 비린내는 강렬하게 코끝을 찌르고 그대로 후각을 지배해버린다. 씻어도 잘 사라지지 않고, 향수로 덮어버려도 끈질기게 남아있다. 우리네 연애의 시작은 강렬했고, 그대로 서로의 인생 전부가 되었고, 기어코 결말을 맞이하고도 그 여운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옷에 밴 생선 냄새가 잘 빠지지 않듯 말이다.


첫 연애의 여운 때문이었는지, 여전했던 나의 상수역 사랑 때문이 었는지 모르겠지만, 사랑의 결말 이후로도 난 상수역의 망령이 되어 떠돌았다. 친구들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내 대답은 항상 "상수역"


이후로도 몇 번이고 겪은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배경은 언제나 상수역이었다. 첫사랑을 잊지 못해서가 아니다. 확실히 아니다. 그런 거라면 나의 전애인들과 현애인에게도 너무나 미안한 일이니까. 그저 나의 못 말리는 상수역 사랑 때문에. 골목골목의 주황색 가로등과, 비린내 나는 술집들, 인디밴드들의 공연장과, 묘하게 고요한그 분위기 때문에. 나는 아직도 상수역에 간다. 여전히 상수에 간다. 오늘도 상수에 간다. 아직도 검정치마의 「상수역」은 내가 가장 사랑 하는 노래다. S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