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타인으로부터 노래 추천을 받지 않는 편이다. 내가 듣는 노래는 한정적이다. 최신 유행 발라드라던가 걸그룹 노래에 대해 하나도 모른다.

요즘 랩?

힙합?

안 듣는다. 그래서 추천받아도 들을 노래가 없다. 내가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듣는지에 대해서는 안 궁금할지 몰라도, 다른 사람들이 내 노래 취향을 궁금해할 수는 있는 거니까. 며칠 전 올린 '읽고 싶은 주제의 글이 있나요?'에서 꽤 많은 분들이 '노래 추천해 주세요'라고 답했다.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평범하다고 볼 수는 없는 그런 나는 무엇을 들으며 살아갈까. 바로 알아보자.


1. 잔나비'나의 기쁨 나의 노래 잔나비의 모든 노래 가사를 다 외울 정도로 잔나비를 좋아하는 내가 가장 많이 듣는 노래는 '나의 기쁨 나의 노래'다. 잔나비 노래는 마이너한 것들이 많다.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라던가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과 같은 대중적인 노래를 생각하고 듣는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 매력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다. 만약 '나의 기쁨 나의 노래'를 들어 보고 괜찮다면, '꿈과 책과 힘과 벽'도 들어 보자. 가사가 예술이다.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 하루는 더 어른이 될 테니.” 하지만 가사와 반대로, 자고 나도 괜찮아지지 않은 경우가 많더라. 그게 현실이다. 그래서 나는 이상을 바라보며 음악을 듣나 보다.


2. 비틀즈 'Something' 유명하다. 노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분명 한 번쯤은 들어 봤을 법한 노래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인 프랭크 시나트라가 극찬했다는 노래. 가사가 아름답다. 사랑에 빠진 감정을 꽤나 잘 표현했다. '나는 영어를 몰라서 노래를 들어도 뜻을 몰라'하는 사람들도 일단 들어 봐라. 멜로디가 좋으니까.


3. 장기하와 얼굴들 '별거 아니라고' 이 노래를 들으면 왜인지 모르게 방금 막 이별한 듯한 기분이 든다. 장소나 대사를 꽤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우리가 함께였을 때는 남은 시간을 모두 약속했었지'라던가 '늦은 밤 전철역 벤치에 앉으며 너는 내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지. 다 별거 아니라고' 늦은 밤 전철역 벤치에 앉아 사랑해 본 사람이라면 이 노래를 듣지 않는 편이 좋겠다. 매일 한 번은 듣고, 기차역에서는 세 번 정도 듣는 노래다.


4. 이문세 '옛사랑' 이문세의 노래는 실패하는 법이 없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있듯, 나는 이문세나 김광석, 송창식(너무 구관으로 갔나...?)의 노래를 참 좋아한다. 비 내리는 날에 듣기 좋은 '빗속에서'도 있지만, 오늘 추천할 노래는 '옛사랑'이다. 나는 노래를 들을 때 가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가사에 드러나는 매력 포인트를 보는 편인데, 옛사랑에서 그 매력 포인트는 '옛사랑 생각에 그 길 찾아가지. 광화문 거리 흰 눈에 덮여 가고, 하얀 눈 하늘 높이 자꾸 올라가네.'다. 나는 광화문을 굉장히 좋아하기에, 저 가사가 나를 반하게 만들었다.


5. 김광석 '거리에서' 김광석 노래는 위험하다. 기분이 좋을 때 들으면 괜히 축 처진다. 노래 자체가 우울하고 슬프다. 그래서 우울한 날 들으면 더 우울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은 음악으로 향유할 수 있는 이들을 위해, 김광석의 '거리에서'를 추천한다. 이별을 시로 쓰고 그 시를 노래한다. 덤덤한 척 말하지만 후에는 감정이 고조된다. 그것이 김광석이다.


6. 자우림 '27' 나는 2007년도 분위기를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경계에 놓인 시대. 뭔가 조악하고 허접한 것들. 정이 있던 시대. 그따위 것들을 혼자 추억하곤 했다. 자우림의 27'을 들으면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더라.

왜 그런지 찾아보니 앨범이 2008년에 만들어졌다고... 내 귀는 정확하다.


7. 싸이 '77학개론' (feat. 리쌍 & 김진표) 가사가 세다. 그런데 재밌다. 그리고 세대 차를 극복하고 공감 가는 부분이 있을 수도?

시대를 막론하고 어린 시절 남자들은 '후까시' 잡는 걸 좋아하고, '잘 노는 친구'들을 동경하니까. 그리고 철이 좀 들면 그 시절을 추억한다. 그땐 그저 그렇게 모든 게 설레었지만, 그저 모든 게 익숙해진 지금. 듣기 좋은 노래다.


8. 데프콘 '아프지 마 청춘' '아프니까 청춘이란 말은 쉽지. 청춘이 아프면 그다음은 어디일지.' 1세대 래퍼 데프콘. 힙합과 거리가 먼 나는... 리쌍이나 데프콘의 힙합만 종종 듣는 편이다. 데프콘 노래는 좀 많이, 자주 듣긴 한다. 데프콘의 노래는 마이너하다. 러프하다. 자극적이고 원초적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독고다이'나 '그녀는 낙태 중'을 추천하면, 기겁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봐.

가장 대중적인 노래를 추천한다. 이 노래를 실제로 엄청 좋아하기도 하고. 청춘들에게 던지는 '진짜' 메시지다. 다들 약해지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