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넌 소설을 왜 읽는 거야? 어차피 가짜잖아." "소설이 가짜일지 몰라도 세상 누군가에게는 그 소설이 다큐거든. 소설을 읽을 때면 다른 세상에 들어갔다 나오는 기분도 들어.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도 있고, 가끔 내가 혼자 떠올리던 생각이나 말이 소설에 녹아 있으면 격한 공감도 하고... 뭐 이게 소설의 묘미 아닐까." 언젠가 소설을 좋아하는 친구와 술자리에서 나눈 이야기다. 그 뒤로 나는 가끔 소설을 찾아 읽었다. 하지만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누군가 좋아하는 소설을 이야기해 달라고 하면 한 치의 고민 없이 이야기해 줄 수 있지만, 소설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망설여졌다. 나는 소설을 추천해 줄 만큼 많이 읽어 본 사람도 아니고, 편독 습관이 강하기 때문에 추천해 주는 책에는 내 취향이 강하게 드러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다 요 근래 광고를 받아서 소설을 몇 개 읽게 되었다.

아, 이래서 소설을 읽는구나.


문학동네로부터 광고를 받았다. 여기에 대해 하고픈 말이 참 많지만, 조만간 새로운 코너를 만들어 나의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니 잠시 뒤로하자. 내가 광고를 받은 책은 총 두 권이다. 김화진 작가의 첫 장편소설 「동경」과 김기태 작가의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오늘 광고할 책은 김화진 작가의 「동경」이다.

「동경」에는 총 세 명의 인물이 나온다. 한아름과 최민아, 그리고 이해든.

아름은 민아가 운영하고 있는 회사에 다닌다. 1/1 스케일 피규어 비슷한 것을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다. 그런 아름은 본인이 하고 있는 일에 확신이 없다. 고민이 생긴다. 아름은 늘 눈치를 보고 남이 내뱉은 말을 마음에 담아놓고 있다가, 혼자 있을 때 꺼내 떠올리며 마음 쓰는 그런 사람이다.

그런 아름은 정작 본인 생각을 내뱉기를 어려워한다.


민아는 감정에 동요가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민아는 아름에게 동경의 대상이자 가까운 언니다. 겉으로는 감정이라는 게 없는 사람처럼 보이는 민아도 사실 생각이 참 많은 사람이다. 민아는 어릴 적 기가 세고 드센 어머니 아래서 자랐다. 민아는 그런 어머니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머니가 민아의 자존심을 구기는 말을 할 때 너무나 수치스럽고 싫었지만, 시간이 흘러 돌아보니 민아는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일에 있어서는 말이다. 하지만 그게 '본인 사람'에게는 잘 안되는, 그러니까 일에 있어서만 엄격하고내 할 말 다 하는 사람으로 자라 있었다는 말이다. 해든. 해든에 대한 이야기를 전까지 해든은 셋 중 가장 밝고 성격 좋은 사람인 것처럼 묘사된다. 해든은 사진을 하고 싶었다. 사진과에 진학하겠다 말한 그날, 해든은 아버지가 던진 '전기면도기'를 맞았다. 해든은 집을 나왔다. 저런 아버지 밑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혼자살이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 모든 일이 힘겨워졌다. 다 그만두고 싶었다. 해든은 사진을 좋아하는데, 사진은 해든을 좋아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해든은 사진을 대상으로 분풀이를 하고 있는 스스로가 제일 꼴 보기 싫었다. 사진에게 무언가를 맡겨둔 것도 아닌데. 지칠 때면 이상하게 아빠가 보고 싶었다. 해든은 물건이나 던지는 아빠가 왜 그렇게 보고 싶었을까.


세 사람의 특징은 대충 이렇다. 더 많은 이야기를 적고 싶지만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관두었다. 사실 이야기를 읽으며 인물의 특징을 적을 때 '정이 많다'는 이야기를 썼지만, 끝내 지웠다. 아름에 대한 이야기를 적을 때도, 민아에 대한 이야기를 적을 때도, 해든에 대한 이야기를 적을 때도 빠짐없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정이 많다는 것. 사실 정 없는 사람은 없다. 냉정한 사람일지라도 '내 사람' 챙기는 데에 열심이고, 붙어 있다 보면 정이 들기 마련이니까. 등장하는 세 명 중 누구 하나가 나와 온전히 닮았다고 할 수 없다.

누구 하나가 너와 닮았다고 할 수 없고, 누구 하나가 당신과 똑 닮았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셋 중 그 어느 한 사람의 어떠한 면모에는 극히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아니 적어도 나는 셋 모두에게 공감하며 이야기를 읽었다.


「동경」을 읽으며 참으로 놀라웠던 점이 있다. 바로 '가족 간 갈등에 대한 극사실적인 심리 묘사'다. 사실 사이 좋은 가족은 잘 없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나면 미워하는 감정이 사라지고, 결국 서로 다시 뭉치게 된다. '애증'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존재, 가족. 김화진 작가는 가족 간의 감정선을 정말 적나라하게 잘 묘사했다. 읽으며 감탄을 금치 못하였던 부분이다. 우리는 살아간다. 사실 본인 취향이나 하고픈 일을 잘 알고 살아가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면서 우리는 옆 사람과 비교하기를 즐긴다. 비교라고 하기보다 타인을 보며 '부러움'의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모두 저마다의 고민이 있고,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나는 쟤를 부러워하고, 쟤는 걔를 부러워하고, 걔는 나를 부러워하고. 너에게 없는 것이 내게 있고 내게 없는 것이 너에게 있길 바라는 마음. 혹은 기꺼이 그렇게 착각하고자 하는 마음. 우리는 동경하며 살아가고, 이런 마음 때문에 우리는 괴롭다. 당신은 마음에 있는 말을 잘하고 사는가. 마음에 있는 말도 못 하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당신에게 추천한다. 김화진의 「동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