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남자는 서른 세 살 먹고 무난한 연애만 하다가 어느 날 결혼하고 어느 날 아이를 낳았다 그런 남자 이야기
롤링 선더 러브. '삶에 대해 만족하는가?'와 '외롭지 않은가?'는 조금 다른 문제다.
현재 나의 삶에 대해 만족하고 있더라도 외로울 수가 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조맹희 (이하 맹희)가 그렇다. 맹희는 삼십칠 년 동안 그럭저럭 살았고, 현재 삶에 만족하느냐고 묻는다면 만족한다고 답할 정도였지만, '만족'이라는 단어 자체가 불만족스러웠다. 이런 맹희는 종종 옛사랑'들'을 떠올린다. 옛사랑을 나열해 보면 바보 같았던 사람부터 양아치 같은 남자까지. 참 다양한 사람들이 많다. 웃기다. 결국 괜찮아' 보이고 '마음에 들어서' 사랑을 시작하지만, 헤어지면 쓰레기고 개새끼다. 개중에는 썩 괜찮은 남자들도 있었는데, 그때 당시 맹희는 그런 사실을 몰랐다. 알았다면 그들과 함께하는 더 나은 미래가 있었을지도.
아무튼 맹희는 서른일곱 치고는 좀 어린 듯하다. 사실 나도 그 나이가 되어 보지 못해 감히 짐작도 할 수 없지만, 맹희는 내 머릿속이나 주변에서 보이는 서른일곱보다는 좀 미숙하고 느긋해 보이는 그런 사람이다.
맹희는 짝짓기 예능 프로그램에 지원한다. 관찰 예능의 정점이라고도볼 수 있는 짝짓기 예능 프로그램. 생각하고 행동하고 고민하고 주저하는 모습까지 전부 카메라에 담긴다. 혼자 있을 때라면 내면의 독백으로 묻힐 이야기도 관찰 예능에서는 '속마음 인터뷰'란 명목하에 카메라에 관찰되고 기록된다. 남자 출연자들 중 맹희 마음에 드는 사람은 없다. 다들 '여기 오니 사람이 이상해진다'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있다 보니 맹희도 덩달아 이상해지는 기분이다. 뜻대로 되는 건 없고, 잘하려는 의도와 행동은 다르게 나타나고. 어?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어서 보니까 그 남자는 담당 피디. 이후의 이야기는 비밀이다. 전부 이야기하면 광고가 아니니까 말이다.
요즘 세상에는 뭐든 빠르게 나타나고 빠르게 사라진다. 여기서는 또 이게 논란되고, 저기서 상황을 뒤집을 무언가가 나온다. 이 사람은 이것까지 불편해하고 저 사람은 저것도 불편해한다.
누구는 본인 일도 아닌 것에 목소리를 내고, 누구는 본인 일에도 입을 다문다. 사람이 사람을 못 잡아먹어 안달이고, 뭐든 까내리려고 난리다. 잘난 사람을 보면 잘났다고 시샘하고, 못난 사람을 보면 못났다고 조롱한다. 평가하기를 좋아하고 자기 객관화 능력이 떨어진다. 본인들은 대중 앞에 섰을 때 떳떳한가.
요즘 시대에는, 아무튼 이 모든 일이 단 며칠 만에 벌어진다. 이러한 점에서 롤링 선더 러브는 정말 현실적이다. 소설이 아닌 수필 같다.
전조등 정말 평범한 남자의 평범한 이야기.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이 남자는 여러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될지도. '평균'과는 거리가 조금 멀지만 '평범'과는 아주 가까운 남자. 그는 바른 가정에서 태어나 부족하지 않게 자라고, 지켜야 할 것들을 잘 배우며 성장했다. 시키는 거 토 달지 않고 하던 그는 학교생활도 성실히 하였기에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다. 대충 '건동홍'쯤 되는 학교에 진학하여 통계학을 전공한다. 그러다 군대도 가고 연애도 한다. 무던하고 바른 그의 성격은 연애에서도 드러나는 듯, 그는 첫 연애를 삼 년이나 했다. 사실 말이 삼 년이지 '행복한' 삼 년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는 연애보다 본인의 삶이 더 중요했다. 사실 똑똑한 거지. 그렇게 열심히 학점 관리를 하고, 자격증을 따고 취업 준비를 한 탓에,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기업에 취직했다. 취직하고 나서도 그의 '바른 생활'은 이어진다. 첫 월급을 타서 부모님께 안마 의자를 사드리고, 보험에 가입한다. 청약과 저축은 물론이고, 급여의 2%나 되는 돈을 국제기구에 기부한다. 그리고 일 년 뒤, 자사의 플래그십 스포츠 세단을 구매한다.
일 이야기에서 나와 이제 사랑 이야기를 해 볼까. 서른셋이면 이제 적은 나이가 아니다. 그는 지난 사오 년 동안 네 번의 연애를 했다. 새 여자를 만나면 이전 여자와 갔던 장소에 다시 가지 않던 남자는 이제 가지 못할 곳이 많아졌다. 모두가 헤어질 이유는 많고 계속 만나야 할 이유는 적었다.
굳이 감수하면서까지 만날 이유가 없었던 것이겠지. '아직도 왜 결혼을 안 했어?'라는 질문에 '그러게 말입니다'라고 대답하며 살았다. 너무 따지면 결혼 못 한다는 소리를 듣곤 했지만, 너무 따지지 않다가 도장 찍고 후회하기는 또 싫어서 신중해질 수밖에 없던 남자. 원래 사랑은 '갑자기' 찾아온다. 목 빠지게 사랑을 기다리는 사람보다 제 할 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더 사랑을 잘한다. 그러던 그가 한 여자를 만나서 결혼한다.
"밤 열한 시 사십구 분이고요. 여아예요. 눈, 코, 입 뚫려 있고요. 귀 두 개요. 손가락 하나 둘 셋 넷 다섯...... 발가락 하나 둘 셋 넷 다섯...... 외관상 특이점은 없어요. 축하드립니다." 아이가 생겼다.
어떤 여자를 만나서 어떻게 결혼까지 결심했는지, 그리고 아이를 낳은 그는 어떤 생각인지. 이것까지 말하면 여러분들이 책을 직접 구매해서 읽지 않을 것이니 비밀에 부친다. 내용이 궁금하지 않은가?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의 소설은 완전한 기쁨을 주었다. 그는 응원의 태도를 발명하고 있다." _임솔아(소설가). 바로 지금, 한국문학의 가장 뜨거운 신인. 2024 젊은작가상 수상 작가 김기태 첫 소설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