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한 벌 사이의 이중성. 그리고 섹스. 그것이 좋았다. 나는 첫경험을 스물세 살이 되어서야 했다. 남들 다 한다는 섹스. 뭐가 그렇게 어려웠던 건지. 먼 나라 이야기 같던 것들이 생각보다 순식간에 전개된 그날. 인계동 어느 모텔에서 써 내린 내 역사는 생각보다 뜨거웠다.
내 처음을 가져간, 나보다 두 살 많던 그녀는 섹스할 때 욕을 해 달라고 했다.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뭐, 휴지끈이 짧지 않던 나는 머릿속에 저장해 두었던 욕을 조금 내뱉어 줬다. 자세를 바꿨다. 뒤로 하는 자세는 야동에서 보는 것보다 어렵다는 생각이 들 때쯤 그녀는 엉덩이를 때려 달라고 했고, 그리 어려운 부탁이 아니었기에 몇 대 때려 줬다. 콘돔은 무조건 껴야 된다고 배웠으니까. 섹스할 것 같은 날 미리 편의점에 가서 사가미 콘돔을 사라는 친구의 조언을 듣고 콘돔은 꼈다만, 느낌이 썩 좋지는 않았다. 이상하게 쌀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섹스는 혼자 하는 것보다 느낌이 좋지 않다는 그 말이 떠올라 나는 느낌 안 오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원래 섹스는 오랫동안 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녀와 속궁합이 잘 맞았다. 우리는 오랜 섹스를 즐겼고, 섹스 중 주고받는 말을 좋아했다. 가끔은 콘돔도 뺀 채 본능적인 섹스를 했다. 끝나고 난 뒤 침대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는 것도 좋았다. 가끔 사람 없는 골목에서 스릴을 즐기기도 했다. 섹스할 때 그녀를 때리고 욕하는 것에 익숙해질 때쯤 우린 이별했다. 이별의 원인이 섹스는 아니었다. 속궁합은 잘 맞았지만, 다른 궁합은 맞지 않아서였을까. 아마 그랬겠지. 다른 연인들은 이별하고도 밥 먹자는 핑계로 몇 번 만나 술 마시고 섹스한다는데. 그렇게 만난다면 우리의 뜨거웠던 사랑조차 부정될 것 같아서, 이도 저도 아닌 미지근한 관계가 될 것 같아서. 나는 이별하고도 연락을 보내지 않았다. 내게 연락이 오지도 않았다.
두 계절이 지났다. 다시 휴지끈이 길어질 때쯤 한 사람과 엮이게 되었다. 베이지색 치마가 잘 어울리고 조휴일 노래를 즐겨 들었던 사람. 늘 그녀 목에서는 바이레도 블랑쉬 향이 은은하게 풍겼고, 그것이 나를 흥분시켰다. 키스하기도 전인데 보이지 않는 목 뒷덜미에 키스 마크를 남기기도 했다. 생각보다 섹스까지 가는 데에 오래 걸렸다. 만난 지 50일쯤 되어서야 내 휴대폰 구석에 처박혀 있던 야놀자 어플이 제 역할을 했으니까. 섹스는 많이 해 봤지만 한 사람이랑 오래, 많이 한 거였으니. 다른 사람과 몸을 섞는다는 사실에 설렜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되기도 했다.
순식간에 전개되지는 않았다. 모텔에 들어가 바로 짐승처럼 몸을 섞던 것에 익숙해진 나와 달리 그녀는 샤워하지 않고 섹스하는 것은 질색이라고 했다. 샤워하고, 눈에 들어오지 않는 영화도 좀 보고, 영화를 끄고 이야기도 좀 나누며 분위기를 풀며, 그렇게 천천히 목적을 향해 다가갔다. 귀에서 목. 목에서 입술. 손은 속옷을 내리고. 깔끔하게, 대사는 거칠게.
"씨발년아 벌려" "뭐라고?" 아 씨발. 잘못됐다는 게 느껴졌다. 모두가 전애인과 같은 취향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본능 앞에 판단이 흐려졌던 걸까. 이런 취향 아니구나?
미안해…. (실제로 식은땀이 났다.)라고 말하며 다시 섹스에 집중했다. 5분... 10분... 15분... 뭐, 늘 이 정도는 했으니까. 자세도 바꿔 가며 오래 즐겼다. 엉덩이를 살짝 때려 봤지만 거부감이 없는 것 같아 보였다. 열심히, 그리고 신나게 박자를 느꼈다. 체온을 나누는 그 쾌락적인 순간을 즐겼다.
한 30분이 지났나. 그녀 하는 말.
"언제 싸...? 나 이제 아파" 하 씨발. '아 씨발'과 '하 씨발'은 다르다. 아 씨발은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직감했을 때 나오는 표현이고, 하 씨발은 뭐랄까... 내가 지금껏 알아 오던 것들이 표준과 어긋난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바로 그 순간 나오는 허무한 감정이 담긴 그런 표현이니까. 전애인이 떠올랐다. 빨리 싸는 것이 고민인 사람은 있어도 못 싸는 남자는 내가 처음이 아닐까. 전남친 작품이라는 말은 있어도 전여친 작품이라는 말은 내가 처음 아닐까. 곧 쌀 것 같다고 말하며 대충 흔들어 그녀 배에 싸고 마무리했다.
내 섹스 루틴 중 포함되어 있는 '섹후땡'을 하려고 일어나자 그녀 하는 말.
"오빠 나 안아 줘." 자위로 마무리된 섹스가 끝나고 그녀를 안아 주며 3분 만에 싸고 57분 동안 해명하는 사람을 보며 속으로 '조루 새끼'라고 놀리던 과거를 떠올렸다. 그리고 앞으로는 섹스하기 1주일 전부터는 야동을 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었나. 이별한 전애인이 떠오르며 존나게 서글펐던 저녁이었다. 김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