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소한 매너도 챙기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러니까 보행자 먼저 지나가라고 잠시 기다려 주는 운전자에게 가벼운 인사 정도는 하고 지나가는 사람, 문을 열고 나올 때 뒷사람을 위해 문을 살짝 잡아 주는 사람.
이런 사소한 것들을 챙기는 사람을 좋아한다. 겸손은 미덕이 아니라 의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매너는 의무가 아니라 미덕이다.
이런 미덕 가지고 살면 손해 볼 건 없지 않은가. 매너, manner 사람의 행동이나 습관을 의미하는 마누스 (manus)와, 방법이나 방식을 의미하는 아리우스(arius)의 합성어. 언젠가 내가 쓴 글에도 나오는 문장. 나는 말이다. 겸손은 미덕이 아닌 의무지만, 매너는 의무가 아닌 미덕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강요하고 싶지는 않은. 하지만 이 정도는 하고 살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지키며 살고 있는 것들. 오늘은 당신이 매너 있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는 꿀팁 몇 가지에 대해 알려 주려고 한다.
어디까지나 나의 주관적인 견해이니 거를 건 거르고,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먹도록 하자.
1. 식당 가면 수저와 젓가락을 놓자 식당 들어가서 메뉴를 주문하고 종업원이 떠나는 그 타이밍. 그때 휴지 한 장을 식탁에 깔고 수저와 젓가락을 놓자. 그냥 수저와 젓가락을 식탁에 놓지는 말자. 휴지가 없으면 앞접시에라도 놓자. '식탁도 닦아서 깨끗한데요. 휴지가 더 더러워요'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게 과학적으로 파고들면 끝도 없다. 중요한 건 식탁과 휴지 중 더 더러운 게 무엇이냐가 아니다. 내 행동의 본질과 목적이 중요한 것이다.
2. 생각하고 말하기 시도 때도 없이 직설적으로 본인의 생각을 내뱉는 것이 쿨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욕을 섞어서 쓰면 본인이 굉장히 '강한' 사람이 된다고 착각하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서 이 멘트를 치면 다들 빵 터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당신의 생각, 당신이 추임새로 사용하는 욕, 당신의 유머. 그거 다 좋은데, 내뱉고 난 뒤 벌어지는 정적은 누구의 몫인가. 대화를 파고드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유머는 철저하게 계획된 상태에서 내뱉어야 한다. 플랜 B까지 세운 뒤 진입해야 한다는 말이다.
3. 하품이나 기침할 때는 입을 가리기 이거 정말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안 지키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더라. 이건 솔직히 미덕이 아닌 의무라고 생각한다. 하품이야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 치자. 당신의 구강구조를 3초 남짓 관찰하면 끝나는 일이니까. 하지만 기침이나 재채기는?
당신의 비말이 어디까지 날아가는지는 알고 입을 가리지 않는 것인가?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소개된 실험 결과를 보면 기침은 최대 6미터, 재채기는 최대 8미터까지 날아간다. 나는 밥 먹고 대화할 때 행여 입냄새가 날까 봐 입을 가리고 대화하는 사람이다. 그 정도로 입과 관련된 것들에 예민한 편이다. 제발 입으로 무언가 할 때는 가리고 하자.
4. 상석은 등받이가 있는 곳. 애인이든 친구든 가족이든 간에 누군가와 함께 식당에 간다면, 상대방을 등받이가 있는 좌석에 앉혀라. 등을 기대고 앉을 수 있으며, 정면으로는 바깥 풍경이 보이는 자리에 상대방을 앉히자. 이거 사소한 건데 안 지키는 사람이 많더라. 본인 편하자고 등받이 있는 자리에 먼저 쏙 들어가는 경우도 봤다. 물론 내 지인들은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 만약 당신의 애인이나 친구도 이 글을 읽게 되어 서로 자리를 양보하려고 한다면?
그때는 뭐... 가위바위보로 정하는 수밖에.
5. 약속 시간보다 일찍 나가기 정각은 지각이다. 9시 출근이라고 하면 딱 9시에 오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더라. 그 정도로 본인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거지. 시간 약속은 생명이다. 상대방이 오랜 친구든, 처음 만나는 사람이든, 직거래 판매자든 간에 나는 늘 먼저 나가 있는다. 예전에는 30분 정도 먼저 나가 있었다면, 이제는 15분 정도 먼저 도착해 있는다. 가는 길에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 조급하면 잊어버리고 가는 것들이 있을 수도 있다. 늘 침착하고 여유롭게, 미리미리 준비하고 나가자. 피치 못할 사정으로 늦게 되면 밥이라도 사자. 그게 매너다.
6. 전화는 작은 목소리로 공공장소에서 전화는 자제해야 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전화를 받아야 할 때가 생기곤 한다.
"제가 지금 지하철이라 10분 뒤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면 다 이해 안 해 줄 사람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화를 해야겠다는 당신.
그럼 적어도 작은 목소리로 전화해라. 목청이 떠나가라 큰 소리로 전화하는 어린 친구들에게는 할 말이 없다. 그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행동인지 본인이 직접 느껴 봐야 안다.
7. 전화 먼저 끊지 않기. '와 이런 걸 아직까지 한다고?' 그래. 아직까지 한다. 매너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지켜야 하는 법이다. 당신이 상급자라면 전화를 먼저 끊어도 좋다. 하지만 당신의 계급이 상대방보다 낮다면 전화를 먼저 끊지는 말자. 계급 사회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친구들과 전화하거나 어른들과 전화할 때도 전화는 나중에 끊는 것이 좋다. 초등학교 때였나. 나도, 내 친구도 전화를 먼저 끊지 않는 스타일이라 먼저 끊으라는 말만 10번 정도 했지만, 끝이 나지 않아 동시에 끊었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까지 하라는 말은 아니다. 상대방이 전화를 먼저 끊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면 "먼저 끊을게~" 한마디 해 주고 먼저 끊어라. 간단하잖아?
내가 생각하는 기본적인 매너를 몇 가지 적어 보았다. 여러 의견이 나오겠지만, 글의 초입부에서 언급했듯이 어디까지나 나의 주관적인 견해다. 마음에 안 들면 넘기고, 마음에 드는 것들은 채택하면 된다. 매너는 어디까지나 덕목이고, 의무가 아니다. 하지만 당신이 매너를 챙기는 순간, 당신의 매력 지수는 높아질 것이다. 이런 매너 챙긴다고 해서 '스윗호구'가 되는 것이 아니다. 딱딱하기만 하면 부러진다. 펜은 칼보다 강하고, 이제는 물로 쇠를 자르는 시대다. 이상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