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통닭과 김밥천국 너와 나는 월급날이 되면 통닭을 한 마리 시켜 먹었다. 아니, 한 마리 가격에 두 마리를 주는 통닭집에 전화를 걸어 시켜 먹곤 했다. 치킨은 무조건 남았다.
입 밖으로 꺼낸 적은 없다만 너와 나는 치킨이 남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일부러 많이 남는 두 마리 통닭집에 전화를 걸어 시켰던 것이니까. 우리는 다음 날 볶음밥을 만들어 먹었고, 그 모습을 보고 궁상떤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은 궁상이 아닌 현실이었다. 남들이 비싼 음식을 먹을 때, 우리는 김밥천국에서 돈까스와 참치김밥을 먹었다. 사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 당시에는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그마저도 할 수 없을 것만 같다는 불안감이 몰려와서. 일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나름대로 살아보려고 사는데 이것저것 돈 나갈 곳은 참 많았다. 휴대폰 요금에 가스비, 전기세, 하나하나 내고 나면 통장에 남는 돈은 없었다. 살아가는 요령도 없었고 욕심도 없었다. 열심히 살다 보면 언젠가는 다 잘 되겠지 싶었다.
인생에 있어서 노력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던 그날 우리는 헤어지고 말았다. 더는 함께할 이유가 없었다. 우리가 믿고 있던 미래는 거품이 되어 사라졌으니까. 우리의 현실은 궁상이 되었고 우리의 노력은 불우 속 발악에 불과한 것처럼 비추어졌을 것이다. 가난했던 시절이여 안녕, 나는 그만큼 주머니 사정 어렵던 시절이 서러웠고 돈 없으면 사람이 얼마나 초라해지는지 깨달았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이지만, 희한하게도 다시 돌아가고픈 젊음과 그 가난은 공존하고 있어서.
지나고 보면 젊은 날의 가난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을는지.
건대멋쨍이
배고픈 연애 언제까지 나의 글에 가난을 녹여야 하는지, 마치 가난했던 시절을 상품화하는 몇몇 유명인들처럼 보여서. 더는 나의 가난한 시절을 갈아 글을 쓰고 싶지는 않지만, 나의 연애를 거슬러 올라갈수록 결국 남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미안한 마음뿐이고, 그러한 감정이 드는 데에는 가난이 가장 큰 원인이었기에 나는 다시 한번 아픈 기억을 끄집어내어 문학으로 승화시키는 수밖에 없다. 나는 아픔을 갈아 내 것의 예술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니 말이다. 나는 그해 겨울을 잊지 못한다. 나는 네 집 근처 월세방에서 한 달 한 달을 살아가고 있었고, 너무 추웠던 날씨 탓에 셋방에서는 나름 고급 옵션에 해당되는 '창문'이 오히려 단점으로 다가올 정도로 추웠기에 나는 신문지를 물에 적셔 창틀에 끼워두었고, 그래도 가시지 않는 추위에 나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었다.
네가 살던 구식 아파트는 나에게 요새처럼 보였다.
콩쿠르인지 독주회인지, 너는 네가 하던 예술을 멋있게 뽐낼 자리를 위해 매일같이 연습에 몰두했고, 나는 그런 네가 멋있어 보이면서도 안쓰러웠다. 하지만 안쓰러운 쪽은 네가 아니라 아무런 목표도 없고 흘러가는 대로 살던 내 쪽이었다. 너의 연주 연습이 끝나면 나는 네 연습실 앞으로 찾아갔고 우리는 편의점으로 가서 컵라면에 삼각김밥을 먹었다. 가끔 돈이 좀 생긴 날이면 국밥집에 가서 소주를 한 병 나누어 마시며 '내일 얼굴 엄청 붓겠다'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분명히 힘들었던 시기를 술회하는 중인데 여느 연인들의 연애처럼 보이는 이유가 뭘까?
나의 기억이 미화된 것일까. 아니면 다들 그렇게 살았나. 성북구글싸개
돈 없어도 사랑하면 그만 꼭 돈이라는 것이 있어야만 사랑할 수 있나요. 물론 돈이 많다면야 풍족한 데이트를 할 수가 있겠지만요, 조금 배고프며 사랑하는 것도 할 만하답니다. 이런 연애를 20대 초반에나 해 보지 언제 해 보겠어요. 연애하다가 돈이 없어서 서러웠던 적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힘들거나 스트레스받은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한번은 이런 적이 있어요. 애인의 생일이 코앞인데 통장에는 애인에게 케이크 하나 겨우 사 줄 만큼의 돈만 남아 있었어요. 저는 제빵이 취미였던 친구에게 연락해서 케이크를 하나만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고, 꽃을 두 송이 샀어요. 남는 돈으로는 편지지를 사서 편지를 썼어요. 편지를 쓸 때 돈 10만 원 없어서 이렇게 궁상을 떨어야 하나 싶어서 서럽기는 했지만요, 좋은 것을 해 주지 못하여 애인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긴 했지만요, 우리 나이에 돈이 어디 있냐며, 이렇게 감동적인 것들을 준비해 주어서 고맙다는 애인의 말에 서러움이 싹 녹아내렸어요. 정유림
연애하며 이것만 아껴도...
1. 대실 비용 2. 다 못 먹을 디저트 주문 금지 3. 자잘한 기념일 4. 사치품 5. 술 Eu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