럽스타 하지 마세요. 아, 하지 말라니까요?

연애는 처음이었다. 빌 에번스 음악을 듣고 회색에 녹색 한 방울 떨어뜨린 듯한 색의 코트가 잘 어울리는 사람. 렌즈를 끼지 않지만, 늘 인공눈물을 가지고 다니는 그 다정함이 좋았다. 썸 탄 사람을 줄줄이 세우면 운동장 한 바퀴 정도는 그냥 채울 정도였지만, 연애는 처음이었다. 남자랑 같이 찍은 사진을 카톡 배경에 걸어 놓으면, 연애하냐고 묻는 그 질문에 답하는 것이 귀찮아서 언제나 내 카톡 배경은 '프로필 없음' 상태였다.


사랑하면 사람이 바뀐다고 하는데. 내게도 해당되는 말이었나 보다. 나는 그 사람이 너무 좋았다. '나 이만큼 행복하게 살아'라는 것을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은 없었고, '우리 만나서 이렇게 놀아요'라는 것을 보여 주고 싶은 마음에 럽스타 계정을 하나 만들었다. 커플들이 흔히 하는 그런 지인 한정 공개 럽스타 있잖아. 비밀번호는 우리 이름과 만난 날짜를 섞었었나. 내 별명은 종합병원이다. 내 몸 하나 관리 못 해서 병원을 달고 사는데 무슨 계정을 관리하겠다고. 처음에는 재밌었다. 사진 올리고 댓글이 달리고. 인스타를 새로 시작하는 느낌도 들고 그래서 신선했다. 이틀에 한 개씩 서로 올리던 게시글은 일주일에 한 개로. 일주일에 한 개 올리던 게시글은 한 달에 한 개로. 그 계정에 아무것도 올라오지 않은 지 10개월 정도 되던 그날, 우리는 갈라졌다.


이별하고도 계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어느 날 안 쓰던 패드를 꺼내 인스타에 들어가 보니, 아직 로그인되어 있는 럽스타. 나를 보고 있는 사람도 없는데 괜히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사람 가득한 1호선 환승길에서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을 때도 이것만큼 쪽팔리진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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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비번이 뭐였더라?

황나연


취향은 잘 숨기기 어려서부터였나. 나는 내 취향이 평가당하는 것이 싫었다. 어차피 또래 친구들은 송창식 노래를 모르고, 광안리에나 가지 송정에는 가지 않으니까. 그래서 알게 모르게 나는 내 취향인 것들을 숨겨 왔던 것 같다.

요즘 연애는 전시의 연장이 되고 있다. 애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인스타에 업로드하고, 카톡 프사로 한다거나. 더 나아가 커플 채널을 만들어 영상을 올리니까 말이다.


그래. 사랑하면 너무 좋고 또 너무 좋지. 상대방이 내 세상의 전부인 것 같고 그렇지. 낭만에 빠진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려나. 그렇게 눈에서 하트 뿅뿅 튀어나올 때, 충동적인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그렇다. 내 취향인 것들을 남에게 보여 주지 않듯, 내 애인도 공개하고 싶지 않다. 함께 찍은 사진을 가끔 피드 사이에 끼워 올리는 것 정도야, 뭐. 하지만 함께하는 순간을 찍어 그것을 콘텐츠로 사용해 돈을 버는 것에는 거부감이 든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내 애인을 본다는 것. 무섭다.

요즘은 커플 릴스 댓글창에서도 올리버 쌤이 튀어나오는데... 그런 댓글을 보고 서도 애인을 찍어 영상을 올리고 싶을까.

그리고 있잖아. 영원한 사랑은 없다?

이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