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가는 것이 어려워 전부 놓고 가려고 했지만 떠나는 것도 쉬운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날 창틀에 테이프를 붙이고 서서히 번지는 하얀 연기를 보니 문득 살고 싶어져 창틀에 붙인 테이프를 미친 듯이 긁어냈던 날


아무리 눈을 깜빡여도 초점이 잡히지 않았고 싸구려 침대 옆 판에 기대 찬물을 한 모금 마셨다. 또 한 모금 마시고 생각했다

착하게 살아서 얻는 게 뭘까 못되게 살아서 얻는 게 뭘까

그러면 나답게 살아서 얻는 건 뭘까 물었다

아니 나답게 사는 건 뭐지 누구에게 물었나 묻지는 않고 그저 생각했던 것 같다.


미련 따위는 전부 버리고 지난 삶을 회상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는 척하는 것은 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그해 겨울에 진작 깨달았다. 모두가 이 사실을 진작 깨달았으면 이런 일 없었을 텐데 창틀에 테이프를 붙이는 일도 없었을 텐데 사랑의 마음은 진중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면 말이지. 회상에서 빠져나와 다시 현실


손톱만큼 열어 둔 창문 사이로 들리는 소리 세월 참 빠르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나의 세월을 쪼개 보았다 그리고 드는 생각 시간이 지난다고 이해될까 시간을 되돌리고 나면 되돌리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을 텐데 돌아가면 그를 이해할 수 있을까 돌아가면 내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끝도 없는 시간 여행 이라는 언젠가 세웠던 가설이 증명된 날


철없던 시절이라는 말은 씨발 니미 좆까라마이싱이다

사는 게 좆같으면 478 호흡을 하라고?

슬픈 노래를 듣지 말라고?

가짜 감정에 빠지지 말라고?

우울감은 쉽게 고치는데 우울증은 고치는 게 어렵다고?

좆도 그러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당신께 묻는다

나는 이 나이에 혼자 도인이 되어간다

감정 표출을 억제하며 초인이 되어간다

부처가 되고 예수가 되고 신이 된다


신은 과연 항상 행복할까 신은 수단 없이 행복한 존재인가 우리는 신을 수단 삼아 위안을 얻지만 신은 과연 누구를 수단 삼아 기대야 하나 죽음을 두려워하는 내가 신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고 눈을 붙였다.

내가 사라지면 다시 그렇게 살 거야?

내가 없어지면 다시 그들을 찾을 거야?


도대체 사랑한다는 것과 좋아한다는 것의 차이가 뭘까 어느 새벽 잠결에 메모한 내용 사랑하면 아프고 좋아하면 행복한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차이를 따져서 무엇 하나 아직도 창틀을 만질 때면 드는 끈적끈적한 느낌 병들어 녹는 내 마음도 찐득찐득한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