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날은 늘 춥다. 정말 춥다. 나도 언젠가 그 차디찬 새벽 공기를 맞으며 낯선 학교 교실에서 수능을 친 적이 있다. 수능이 끝나고 웃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걱정과 후련함이 섞인 알 수 없는 마음으로 가득했던 것 같다.
블라블라 매거진의 여덟 번째 인터뷰. 대한민국 고3이라면 대부분 치르는 수능. 그 수능에 응시하지 않은 열아홉 살 이동준을 인터뷰해 보았다. 훤칠한 외모에 살아 있는 눈빛. 그리고 분명한 목표와 꿈이 있다는 그. 모두가 걷는 입시라는 길. 수능과 대학교라는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이동준. 그의 목표와 방향은 뚜렷했고, 수험생만큼이나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인터뷰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 수능을 보거나 보지 않은 대한민국에 사는 모든 고3 학생들에게 정말 고생 많이 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서론은 여기서 줄이고 바로 들어가 보자.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서울 사는 열아홉 살, 그러니까 스무 살을 한 달 반 앞두고 있는 풋풋한 청춘이다.
수능을 보지 않은 이유가 있나. 수능. 나는 서울에 있는 자사고에 다닌다. 좋은 학교 다니고 있다. 솔직하게 고등학교 2학년 초반까지 내 학교 성적은 좋았다. 워낙 노력파 친구들이 많아 내신 성적은 시원찮았지만, 모의고사 성적은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가면 갈수록 그 길이 나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도 못하는 게 아니었는데 그 길은 나와 맞지 않았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이 있다. 오래 해 온 일이 있다. 그걸 통해 꿈을 이루고 싶었다.
그럼 오늘은 뭘 했는지 오전에 잠깐 나가 광나루한강공원 걷고 까치를 봤다. 수능 전날과 당일 이틀 동안 까치를 봤다. 까치는 또 부나 벼슬을 상징하는 새 아니겠나. 괜히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한강에 사람들이 없어서 좀 뛰었다. 거기에는 드론 공원이라고 엄청나게 크고 광활한 공원이 있는데, 그곳에 가면 한강이 정확하게 보인다. 나만 아는 느낌의 공간이라 이렇게 말하기가 좀 그런데, 특별히 공개하겠다. 아무튼 이야기가 좀 샜는데, 한강이 보이는 그곳은 내 목표가 정확하게 보이는 곳이라 그곳을 빙글빙글 돌았다.
학교에서 모두 공부를 할 때 무엇을 했나 쿨쿨 잠을 잤다.
평소 하루 생활 패턴은?
하루 일과 패턴. 질문이 정확하다. 일단 내 하루는 06시 50분에 시작된다. 일어나 찬물 샤워를 하고 등교한다. 오전 9시가 되면 국내 주식장을 잠시 보고, 이후로는 잠을 자서 점심 먹기 전에 일어난다. 그리고 오후에는 최대한 깨어 있는 편이다. 해외 선물 종목을 보고 시나리오를 짠다. 학교 끝나고 집 가는 길에 헬스에 들른다. 웨이트 40분, 유산소 10분, 그리고 샤워를 하고 집으로 복귀한다. 만약 금요일이라면 잠실 교보문고에 들러서 책을 한 권 산다.
2~3주에 한 권 정도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저녁에는 강아지를 산책시키기 위해 한강에 가거나, 삼겹살을 먹으러 간다. 암사역 배째 단골이다. 나스닥 개장은 23:30분이다. 장이 열리기 전에 집에 들어 와서 시나리오 재점검을 하고, 21시부터 새벽 3시까지는 주로 매매를 한다. 3시나 4시에 자는 게 목표였는데, 요즘은 생각이 많아져서 5시에 자거나 밤을 새우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학력이 인생에 미치는 영향?
나는 학력 자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주변을 보면 학교 특성상 공부를 잘하는 친구가 많다. 그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남들보다 높은 자신감을 가지고 임한다. 그러한 자신감은 단순 공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방면에 있어서 발휘되곤 한다.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공부를 해 본 사람과, 안 해 본 사람들은 후에 무언가를 습득함에 있어서도 차이가 난다. 나는 고학력자들과 자리를 가진 적이 많은데, 다른 남들과 차이가 분명히 있다는 점을 느꼈다. 학창 시절 때 한 노력은 훗날 좋은 거름이 된다. 나도 학교 공부 말고 다른 것을 공부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웃긴데, 어떠한 분야에서 상위 10% 안에 들어오는 성과를 내 본 적 없는 사람들이 '학력은 중요하지 않다'고 합리화하며 학교 공부 외의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썩 좋게 보이지 않는다. 어린 시절 책을 읽었던 아이와 도파민에 잔뜩 중독되어 살아온 아이의 장래는 머지않은 미래에 크게 엇갈릴 것이다. 지금 나한테는 대학이 중요하지 않기에 진학을 하지 않는 것이지만, 후에 진학하게 된다면 철학과에 가고 싶다.
꿈이 있다면?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 추상적이긴 하다. 음. (고민) 시간과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돈이라고 생각한다.
지향하는 삶의 모토가 있는지 옳은 방향으로 열심히 행동하는 것 아닐까 싶다. 여기서 '옳은 방향'이 가장 중요하다. 잘못된 방향으로 열심히 노력하는 건 시간 낭비니까.
존경하는 인물이 있다면?
나는 아버지를 존경한다. 수능 하루 전날, 아버지께 이런 카톡을 받았다. (사진) 정말 감동을 많이 받았다.
아버지는 서울에서 이름만 들으면 알 법한 대학교를 나오셨고, 지금도 금융업에 종사하고 계신다.
아. 카톡을 보면 아버지께서 '찌질한 대학'이라는 표현을 쓰셨는데, 혹시나 생길 오해를 풀고 가야 할 것 같다. 수능과 대학이라는 제도 자체가 찌질하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은 대학에 갈 줄 아셨던 아버지는 내게 어중간한 대학교에갈 바에야 꿈을 향해 열심히 노력하라는, 그런 말씀을 해 주시곤 한다. 2023년 11월 15일 수요일. 아버지. 사랑하는 아들아. 식사 잘 챙겨서 먹고 아빠는 우리 아들 항상 지지하고 잘하리라 믿으니 남 신경 쓰지 말고 우리 아들 하고 싶은거 잘 해내기 바란다. 찌질한 대학 가는 것보다는 우리 아들 의견 존중하고 응원한다. 사랑해. 식사 잘 챙겨. 감사합니다 아버지 정말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오늘 반 친구들이랑 잠깐 대화 나눴습니다
대학 졸업하고 정확히 뭘 하고 싶냐고요. 열 명 중에 아홉 명이 대답은커녕 모두들 대답을 피하더라고요. 전 정말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사는 대로 살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꼭 호강시켜드리겠습니다
이제 딱 5년 남았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아버지 믿어요.
매매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매매. 음. 매매라. 2018년도 8월. 그러니까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시장에 진입했다. 당시 교복 회사 주식을 샀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시기에 미•중 무역 갈등이 터지는 바람에 주가가 반토막이 났던 아픈 기억이 있다. 이제 매매를 한 지 5년 정도 됐는데, 최대한 빨리 끝내고 싶은 과제 같은 느낌이다. 솔직히 나이 먹고도 하기에는 정말 힘들 것 같다. 밤낮이 바뀌는 것도 힘들고, 체력도 달릴 것 같고 그렇다. 그러나 20대에는 이것을 하며, 지금까지 매매로 모은 돈을 불리는 데에 집중해야겠다.
이제 곧 스물인데 심정은?
부담된다. 부담되고 솔직히 나는 나의 20대가 오지 않을 줄 알았다. 근데 또 내가 곧 20대라고 하니까 책임이 막중해지고 생각도 많아지고 그런다. 그리고 내년 가을 전까지 잠실에서 자취할 준비를 끝내고 싶다. 돈은 생각하는 만큼 모아두긴 했는데, 원활한 자취를 위해서 더 모아야 할 것 같다. 보증금은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낼 것 같다. 부모님과 사이가 안 좋고 그래서 자취를 생각하는 건 절대 아니고, 집이 어렵고 힘들어서도 아니다. 독립해서 내 삶에 조금 더 집중하기 위해 자취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다 스물두 살이 되면 특전사에 자원 입대하여 혹독한 훈련 속, 몸과 마음을 성장시키고 싶다.
서울이란?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음. (고민) 우물이 아닐까 싶다. 작은 우물. 이 작은 우물에서 천만 명이나 모여 북적북적 살아가고 있는데, 나는 큰돈을 번 뒤 해외로 나가 살고 싶다. 미국 워싱턴 DC 강이 흐르는 쪽이나 뉴질랜드 북부 오클랜드에서 살고 싶다. 정확한 목표가 있고 올바른 방향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조금 늦더라도 완벽하게 목표를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