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았다. 들었다. 썼다.
받았다. 메일을 하나 받았다 사실 이 메일을 받기 전에도 홍보 관련 문의에 대한 메일을 몇 번 받았지만, 끌리는 것이 없었다. 식품 관련 공동구매 제의도 몇 번 받았지만, 요식업에 뜻이 있는 것도 아닌 내가 굳이 나서서 말 많고 탈 많은 '식품 공동구매'를 진행할 이유가 없었다. 초대권이나 입장권 따위를 제공해 줄 테니 포스팅을 올려 달라는 메일도 몇 번 받았지만, 딱히 생각이 없었다.
아무튼. 나는 메일을 열었고, 첫 문장에 이끌렸다. '안녕하세요. 음악하는 최창순입니다.' 언젠가 나도 나를 저렇게 소개하고 싶었다.
'안녕하세요. 글 쓰는 이상준입니다.' 이렇게. 당당하게 본인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밝히며 스스로를 소개하는 최창순이 흥미로웠다. 매거진 계정에 음악 홍보라. 사실 잡지사의 주(표) 수입원은 광고이긴 하지만, 블라블라 매거진이 GQ라던가 eyes 같은 전형적인 제도권 매거진은 아니니까. 좋아하는 노래를 소개하는 콘텐츠는 진행해 본 적이 있지만, 아예 새로운 노래를 소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서. 고민을 많이 했다.
또한 솔직하게 나는 대중문화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노래 취향은 극단적이고, 듣는 노래만 듣는다. 영화관에 안 간 지 1년이 넘었고, 소설이나 웹툰도 보지 않으니.
요즘 인스타를 보면 '음악 소개 계정'이라던가 '밴드 소개 계정', '문화예술 큐레이팅 계정'이 많아지고 있고, 본인들의 취향을 소개하며 인기를 끌고 있지만, 나는 하고 싶어도 못 한다. 그만큼 넓고 깊게 알고 있는 예술이 없어서.
그럼에도 노래가 좋다면 포스팅하고 싶었다. 몇만 원짜리 광고비 때문이 아니라, 언더그라운드에서 예술하는 것이 얼마나 서글프고 고달픈 일인지 잘 알기에. 아무리 빛나는 작품이라고 해도 유명해지지 못하면 빛을 발하지 못하니까, 하지만 그러면 안 되는 거니까, 내가 도움이 된다면 도움을 주고 싶어서.
들었다. 그래서 들었다. 일단 노래가 좋아야 광고를 진행하는 것이고, 노래를 잘 알아야 남에게 추천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오? 괜찮잖아?
발라드와 힙합을 듣지 않는, '편협한' 음악 취향을 가진 내 취향에딱 들어맞는 노래였다. 리듬 자체도 재밌었고, 가사도 꽂혔다.
가장 좋았던 점은 가사를 보지 않고도 가사가 들렸다는 점.
음원 파일을 받은 지 한 달이 지났는데, 한 달 동안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아끼는 플레이리스트도 제쳐놓고 VANILLA SKY를 들었다. 가사를 다 외웠고, 평상시에도 흥얼거렸다. 만나는 사람마다 '방금 부른 그 노래가 도대체 뭐냐'고 물을 지경이었다.
썼다. 아니, 지금 이렇게 쓰고 있다. 20대에 이거 해야지, 저거 해야지 하지만, 사실 제대로 자리 잡기 어려운 시기다. 이것저것 하는 건 많은데 어디 내세울 만한 것들을 증명하는 사람은 드물다. 사실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다. 어릴 때는 스무 살 중반 정도 되면 '진짜 어른'이 될 줄 알았는데, 스무 살 중반도 사실 기댈 어른이 필요하고, 때로는 이렇게 살아가는 게 맞나 고민하니까. 어른이 되면 이런 고민을 안 할 줄 알았는데도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런 심리가 가사에 잘 녹아 있다. 아직 청춘인 20대의 끝자락에서 중심을 잡은 듯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고 불안은 커져만 간다. 20살의 시간 가는 속도는 20km/h, 30살의 시간 가는 속도는 30km/h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듯, 시간은 갈수록 빠르게 흘러서 나를 잡아먹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럼에도 남들은 나를 앞서나가는 것 같고, 모든 것이 멈췄으면 하는 기분도 들곤 한다.
그래. 이 모든 게 노래에 녹아들어 있다.
최창순. 그리고 VANILLA SKY. 간만에 좋은 노래를 접하게 되어 참 좋았다. 내가 참 좋아하는 가수인 장기하와 음악적인 풍이 비슷하기도 뮤직비디오도 개성 있어서 운만 따르면 확 뜨지 않을까 싶다. 나는 최창순이 유명해지리라 믿는다. 그리고 블라블라 매거진은 '유명해지기 전 최창순'을 소개하고 전시한 채널로 남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긴 글을 읽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친히 3줄로 정리해 드리자면 1. 앨범 발매 축하드립니다.
2. 그런데 왜 싱글앨범인가요...
3. 다음 앨범도 발매해 주세요. 이상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