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 그 애의 글은 거북했다. 상황을 너무 적나라하게 묘사해서. 일면식도 없는 그 애의 글에 묘사된 그 상황이 내가 겪은 일과 오버 랩돼서 속이 울렁거렸다. 그 글 속의 주인공은 누구와 참 닮았었다. 그것이 투영되어 참 아팠다. 문장이 너무 적나라하다 보니 툭 튀어나온 방어기제 때문에 역겹다고 느꼈던 걸까. 아니다. 마음속 어딘가 깊이 묻은 아픔들이 차시환혼하여 나를 잡아먹으러 온 것 같았으니까. 적어도 내가 느낀 그 감정은 진실이었다.


아픔이 있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게 맞았고. 자기연민이 가득한 글이었다. 모든 일은 어쩔 수 없이 벌어졌고, 그 책임은 자연스럽게 타인에게 떠넘기고. 그렇게 애인을 두고 한 섹스도, 감당 못 할 섹스도, 그날 콘돔을 뺀 것도, 본인의 자살 기도도, 저열한 사랑도, 전부.

전부. 전부 덤덤하게 별거 아닌 것처럼. 그게 당연한 것처럼.


그 애는 본인을 뭐라고 생각하며 살까. 시인?

작가?

피해자?

정신 병자?

어쩌면 모두?

솔직히 말해서 너 더럽다. 역겹다. 정말 역겹다. 그 더럽고 바닥 같은 삶을 예술인 척 치부하며 사는 모습에 환멸감이 느껴졌어. 처연한 척. 살아온 그 지저분한 과정과 결핍. 그리고 가벼운 섹스 이야기를 모두 문학으로 포장하려는 것 같아서.

그러면 그런 행동이 예술로 남으니까. 그 이중적인 모습이 혐오스럽기도 하지만, 그것을 누가 말하는 순간 그 아이는 펑-하고 터질 것만 같아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아이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본인의 한을 문학으로 푸는 것 같아서. 문학으로 풀어낸다기보다는 문학으로 덮어내려는 것 같아서.


그러게. 사실 글만 읽었을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거북한 감정이 좀 들기는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조금 전 그 애를 Tinder에서 봤거든. 그리고 그 애의 새로운 글이 인스타그램에 올라왔어. 내용은 뻔하지. 섹스 그리고 무언가에 대한 결핍?

그녀는 왜 Tinder를 하는 걸까. 또 다른 서사의 시작을 쓰기 위해서?

채워지지 않는 마음이라는 독을 채우기 위해서?

결국 하룻밤 시원하게 섹스하고 헤어질 사람 구하는 거면서, 만나고 오면 현타온 척 글을 싸지르는 게 우습다.


야, 원나잇은 깔끔해야 원나잇이야. 괜히 떡정에 의미 담아서 구슬픈 예술가인 척하지 마. 결국 선택은 네가 했고, 네 팔자 네가 꼬는 거니까. 라고 방금 Tinder 탈퇴한 내가 쓴다. 그래...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일 수도. 지금 글 너무 거칠다. 언젠가 창작 수업을 담당한 교수로부터 들은 얘기를 내게 해 주던 그녀가 생각난다. 감정이 고조된 상태에서 쓰는 글은 건강하지 못하다고. 하지만 그때 쓰는 글이 가장 솔직하다고 했다. 담배나 한대 피우고 자야겠다. 성북구글싸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