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추천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책 추천이라. 이때까지 이 주제에 대해 글을 쓰지 않은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나는 편독 습관이 강하기에 내 취향이 짙게 묻어난 책만 읽는다. 음식도 가리는 게 많지만, 그에 못지않게 책도 많이 가린다. 다음 이유. 책을 추천하려면 책의 내용이나 줄거리를 어느 정도 써야 하기에 '이 책 읽어 보세요'라는 글을 쓰지 않았다. 원래 책은 자세한 내용을 모른 채 읽을 때가 가장 재밌으니까.
마지막 이유. 추천해 줘도 안 읽는다. 책 선물을 몇 번 한 적이 있는데, 사람들은 전부 책을 책장에 고이 모셔 두더라. 그래서 책 추천은 힘을 최대한 빼고, 담백하게. 정말 추천하고 싶은 책만 추천하려고 한다. 이번에는 문학 위주로 추천하고, 반응이 좋으면 비문학 도서도 추천해 보겠다. 추천하는 책은 내가 적어도 세 번 이상 읽은 것들이다.
그럼 들어가 보자. 독서의 세계로.
1. 김언 「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 아 재밌다. 정말 재밌을 거다. 시를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싶을 것이다. 문체가 독특하다. 정말 독특하고 신선하고 파격적이다.
2. 김언 「한 문장」 「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을 읽고 김언 시인에게 빠졌다. 그래서 샀다. 내 마음에 쏙 드는 글로 가득하다. '시'에 대한 틀 붕괴. 운문과 산문 사이를 넘나드는 김언의 시. 그게 매력 포인트.
3. 김승일 「여기까지 인용하세요」 김언 시인과 느낌이 비슷하다. 하지만 다르다. 더 복잡하다. 어지럽다. 떠도는 기분이 든다. 그러나 몰입이 된다. 시를 '연출'한다. 규칙이 없다. 그래서 좋다.
4. 허연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언젠가 한 사람으로부터 추천받은 책. 까다로운 내 취향에 다행히도 들어맞았고, 세 번 정도 읽은 시집. 쌀쌀한 겨울에 공원 벤치에 앉아 읽기 좋은 책이다.
5. 하퍼 리 「앵무새 죽이기」 두껍다. 정말 두껍다. 500쪽이 넘는 책이다. 한때는 우리나라에 정식 발매가 되지 않아 일명 '해적판'이 돌아다녔다는 사실이 나를 더 흥미롭게 만들었다.
아이의 눈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어떨까. 우리는 왜 살아가며 혐오하고, 편견을 가지고, 더러워지는 것일까. 그리고 책은 사람의 인식을 바꿀 수 있을까?
6. 알베르 카뮈 「이방인」 우리네 삶은 이상하리만큼 사소한 것에서 삐끗거린다. 그리고 그것은 나비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깨달음과 순응 사이의 간극. 꼭 읽어 보기를 바란다.
7. 헤르만 헤세 「데미안」 나이를 먹는 것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철이 일찍 든 경우라면 말이다. 우리는 모두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 우리가 만든 벽을 깨부숴야 한다. 타인의 도움 없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