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브가이즈. 한국에 상륙하기 전부터 '미국 3대 버거'라는 호칭을 통해 유튜브에서 자주 접했던 브랜드. 강남에 1호점이 들어섰다는 소식을 접한 지는 오래인데, 햄버거를 먹으러 강남까지 가기 귀찮아서 미루고 미뤘다. 그러다 좋은 기회가 생겨서 4호점 오프닝 행사에 참석하게 되었다. '뭐, 햄버거가 거기서 거기지. 특별한 게 있겠어?'라는 생각으로 방문했다. 이곳은 모 샌드위치 브랜드와 비슷하다. 고객이 하나하나 커스터마이징해서 먹는 식이다. 대인기피증이나 소심한 사람은 주문이 어렵지 않을까. 일일이 주문하기가 귀찮아서 알아서 잘 제작해 달라고 했는데 그건 안 된다더라. 그래서 기왕 먹는 거 재료를 다 추가해서 먹었다. 콧대 높고 버거에 일가견이 있어 보이게 생긴 외국인 셰프(?)가 버거를 만들어 주어서 더욱 맛있어 보였다.
베이컨 치즈버거 주문한 햄버거가 나왔다. 버거를 호일로 감싸 둬서일까. 빵도 눅눅했고 치즈가 많이 녹아 있었다. 사진을 아무리 예쁘게 찍어 보려고 해도 예쁘게 담기가 쉽지 않더라. 한 입 베어 물자마자 고기 맛이 확 느껴졌다. 굉장히 폭력적이게 입안을 가득 채웠다. 불향이 입안에 맴돌며 식욕을 더 돋게 만들었다. 아니 불향보다 육향이 강했다. '육식주의적'이라는 단어가 이 맛을 정확하게 설명 가능하지 않을까.
육즙이 줄줄 샜다. 게다가 소스 양도 정말 많았다. 다 먹고 소스가 흥건하게 남을 정도였으니까. 피클은 다섯 개가 들어갔다는 것을 강조하였고, 베이컨은 꼭 과자 같이 바삭했다. 나는 스테이크 소스까지 추가해서 먹었는데, 유명 스테이크 소스인 A1 소스랑은 아예 다른 맛이었다. 소스마저 매우 자극적이고 강렬한 맛이었다. 해방촌이나 이태원에서 팔 법한 미국 스타일 햄버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좋아할 맛. 확실한 것은 한국에서 판매하는 다른 프랜차이즈들의 양산형 햄버거랑은 맛이 아예 달랐다.
내가 살면서 이토록 맵고, 짜고, 자극적인 버거는 못 먹어 봤다. 양 또한 정말 많다. 재료를 다양하게 추가하였는데도 맛이 한 데에 잘 어우러져 있어서 좋았다.
다들 알 만한 프랜차이즈 버거에 빗대어 맛을 묘사하려고 했지만, 유사한 버거를 찾을 수가 없었다.
어디선가 먹어 본 맛인데, 그게 무슨 버거였는지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다 떠오른 기억! 아, 어릴 때 미국에 가서 먹었던 수제버거랑 맛이 비슷했다. 어쩌면 그것이 파이브가이즈 버거였을지도. 참고할 만한 사항이자 독특한 영업 방식이 있다. 햄버거 가게라면 피크 타임에 몰려드는 고객들을 빠르게 쳐내기 위해 인기 버거를 미리 좀 만들어 놓을 법도 한데, 파이브가이즈는 고객이 주문하기 전까지는 음식을 만들지 않는다는 점.
감자튀김 감자튀김은 레귤러 사이즈로 두 개 시켰다. '소금 맛'은 군더더기 없이 담백한 맛이고, '케이준 양념 맛'은 매우 폭력적이다. 집에 돌아와서 샤워하고 잠들기 전까지 손에서 케이준 양념 냄새가 났다. 그만큼 아주 폭력적이고 남성스러운 맛이었다. 자기 주장이 강력하고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기본 맛을 추천한다. 감자튀김을 땅콩기름으로 튀긴다고 들었는데, 그래서일까. 햄버거 가게 감자튀김 특유의 대두유(?) 냄새가 나지 않았다. 같이 먹은 친구는 감자튀김이 확실히 고소하다고 하던데, 나는 고소한 건 잘 모르겠고 이상한 기름 냄새가 나지 않아서 좋았다. 확실한 건 평범한 맛이 아니었다는 점. 성인 남자 둘이서 중간 사이즈 감자튀김 두 개를 다 못 먹을 정도였으니 양도 꽤 많았다.
쉐이크 쉐이크는 꼭 시켜야 한다. 버거와 감자튀김에서는 단맛을 찾을 수가 없기 때문에, 자칫하면 물릴 수가 있다. 우리는 바나나 맛 쉐이크와 오리지널 맛 쉐이크를 주문했는데, 역시 기본이 최고인 것 같더라. 목 넘김이 좋았고 엄청나게 달았다. 미국인들이 살이 찔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었던 맛이다. 쉐이크를 하루에 두 번 먹으면 30일 내로 당뇨에 반드시 걸리지 않을까.
총평 감자튀김에 쉐이크까지 이것저것 추가했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둘이서 7만 원은 비싼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베이컨 치즈 버거' 기준으로 버거 단품 가격만 ₩17,400이니 말이다. 햄버거만 먹기에는 부담스럽지만 나쁘지 않은 가격'이지만, 어찌 햄버거집에 가서 햄버거만 먹을 수 있겠나. 한 끼 때우기에 익숙한 프랜차이즈 햄버거처럼 자주 사 먹기는 어려운 가격이지만, 나는 다시 사 먹을 의향이 있을 정도로 맛이 있었다. 살면서 먹어 본 햄버거 중에서 가장 강렬하고 묵직했던 버거가 아니었나 싶다. 오는 8일 파이브가이즈 버거 서울역 4호점이 공식적으로 오픈한다고 한다. 괜히 무료해지고 축 처지는 월요일, 점심으로 파이브가이즈가 어떨까. 이동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