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명을 기념하며 쓴 글 「만 명에게 보여진다는 것은」에서 만 명 정도면 잠실 실내체육관을 가득 채울 정도라고 언급했었나. 이제 블라블라 매거진을 팔로잉하는 사람의 수는 당시의 두 배가 되었다.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숫자가 되었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들을 보면 계정 규모가 커짐에 따라 홀로 운영하는 데에 버거움을 느끼고, 함께 계정을 운영해 나갈 팀원도 모집하고 그러던데. 내 것에 대한 소유욕이 몹시 강하고 내 것에 대한 집착이 심한 나는 '오롯이 나의 것'이라는 것을 평생 중요하게 생각해 왔기에 홀로 계정을 운영해 왔다.

아, 물론 여러분들이 있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아무리 잘 쓰인 글이라도 봐주는 사람이 없다면 묻히고 마는 것이니까. 내가 아무리 글을 잘 쓴다고 해도, 투고된 글을 아무리 재밌고 맛깔나게 퇴고하여 업로드한다고 해도, 글을 투고해 주는 여러분들이 없었거나 계정을 팔로잉해 주는 여러분들이 없었다면 결코 이까지 오지 못했다.


음. 인스타그램은 생각보다 쉬웠다.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은 내가 생각했던 그대로고, 내 글을 봐주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성장 속도는 무서워질 것이라는 내 예상은 빗겨나가지 않았다. 내가 알고리즘에 띄워야겠다고 작정하고 쓰는 글은 알고리즘에 노출된다. 이 말이 무엇이냐. 나는 더욱이 일찍 2만 팔로워를 달성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조금 더 '기계'처럼 계정을 운영했더라면. 조금 더 나를 숨겼더라면. 조금 더 다수의 입맛에 맞는 글을 올렸더라면. 그랬더라면 2만 명은 진작 달성하고야 말았겠지. 하지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꼭 내뱉어야 하는 사람이다. 계정 운영 초기에는 '내 가치관을 꼭꼭 숨기고 성질을 죽인 채 조용히 운영하자'는 생각이 컸지만, 사람 절대 쉽게 안 바뀐다고 하던가. 계정을 운영하다 보니 생각이 바뀌고야 말았다.


도와주고 싶었다. 누군가 이 말을 듣는다면 건방지게 들릴지도. 채널의 주된 연령층이 20대인 만큼 그들에게 도움이 되어 주고 싶었다. 사실 나도 뭐 하나 제대로 이룬 것은 아직 없고, 꿈을 이루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는 20대 청춘이지만, 내가 다른 또래들에 비해 경험 하나는 많다고 자부할 수 있어서. 남들 하는 고민을 일찍이 끝내고 무던히 살아가고 있어서. 잡다한 고민에 쏟을 에너지를 오롯이 내 일을 위해 쏟을 수 있게 되어서. 내가 방황하고 힘들 때 이렇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 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좀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를 통해 내게 궁금한 것을 묻고 문제 해결책에 관해 물어볼 때, 냉정하게 대답해 주는 것이다.


실제로 나의 답변을 듣고는 가치관이 바뀌었다고 연락이 오는 사람들도 있고, 내가 스치듯 한 말이 가슴에 머물러 새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연락이 오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소식을 전해 들을 때면 뿌듯한 마음이 드는 한편, 이제는 나는 타인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도 있는 사람이 되었기에 내가 내뱉는 말의 무게를 다시금 느낀다.

그럼에도 확실한 것이 있다. 다수의 눈치를 보느라 내 사상과 생각을 스스로 검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 특정 주제의 글이나 다소 민감한 소재의 글도 가감 없이 다룰 것이라는 점. 질문 타임을 가지거나 다소 논란이 될 만한 글을 업로드할 때마다 팔로워가 줄어들지만, 오히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올리고 싶은 글을 올릴 것이고, 내가 보고 싶은 글을 올릴 것이고, 나와 취향 맞는 사람들이 머물렀을 때 감탄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그런 생각으로 계정을 운영해 오고 있다.


나는 말이다. 사람들이 '타인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이해하는 수준이 높아졌으면 한다. 어느 날 업로드된 글이 본인의 생활 방식과 다르다고 해서 맹목적인 비난 댓글을 달고 언팔로우하는 그런 어린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이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이 어찌저찌 돌아가는 것 아니겠나. 세상 사람들을 전부 교화시키고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나의 계정을 팔로잉하고 있는 여러분들만큼은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정파 문인이 아니다. 적어도 SNS에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우리는 정파가 아니라는 말이다. 특히나 단발성 콘텐츠를 다루는 계정 주인들이라면 공감하기 싫어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내용일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조급해지고, 더욱 무언가 하려고 하고. 나는 내 주제를 알기에, 주류나 제도권에 들어갈 생각도, 자격도 없다고 본다. 이 말이 무어냐. 나는 내가 무엇을 제공해 주어야 하는지 알고, 계정을 운영 하며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으며, 혹여나 떠나야 할 때가 온다면 그때가 언제인지 알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주제 넘는 행동을 할 일도, 계정 본질에 맞지 않는 잡행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꽤 딱딱해 보이고 냉정해 보일지 모르는 나도 사람이다. 가끔은 나도 무언가 어려울 때가 있고, 날카로운 질문을 받을 때면 떠오르는 트라우마에 답장을 유보하고 담배를 꺼내 물며 생각을 가다듬을 때가 있는 그런 사람이다. 나도 가끔은 사랑이 어렵고, 나도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지 고민할 때가 있으며, 릴스를 아예 보지 않을 것만 같아 보이는 나도 가끔은 친구가 보내 주는 릴스를 보고 웃는 그런 사람이다. 뭐 그렇다. 솔직히 인생이 행복하고 재밌어서 매일같이 웃으며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다들 꿈을 위해 청춘을 담보로 잡고 반복되는 일상, 진부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잖아. 그런 하루하루에 재미를 주고 싶다. 자기 전에 들어와 머물다 가는 공간, 담배 피울 때 읽으며 머무는 공간(실제로 나도 흡연할 때 내 계정을 본다). 블라블라 매거진은 여러분들에게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팔로워 2만짜리 계정을 운영하며 많은 것을 느끼고 있고, 또 적당히 배우기도 했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소설 같은 일이 누군가에게는 일상이고, 누군가는 평생 꿈꾸기만 하는 것들을 누군가는 당연히 누리고 산다.

누구는 평생 붙잡고 있어도 안 되는 일은 누구는 취미로 해도 성공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고민을 하고, 비슷한 선택을 하고, 비슷한 후회를 한다. 다들 사랑이 아프다면서 사랑 없이는 못 살고, 다들 다시는 연애 안 할 거라면서 새로운 인연이 찾아오면 언제 그런 말을 했냐는 듯 행동한다. 그리고 또그런 것들이 반복되고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나는 그런 여러분들의 청춘 속에 머물고 싶다. 그러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될 것이다. 꽃 피는 사월 초입에서 이상준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