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 어딘가 살았던 그는 이별 중독을 앓고 있다고 했다 이별을 하면 세상 어떠한 자극보다 강렬한 영감을 얻기에 이별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고 사랑보다 이별이 좋다던 그는 새 인연을 만날 때마다
언젠가 다가올 마지막을 장식할 시를 미리 써 놓는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그거 나름 멋진걸요'라는 한마디를 던졌고 대화에 마가 떴고 그는 침묵을 깨고 근처에서 함께 하룻밤 묵고 가겠냐고 물었지만 한참 동안 지속된 그 침묵이 너무나 아파 나는 몸살 기운을 핑계로 얼른 자리를 떴으며 돌아오는 길에 나의 시를 서너 차례 읽었다.
다음 날 오후에는 누군가로부터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슬픔의 감정보다 기쁨의 감정을 더 많이 가진 채로 살아간다는 말을 들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우울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하기에 나는 내가 듣는 노래가 잘못되었나 싶어 그날 저녁 플레이리스트를 수정했다
김광석의 그날들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 장기하의 별거 아니라고를 포함한 노래 서너 개를 뺐고 음반 사이트 인기 차트에 흔히 보이는 최신 유행가를 서너 개를 집어 플레이리스트에 넣어 들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고 오히려 머리만 지끈거렸기에 나의 노래는 아무 문제가 없었던 거구나 생각하며 버렸던 노래들을 다시 주워담았다.
그 노래 가삿말 잊어야 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어.
그리고 그날 저녁 찝찝해서 울었다
그것이 책을 읽다 생긴 일이라는 점이 더욱 불편했다 책을 읽으며 담배를 피운 것은 처음이었고 책을 읽으며 불쾌해진 적은 처음이었지만 헛구역질을 꾹 참으며 책장을 전부 넘긴 끝에야 잠에 들 수 있었다 손톱이 썩으면 빠지고 다시 새 손톱이 난다지만 이미 상하고 썩은 내 마음은 내가 죽어야 회복되는 건가 싶었고 이 또한 다 지나간다는 말을 그토록 듣기 싫어하던 내가 그 말에 기대를 거는 모습을 보고는 참 약해졌구나 생각했다.
절절하다는 단어보다 잘 어울리는 단어가 뭘까 이 시에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가 뭘까 고민했다.
음. 서글프다. 서글프다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시
합정역 8번 출구에 내려 들어선 골목에 보이는 네거리 그 네거리를 조금 더 지나야 보이는 그 골목 어딘가 위치한 술집에서 내게 이별을 가르쳐 주었던 사람에게 그 은혜는 세월로 갚는다는 말을 전하며 합정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