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사랑 이야기를 쭉 돌아보니 단 하나를 제외한 모든 사랑 이야기가 과거를 술회하는 내용이었다.
현재를 서술했다는 그 하나의 글마저도 사랑을 주로 삼아 쓴 글이 아니라 내가 사랑을 시작하다 보니 꾸준히 쓰던 일기의 일부에 자연스레 녹아들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나는 정작 내가 하고 있는 사랑에 대해서는 서술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이토록 사랑에 대해 떠들어대기를 좋아하는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내가 하고 있는 사랑에 대해서는 써 본 적이 없나. 두려움이나 죄책감 때문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드는 생각은 곧 나의 의문에 대한 답변이 되고야 말았다. 나는 사랑을 위하여 사랑하는 것이지 문학을 위해, 글쓰기를 위해 사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사랑하고 있을 때에는 애인을 소재로, 내가 하고 있는 사랑을 소재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왜 사랑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일까. 블라블라 매거진이라는 무대에서 나의 글을 뽐내기 전, 내가 썼던 글을 쭉 읽어 보면 사랑에 대한 글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이전까지 내가 주로 썼던 글은 무엇인가 하면, 「당신의 에세이는 에세이가 아니다」와 같은 글이나, 「천박한 당신이 예술가인 척하는 게 역겨워요」라든가 「가식적이고 껍데기뿐인 당신에게」와 같이 특정인에 대한 비평문이 내 문학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말이다. 내가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때, 대체 나는 왜 평소에는 잘 쓰지도 않던 사랑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했을까.
가장 무난하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사랑 이야기라서?
어쩌면 사랑 이야기는 이렇게나 장황하게 하고 싶어 하였으니 여태껏 꾹 참고 있었던 마음속 응어리와도 같은 무언가가 아니었을는지.
나의 지난 사랑에 대해 술회하며 느끼는 점이 있다. 사랑하고 이별할 당시에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난 놈인 줄만 알았고, 이별에 대한 책임은 모두 상대방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나의 사랑 이야기를 어찌 객관적으로 쓸 수 있겠냐마는, 나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서술하려고 노력하였고, 그러다 보니 지난 연애 속 내 행동의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럼에도 내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만들어 자꾸만 합리화하게 되고. 참 미안한 마음이 드는 지난 인연이 있는 반면, 객관적으로 보아도 내가 잘못한 것 하나 없다고 느껴지는 인연이 있다. 그러다가 이미 다 지난 인연을 두고 좋았니 나빴니 하며 평가하는 내 모습이 너무나 미워지곤 한다.
사실 굳이 말을 꺼내지 않았다마는 지난 일 년 동안에도 한 번의 연애가 있었다. 그 사람을 떠올리며 글을 쓰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뜻깊은 무언가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어쩌면 연애라는 것이 이제는 내게 큰 울림을 주지 못하는 행위라서, 나는 이전 연애를 자꾸만 들추게 되는 것일까.
